편의점주·작가
편의점주·작가

어쩌다 에세이집을 내게 됐고, 어쩌다 팬데믹 때문에 방구석에 눌러앉아 글만 쓰게 됐다. 전업 작가를 결심했을 때, 소설을 쓰고 싶었다. 작가란 모름지기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세권 째 에세이집을 냈다. 머잖아 나올 책 또한 또(!) 에세이. 출판사와 계약서를 작성한 책이 모두 에세이 장르니 앞으로도 줄줄이 에세이집만 펴낼 것 같다. 소설은 도대체 언제 쓰려나. 이러다 그냥 에세이스트로 눌러앉는 것은 아닐까. 이름 뒤에 붙는 바이라인을 작가가 아니라 에세이스트로 고치는 것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낫지 않을까, 속물스런 계산까지 해본다.

언젠가 눈썰미 좋은 독자가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이 쓴 글에는 유난히 어쩌다라는 표현이 많은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글쎄,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내가 왜 그러는 걸까 되돌아보니 인과관계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적당히 퉁치려는 얄팍한 속셈 아닐까 싶다. ‘어쩌다는 만능에 가까운 말이다. “왜 그랬어요?” 하고 물으면 어쩌다 그랬어요하면 끝. 갑자기 책을 쓴 이유도 어쩌다가 되고, 편의점을 차린 배경도 어쩌다로 얼버무릴 수 있다. 자꾸 에세이집을 내는 이유도 어쩌다’, “왜 이런 글을 쓰는 겁니까?”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네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우리네 삶은 어쩌다의 연속

알고 보면 사실상 나의 의지

새해 어쩌다행복 가득하길

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은가. 우리 주위엔 어쩌다그러는 것들이 많다. 정확히 계획 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대로 움직이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계획은 세웠으되 숱한 돌출 변수가 등장하기 마련이고, 어쩌다 보니 우리는 실패하고 어쩌다 보니 대운(大運)을 맞아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문제는 어쩌다를 대하는 태도 아닐까. ‘어쩌다를 너무 맹신해 계획 자체를 건성으로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어쩌다를 너무 무시해 실패에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성과를 하늘의 도움으로 돌릴 줄 모르고 교만하기도 한다. 그러니 우둔한 인간들이여, ‘어쩌다를 믿을지어다. 믿어도 적당히 믿을지어다. ‘어쩌다는 자신을 위한 어쩌다가 돼야 하고, 미래를 위한 어쩌다가 돼야 한다. 내친김에 어쩌다()라도 세우고 싶다.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개인의 계획을 세우고, 가족의 계획을 세우고, 회사나 조직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럴 때 어쩌다라는 양념 한 스푼 넣어주실 것을 권장한다. 지금 독자들에게 이 글을 왜 읽고 계십니까?”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라는 대답이 대부분일 것이다. “당신은 지금 그 자리에 왜 있습니까,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됐습니까?”라고 물어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하면서 뒤통수를 긁적일 사람 또한 적잖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편의점 주인장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성장한 사람은 드물다.

어쩌다 보니 편의점을 차리게 됐다. 많은 직업이 그렇다. 인생의 선택 또한 그렇다.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란에 적어 제출했던 직업을 지금 실현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꿈꿨던 이상형과 딱 들어맞는 배우자와 살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내가 잃은 꿈이 그저 잃은 것만은 아니고, 그 꿈을 좇았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오늘의 어쩌다를 사랑하며 우리는 내일을 맞는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봅시다. 파이팅!” 올 연말에는 이런 건배사를 할 수 있게 되길. 어쩌다 칼럼을 끝까지 읽은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린다. 2023년 새해, 뜻하는 일 모두 이루시길. 어쩌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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