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자리정책 전환
현금지원 등 단기대응책 지양
금액 축소·대기기간 연장 추진
면접 불참·취업거부시 미지급

유사·중복 직접일자리 통폐합
고용장려금 사업 17개→5개 축소

앞으로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구직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이 전환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상담을 받는 모습.
앞으로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구직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이 전환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상담을 받는 모습.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요. 실업급여 받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네요.”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중소기업들은 현행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 최소한의 구직활동 요건만 채우고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젊은 세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 수급 유인을 높이는 원인으로는 실업급여의 최저임금 연동 구조가 꼽히고 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60%에서 80%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사회보험료·소득세를 뺀 최저임금 일자리의 소득이 실업급여 수령액보다 낮아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 실수령액이 더 많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정인 것.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젊은 층들이 (고용보험 의무기간인) 최소 180, 6개월의 근무기간만 채운 뒤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경우에도 자발적 퇴사가 아니라 퇴직된 걸로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인인 직원을 뽑는 면접일만 되면 허탈해진다. 지원서만 제출하고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는 면접 노쇼, 형식적으로 면접만 끝내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면접은 한 달에 한 번 취업 노력을 했다구직활동 증명서를 제출하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직업훈련 서비스 대폭 강화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구직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을 전환한다. 또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사업을 줄이고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직업훈련, 고용서비스를 강화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은 청년·여성 등 고용 취약계층을 핵심 정책 대상으로 설정 사업·인구구조 전환 등 미래 대응체계 구축 인력 수급 미스매치 해소 현금 지원 대신 서비스 중심의 노동시장 참여 촉진형 고용 안전망 구축 직접 일자리 제공 대신 민관 협업 노동시장 정책 강화 등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고용부는 그동안 우리 일자리 정책은 현금 지원, 직접 일자리 확대 등 단기·임시 처방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선택을 해왔다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하는 데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정책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일자리로 이동 촉진

고용부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난 몇 년간 현금 지원에 치중하면서 고용서비스 본연의 취업 촉진 기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자의 반복 수급과 의존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실업급여 액수를 줄이고 대기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직자들에게는 맞춤형 재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직활동을 지원한다.

올해 상반기 내 실업급여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직접 일자리 유사·중복 사업은 통폐합하고, 직접 일자리 반복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민간 일자리로의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을 의무화한다. 직접 일자리 14개 사업에 참여한 48000명이 그 대상이다.

고용부는 정부 재정이 지원되는 일자리 사업을 평가해 지원금이 3회 감액되면 사업을 폐지하기로 했다. 고용장려금 사업은 17개에서 5개로 줄이고, 고용보험사업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 고용보험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저출산·고령화로 2030년까지 생산 연령 인구가 357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정책 대상별 고용률 목표를 수립했다. 청년 고용률은 202153%에서 202758%, 여성 고용률은 57%에서 63%, 고령자 고용률은 66%에서 71%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용부와 기획재정부는 범정부 일자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 비상계획을 가동할 방침이다. 인력 수급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시장 미충원 인원의 24%를 차지하는 단순 노무 인력의 신속한 취업을 지원하고, 외국 인력 활용을 돕기로 했다.

정부는 고용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은 민관 협업의 고용정책심의회를 통해 고용정책 추진 과정과 성과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앞으로 3년 안에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 중 재취업률을 26.9%에서 30%,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의 취업률을 55.6%에서 6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27일 서울로얄호텔에서 올해 첫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고용서비스는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기업에 인재를 연결해주는 정책이다. 정부는 전국 132개 고용센터(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해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업급여 하한액 184만여원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은 크게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 촉진을 위한 서비스 강화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혁신 성장 지원 고용센터 상담 서비스 전문화 민간과 함께 고용서비스 시장 활성화 뒷받침 등 4대 부문의 12대 실천과제로 구성됐다. 핵심은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구직 활동 촉진 강화다. 실업급여는 직장에서 해고당한 근로자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일하지 않아도 돈이 나오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2017120만명에서 2021178만명으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163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30) 기준으로 1847040원에 달한다. 이 같은 실업급여에 의존해 살아가면서 형식적 구직 활동을 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실업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적지 않다.

이에 고용부는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구직 의무를 부여하고 상담사 개입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반복 수급자의 실업급여 감액, 대기 기간 연장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작년 7월 마련한 대책에 따라 오는 5월부터는 이력서 반복 제출과 같은 형식적 구직 활동과 면접 불참, 취업 거부 시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고용부는 추가적인 실업급여 제도 개선안을 상반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실태를 조사하고 노사,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지급 수준·기간·방법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직자가 반복적인 실업급여에 의존하고 기업이 장려금 지원에만 기대한다면 노동시장이 지속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펜데믹과 저성장 추세로 우리 노동시장의 체질이 약화되지 않았나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현금성 지원이 아닌 고용서비스의 질적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고용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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