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술 소비문화는 외국에 비해 매우 독특하다. 먼저 안주 문화다. 안주는 극동아시아에서 발달한 반면, 서양은 안주라는 말 자체가 매우 애매하다.

한국의 술집에서 안주를 영어로 사이드 디시라고 쓰는데, 실은 안주와는 별 관계가 없다. 사이드 디시는 메인 요리를 먹을 때 곁들이는 탄수화물이나 채소류를 뜻하기 때문이다. 감자튀김이나 구운 감자, 아스파라거스, 채소볶음 같은 걸 의미한다. 어렸을 때 서양 드라마나 영화에서 위스키를 맨입에 마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서양에서 맥주 같은 것은 거의 음료로 대우받는다. 안주를 거의 먹는 법이 없다. 한국의 맥주집에서 치킨은 물론이고 걸쭉한 찌개를 파는 걸 보고 서양인들이 놀라는 건 당연할 수밖에.

와인을 보통 안주와 함께 마시는 한국과 달리, 서양에서는 와인을 반주로 마신다. 서양에서는 와인을 술로 본다기보다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는 존재로 친다. 와인을 코스에 따라 맞춰 마시는 것은 서양 고급식당의 표준적 방식이다. 이때 와인은 술이라기보다 국물의 의미가 더 강하다. 음식을 먹을 때 잘 삼킬 수 있게 하고, 맛을 잘 느끼도록 해주는 친구라고 본다.

한국 술 문화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소주가 절대 강자라는 점이다. 브랜드도 몇 개 안된다. 서양의 와인이나 맥주는 특정 상표가 독과점하는 경우가 없다.

한국을 권역별로 나눠 소주 공급을 독점하도록 했던 제도가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마시는 소주 브랜드는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지금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으로 거의 동일한 주정을 원료로 쓰고 있어 맛의 차이가 크지 않다.

위스키를 병째 마시는 문화도 한국이 독자적이라고 할 정도다. 한국인이 서양의 바에서 위스키를 병으로 시키면 직원이 놀라서 확인을 한다.

다음으로는, 생맥주가 병맥주보다 싸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세금 제도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외국에 가서 생맥주가 비싼 걸 보면 우리는 깜짝 놀란다. 생맥주는 관리에 드는 비용과 따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있는데다가 맛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비싸야 정상이다. 어찌됐든 생맥주가 더 싼 건 우리나라 애호가들에게 좋은 일이긴 하다.

칵테일을 거의 마시는 않는 것도 한국의 특별한 술 문화다. 한국은 아무래도 술에 관대하고,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는 문화여서 칵테일이 낄 자리가 거의 없었다. 진하고 강한 맛의 안주에 칵테일은 대체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오랜 술 문화가 근래 들어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최근 손꼽히는 변화는 이렇다. 하이볼 같은 칵테일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때 반짝하고 마는 유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고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볼에 쓰는 특정 상표의 위스키가 물량이 없어 매진될 정도다. 하이볼은 서양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은 일본을 통해 들어와서, 일본 상표의 위스키로 만드는 것이 인기다. 하이볼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에서는 미리 만들어 캔에 담아 파는 제품도 잘 팔린다. 한때 한국도 소주를 마실 때 오이나 레몬, 백세주 같은 술을 섞어 마시는 유행이 있었지만 지나가고 말았다.

위스키는 유흥문화의 변화(위스키의 주 소비처는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 카페 같은 고급 유흥업소였다)20년 동안 판매가 하락하고 있었지만 최근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특이한 것은 일반 카페, , 심지어 편의점을 통해 팔리고 있다. 하이볼의 유행과도 관련이 있지만 싱글몰트 같은 술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다. 최근에는 수백만원짜리 한정판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를 사기 위해 술 판매점 앞에서 밤을 새우는 줄이 생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의 병으로 팔리던 와인도 잔술이 잘 팔리는 것도 변화하는 문화다. 만취하지 않는 음주세태와 관련이 있다.

맥주는 두어 개 국산 브랜드가 수십 년을 지배해왔는데, 이제는 크래프트 비어라고 부르는 소규모 양조장과 다채로운 수입 맥주의 각축장이 됐다. 어떤 맥주로 50퍼센트라는 독과점을 차지하는 시대는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진단한다.

새로운 세대는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즐긴다. 한국적인 음주문화는 여전히 뼈대가 남아 있지만, 확실히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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