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22년12월6일자)에 실린 'Small Businesses Play a Big Role in Supply-Chain Resilience'를 번역했다.

*칼럼을 쓴 카렌 밀스(Karen G. Mills)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교수로 국가 경쟁력, 기업가정신 및 혁신 분야에 선도적인 권위자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각에서 중소기업청장으로 재직했다.

산업용 천정 크레인(Overhead Cranes)을 만드는 한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는 전화를 받고 난 후 책상 위의 밀린 주문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방금 중요한 고객사가 2대의 대형 산업용 천정 크레인 제작을 요청했다.

평소라면 기뻐했겠지만 12개월 동안 총 1억 달러에 가까운 수주 잔고로 인해 회사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공급망 차질과 지연을 감안했을 때, 기다리는 부품 중 적어도 일부가 제 시간에 배송될 수 있도록 주문을 더 늘리고 싶은 강한 유혹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곧 비어 게임(Beer Game, MIT대가 개발한 비즈니스 시뮬레이션으로 수요, 생산, 분배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채찍효과’(MIT대 요시 셰피 교수 저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팬데믹의 그림자 서플라이 쇼크에 대비하라>에서 강조)를 설명)을 회상했다.

이 최고운영책임자는 공급자의 과도한 주문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기로 결심했지만, 앞으로는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더 나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공급망을 간소화하여 참여하는 기업들이 모두 이득을 보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앞에서 언급한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의 고민은 현재 전 세계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기상 이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감염병 대유행은 글로벌 공급망의 대 혼란을 일으켰다.

일부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혼란에 빠진 공급망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MIT대 데이비드 심치레비(David Simchi-Levi)교수가 최근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연구에서 보여주었듯이, 회사의 생산이 10일간 중단되면 재고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적어도 300일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한다.

산업용 천정 크레인
산업용 천정 크레인

공급망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것 이상의 일을 할 기회는 분명 있다.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앞으로의 중단과 교란을 예방할 수 있다.

공급망에 중요하지만 통상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 투자(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고급 제조 혁신)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망 파트너와 고객 간의 실시간 운영 연결이 부족하면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이 저하된다.

MIT대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 교수는 미국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보다 3분의 2 정도로 낮으며, 부분적으로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급망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몇몇 주요 제품이나 산업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생산품을 주로 B2B(기업 간 거래)로 판매하는 회사로 정의할 수 있는 공급망 기업은 미국의 경우 민간 고용의 약 44%를 차지한다.

카렌 밀스(Karen Mills) 전 미국 중소기업청장이 코펜하겐 경영대학원 메르세데스 델가도(Mercedes Delgado) 교수와 함께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기업들이 미국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관련 일자리와 특허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미국 혁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B2B 기업들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보다 고도로 숙련된 근로자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66% 더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직원 수가 500명 미만인 기업들은 공급망 기업의 98%를 차지하고 미국 민간 고용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기업은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권장 사항이 있다.

첫째, 중소 공급업체의 신기술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기업 내부, 고객과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재고 가시성, 수요 계획 및 추적성을 향상시킴으로써 21세기 공급망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ERP, 클라우드 제품 수명 주기 관리와 공급망 전반에 걸친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s)’와 같은 솔루션은 정보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3D 프린팅, 로봇 공학 같은 첨단 제조 기술, 예측 유지보수와 같은 AI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는 중소 공급업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공급망을 보다 탄력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러한 투자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의 계층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조직의 구조 조정도 필요로 한다.

첨단 제조기술 투자는 중소 공급업체의 생산성 향상과 탄력적인 공급망 유지에 도움을 준다.
첨단 제조기술 투자는 중소 공급업체의 생산성 향상과 탄력적인 공급망 유지에 도움을 준다.

둘째, 근로자 교육 강화로 재교육(reskill)과 업무기술 향상(upskill)을 해야 한다

오늘날 새로운 공장 현장에서는 디지털 정보를 실시간으로 일선 근로자들에게 제공하여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사용하여 지식이 풍부한 문제 해결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은 디지털에 정통한 직원이 필요하다.

물론 기업은 인력에 투자해야 하지만, 특히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경우에는 국가와 지역 인력 교육 프로그램이 디지털 숙련 근로자를 양성하여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자본 접근성을 개선하고 수요 보증을 해야 한다

자금 조달이 여유로워지면, 지연이나 부족이 생길 때 공급망을 "윤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은 지급 일정을 앞당기고, 최종 납품, 인도전에 부분 지급을 앞당기고, 중소 공급업체가 공급망 관계를 기반으로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금융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공급업체를 도울 수 있다.

또한 고객은 중소 공급업체가 신기술에 투자하기 전에 더 많은 확신을 주는 수요 보증을 할 수 있다. 높은 비용이 신기술의 광범위한 채택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중소기업들은 꼽고 있다.

이러한 보증은 필요한 기술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신용 기반 자본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예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적층 제조 포워드(AM Forward) 프로그램이 있는데, 미국 대기업들이 중소 공급업체로부터 더 많은 3D 프린팅 제품을 구매하고 조달 받기로 약속을 하고 중소 공급업체에 투자를 지원하는 견고한 수요 신호를 제공한다.

공급망 경제는 혁신과 고임금 일자리의 핵심 원천이다.
공급망 경제는 혁신과 고임금 일자리의 핵심 원천이다.

새로운 법안은 중소 공급망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기후 변화의 위협, 지정학적 역학 관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사무실, 공장 현장 및 공급망을 변화시키는 디지털화의 주요 발전을 목격해왔다. 부분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세 가지 주요 연방법을 제정했다. 즉, 초당적 인프라법,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그리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그것이다.

향후 10년간 물리적 인프라, 디지털 및 반도체 용량, 청정에너지에 대한 총 1조 달러가 넘는 투자는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회복탄력적인 미국 공급망을 통해 국가의 산업 기반을 재건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자금 중 일부는 중소 공급망 기업에 혜택을 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R&D 급여 세액 공제를 두배로 늘리는 것을 포함).

그러나 중소 공급업체와 이들의 고객이 나서서 중요한 기술 투자를 하고 공급망 연결, 협업 및 신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이들 법안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할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한 중소기업의 최고운영책임자는 하루아침에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낙관적이었다.

최근 몇 년간의 도전 과제는 과거의 대립적이고 단절되었던 공급업체 관계가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이 최고운영책임자는 "공급업체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결제 일정을 동기화하고, 신기술을 도입하면 참여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러한 공급망 기업들의 성공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생산성, 회복탄력성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번역 : 류종기, EY한영 컨설팅 지속가능금융(ESG) 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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