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치킨게임’ 내닫는 전기차시장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 포드자동차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며 전쟁에 합류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 포드자동차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며 전쟁에 합류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시작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가격을 인하했다. 이에 미국 포드자동차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며 전쟁에 합류했다.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현지시간) 미국 포드 자동차가 자사 전기차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모델에 따라 1.2~8.8% 인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탱 마하-E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테슬라 모델Y의 경쟁 모델로 분류된다.

앞서 테슬라는 세단인 모델3와 모델S, SUV인 모델Y와 모델X의 판매가를 최대 20% 할인했다. 포드의 가격 인하로 머스탱 마하-E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은 테슬라 모델Y와 비슷한 53000달러대로 조정됐다.

포드는 이번 가격 인하는 급속히 변화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자사 전기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를 의식한 대응조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린 쟈자 포드 전기차사업 부문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아무에게도 마당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테슬라와 가격전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포드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7.6%로 테슬라(6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존 머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경쟁업체들은 전기차를 팔아도 이익이 극도로 적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테슬라가 단행한 가격 인하는 경쟁업체들의 가격전쟁을 촉발하는 동시에 이들 업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드가 전기차 가격인하 대열에 합류했지만, 테슬라만큼 여유롭게 게임에 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제 시작된 치킨 게임에서 테슬라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테슬라는 전기차 1대를 팔면 순이익이 15653달러(1940만원)에 달했다. 이는 폭스바겐(6852달러)2, 도요타(5576달러)4배가 넘는 이익 규모다. 현대차그룹(5362달러)3배를 넘는다.

다른 완성차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약 5~10%대에 불과한 반면, 테슬라는 영업이익률이 10% 중후반대에 달한다. 꾸준히 공장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끌어내린 혁신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을 낮추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이익을 포기하면서 가격인하에 적극 합류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우리 기업에게도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대응할까. 테슬라가 가격을 대폭 낮췄으니 현대차도 추가 할인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테슬라의 치킨게임이 북미 전기차 시장에 미칠 여파는 적지 않다. 현대 아이오닉5의 가장 저렴한 등급인 스탠다드는 미국에서 41450달러에 팔리고 있다. 테슬라 엔트리급 차량인 모델3 스탠다드 가격은 46990달러에서 이번에 43990달러로 3000달러 인하됐다. 그럼에도 아이오닉5보다는 2000달러 이상 비싸다.

하지만 아직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현대차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정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테슬라는 그렇지 않다. 모델3 스탠다드에 세액공제 혜택 7500달러를 적용하면 최종 가격은 36490달러로 아이오닉5보다 4960달러 저렴해진다. 아이오닉5를 장바구니에 담아 놨던 소비자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빌 루소 상하이 자동차 분석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마진이 적은 업체들은 점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전기차시장의 파이는 커지지만 치킨 게임으로 마진은 더 줄어들어 생존업체만 파이를 차지하는 상황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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