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한(세명대학교 영화웹툰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최종한(세명대학교 영화웹툰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첫사랑 연인과 처음으로 함께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없어진 강남 시네하우스라는 극장에서 당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던 <사랑과 영혼(Ghost)>을 관람했다. 맨 앞줄 가장자리에 앉아 목을 비틀어가며 불편하게 영화를 보았지만, 그녀와 나눴던 대화 그리고 그녀의 웃음과 목소리 나아가 옷차림새와 들고 있던 팝콘과 콜라까지 기억에 선명하다.

다만 분명히 끝까지 영화를 관람하고 나왔지만, 그 줄거리는 띄엄띄엄 기억이 났다. 한참 후 TV에서 방송되는 그 영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전개와 내용을 온전히 알 수 있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러 갔지만, 실제론 옆자리 첫사랑 그녀만 보고 왔던 것이다. 데미 무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꽤 심술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개봉한 <올빼미(The Night Owl)>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이다. 깜깜할 때만 올빼미처럼 조금 볼 수 있는 침술사가 세자의 독살장면을 목격하고 벌어지는 영화로, 실제 소현세자의 역사 기록과 영화적 허구가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세상에 나왔다.

유해진, 류준열, 조성하, 최무성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내러티브로 300만을 훌쩍 넘기는 흥행 실적을 거뒀다. 주맹증(晝盲症, Day Blindness), 곧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 보다 떨어지는 증상을 소재로 영화는 배신과 음모 그리고 탐욕과 공포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침술사의 무엇이 보이십니까?”라는 나직한 대사로 막을 내린다.

보고싶은 것만 보면 실수 우려

경영인은 카메라의 눈바람직

빠짐없고 공평한 시야가 중요

우리의 눈과 카메라의 눈이 다른 점은 둘다 똑같이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지만, 실제 기억하고 저장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배고플 때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과 시뻘건 떡볶이가 눈에 들어오고, 새 신발을 신고 나간 날에는 다른 이들의 신발들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한마디로 우리의 눈은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볼 뿐 나머지들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첫사랑과의 영화관람에서 데미 무어가 들러리 선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카메라의 눈은 그렇지 않다. 솔로몬의 재판보다 공평하게 그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이미지를 빠짐없이 빼곡하게 저장하고 보여준다. 우리의 눈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는 능력자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카메라의 힘, 나아가 영화의 힘이 증명된다.

영화 속의 내러티브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겨있는 도시들의 풍경과 패션 트랜드들을 눈에 담아갈 수도 있고,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의 오늘을 그리고 미소들을 내 눈에 담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영화지만 관람한 관객의 수만큼 서로 다른 각각의 영화로 기억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에게 <사랑과 영혼>이 첫사랑으로 기억되는 이유도 같다.

영화 보기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올빼미가 되거나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자칫 큰 실수를 범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고집하다간 큰 기회를 잃거나, 회사와 직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에게는 카메라의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려 깊고 빠지지 않고 놓치지 않으며, 공평한 프레이밍으로 세상과 나 그리고 기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그 누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무엇이 보이십니까?”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