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두바이가 올해 1년 동안 주류에 붙는 세금 30%를 거두지 않기로 했다. 11(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바이 정부로부터 이 결정을 통고받은 업계 임원들을 인용해 두바이가 이날부터 1년간 시험 기간으로 삼아 주류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FT, C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미리트그룹 소속 술 유통업체인 매리타임 앤 머캔타일 인터내셔널(MMI)’11(현지 시각) 새해 성명을 통해 주류세 폐지는 UAE와 두바이에서의 안전한 주류 매매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바이 주민들은 술을 사기 위해 다른 도시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두바이 제2의 주류 소매업체인 아프리칸 & 이스턴도 주류세와 주류 판매 허가제 폐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1231일 갑작스런 주류세 폐지 통보를 받은 이들 업체는 인하된 가격에 맞춰 주류라벨을 다시 붙이기 위해 밤샘작업을 했다. 한 직원은 이렇게 가격이 낮은 것은 처음 본다FT에 전했다.

두바이는 최근 몇년간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꾸준히 규제를 완화해 온 가운데 주류 구매에 필요한 개인 면허 수수료를 폐지하고 제품 전반에 대해 세금 감면을 반영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바이는 최근 몇년간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꾸준히 규제를 완화해 온 가운데 주류 구매에 필요한 개인 면허 수수료를 폐지하고 제품 전반에 대해 세금 감면을 반영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류세 30% 면제와 함께 두바이 주민들이 주류를 살 수 있는 허가증인 개인 주류 면허 발급 수수료 270디르함(93800)도 사라졌다. 개인 주류면허는 두바이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독특한 제도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주류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주류면허를 따도록 하고 있다. UAE 6개 토후국 가운데 아부다비를 비롯한 나머지 5개 토후국에서도 개인 주류 면허제도는 없다. UAE에서 가장 보수적인 토후국인 샤르자는 알코올 자체가 금지돼 있다.

두바이의 개인 주류면허는 매년 갱신해야 하고, 갱신에 4주가 걸린다. 수수료 면제 조처 이후에도 면허를 매년 갱신해야 하는지, 갱신해야 할 경우 기간이 여전히 4주에 이르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술집에서 술을 마실 때는 개인 주류면허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CNBC는 이번 조치에 대해 두바이가 지난 수년간 관광객과 외국인 주민 유치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자유화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서비스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나서자 두바이도 이에 대응할 방법으로 주류세 면제 대책을 고안한 것으로 풀이했다.

UAE의 상업 및 관광 중심지인 두바이는 외국인 거주자와 현지인 비율이 91에 달할 정도다. 두바이는 최근 몇년간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꾸준히 규제를 완화해 왔다.

모니카 말리크 아부다비 상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와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강한 회복을 보인 두바이의 관광과 숙박 분야를 더욱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는 현재 도시 전체를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곳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 둔 상태다. 두바이 정부는 최근 몇 년 새 주류 판매 규제를 조금씩 완화해 왔다. 술은 두바이에서 매우 비싸다. 맥주 한 잔에 보통 15달러, 와인 한 잔은 20달러를 훌쩍 넘는다. 현재 두바이에서는 라마단 기간에도 낮에는 술을 살 수 있고,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 조치가 취해졌을 때도 각 가정으로 주류 배달이 허용됐다.

MMI는 주류 구매에 필요한 개인 면허 수수료를 폐지하고 제품 전반에 대해 세금 감면을 반영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세금 감면이 주류 가격 인하로 온전히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류를 파는 식당이나 술집이 보통 4~5배 가격을 붙이기 때문이다.

최근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두바이의 많은 술집들은 카타르 축구장을 오가는 축구 팬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술집에서 파는 맥주 한 잔 가격은 쉽게 10달러를 넘었다. 막대한 주류세는 두바이 정부의 주요 수입원임에도 이 때문에 오히려 관광객 수요가 감소하고 외국인 등 유치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고무된 두바이 주류업계는 이제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세금 철폐를 반영한 가격 인하 소식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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