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최근 국회의 모습을 보면 노동문제를 풀려는 진지한 고민이 묻어나지 않는다. 노동생산성이 낮아져 우리나라 경제의 동력이 약화돼도 강 건너 불 보듯이 한다.

지난 몇 년간 행해진 노동개혁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조의 무소불위 실력행사와 강성 노조 편향정책,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5~29인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 폐지 등은 대표적인 유연성 없는 방임 또는 통제 노동정책이었다. 그동안 쌓은 친노동 프레임에 부응한 반기업 입법 정책들은 노사자율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기는커녕, 사회적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2019년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최대 10)를 미국 9.16, 일본 8.13, 한국 4.84점으로 발표했다.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는 유연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임금 감소 고충이 큰 5~29인 사업장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인데, 올해 들어 이 제도가 폐지됐다.

이제 당장 근로자들은 현재 연장근로로 받는 1.5배의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불법이 되는 연장근로를 할 수 없어 급여는 줄게 된다. 일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근로를 제공하고 1.5배 받을 수 있는 보상 기회를 잃어 고물가로 빠듯한 생활에 더 큰 어려움이 우려된다.

국회가 지난 2018228일 개악한, 52시간제가 담긴 근로기준법300인 미만 구간에 있는 중소기업에까지 전면 시행되고 있어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담장길을 중소기업들은 어둔 밤 오솔길 걷듯 걷고 있다.

1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에 예측·기대했던 근로자 워라밸의 개선과 일자리 창출 활성화 등 정책효과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평가했다. 이 내용이 발표되기 훨씬 이전에도, 52시간제로의 근로기준법 개악 시에 중소기업에는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임금이 감소한다는 보고를 했었다.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으면 주 52시간제를 시행해도 효과가 없다고 말해도 국회는 마이동풍이었고 들은 척하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이 OECD 36개 국가 중 세 번째로 많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위에 해당해 최저수준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 채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노동의 질적 제고가 근로시간 단축에 영향을 준다는 시사점을 간과한 것이다.

국회가 정쟁하는 사이 중소기업만 힘들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을 옭아매는 크고 작은 규제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를 감내하면서 버텨온 중소기업의 저력이 이제는 완전히 바닥났고 일부 중소기업은 쇠잔해 문을 닫고 있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만 개별기업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이를 국회가 해결해 줘야 한다.

노동자도 이롭고, 사용자도 이로우며, 세상도 이로운, 모두에게 이로운 현명한 판단이 소규모 사업장으로 하여금 심각한 인력난 상황에서도 그나마 숨을 쉬게 하고, 근로자에게도 안도의 숨을 쉬게 하며, 사회에는 물가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민생법안에 앞장서는 국회, 위축된 경제로 지친 중소기업의 어깨에 힘을 주는 국회, 활력과 생기로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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