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고등학교 3학년 첫날, 목표하는 대학을 정한다. 그리고 부진한 과목을 파악하고, 학원에 다닐지, 과외를 받을지 계획을 세운다. 나라도 5%로 성장을 설정하고, 성장률 달성에 적합한 산업을 선택한 후 해당 산업에 필요한 요소를 집중해 지원한다. 기업도 매출 목표를 정하고, 혁신을 꾀하거나 영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하거나 인재를 채용한다.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국가는 목표는커녕 마이너스 성장이 아닌 게 다행이다. 기업도 성장보단 버티는 게 목표다. 버틴다는 것은 반등을 전제로 한다. 지금은 반등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위기의 골이 너무 깊다.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중소기업중앙회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33.8%가 현재의 위기를 역대 최대의 위기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1998년 외환위기(31.5%)2008년 금융위기(22.0%)와 비슷하다고 했다.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위기라는 응답은 12.8%에 불과했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깊은 늪에 빠졌다. 2019년 경제성장률은 2.2%였다. 1954년 이후 2019년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적은 다섯 번이다. 1956(계엄), 1980(2차 오일쇼크와 민주화 운동), 1998(외환위기), 2009(금융위기), 2020(코로나). 다섯 번 모두 익히 알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9년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을 꼽을 수 있지만,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경제는 2019년 저성장이라는 빨강 신호등이 켜졌다는 것이 더 옳은 설명이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그걸 잊고 있었을 뿐이다.

中企, 정부에만 기대선 한계

시장에서 당당히 평가받아야

대기업 중심 성장 탈피 시급

일시적 위기라고 생각하고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제 저성장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 3(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 대응은 버티기용이다. 고질적인 2()을 극복하고 다시 뛰어야 한다.

먼저, 인력난이다. 지금 중소기업은 부족한 일손이 60만 개에 달한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져 인력난이 커졌다. M세대, Z세대에 이어 알파세대까지 등장했다. 중소기업에 기대하는 조건이 제각각이다. 중소기업 취업하면 세금을 깎아주고, 주택청약을 약속한다고 인력난을 해소하긴 어렵다. 인력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인력을 노동자로 본다. 인력은 빠지면 갈아 끼고, 모자라면 메꿔 넣는 그런 부품이 아니다. 인력은 키우고, 다듬고, 축적하는 기업의 자산이자 자본이다. 그들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다음은 자금난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역사가 깊다. 1905년 일제 강점기 백동화를 발행했을 때도, 1960년대 대기업에 자본을 집중할 때도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겪었다. 그때마다 중소기업은 정부에 기댔다. 그러면 정부는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정책자금을 늘렸다. 정책자금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정부도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그때 보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책자금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도 시장에서 당당하게 평가받고, 시장의 힘으로 성장해야 한다. 정책자금은 기업을 버티게 할 수는 있어도 성장시킬 수는 없다. 반면, 시장은 정책자금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기업을 키울 수 있다.

한국경제도 성장 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대기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제 국가경쟁력은 글로벌기업 수로 측정한다. 삼성, 현대에 의존한다면 국가경쟁력은 나아질 수 없다. 10만 개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해야 한국경제의 미래가 있다.

2023년은 중소기업계가 100년의 희망을 시작하는 해다. 그러나 희망을 품기엔 현실이 버겁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금석위개(金石爲開)를 꼽았다.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지 다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이 있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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