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미련을 덜고 기껍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웰 다잉’을 알면 그 답이 보인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미련을 덜고 기껍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웰 다잉’을 알면 그 답이 보인다.

원 없이 놀다 간다

지난 5일 방영된 ENA ‘효자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의 엄마가 꽃구경을 떠나며 한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명의 연예인 자녀들이 각자의 부모 중 한 분을 모시고 효자촌이라는 가상의 마을에 입성하며 생활하는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에 대한 인식이 점차로 쇠퇴하고 있는 요즘 사회에 화두를 던진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앞서 말한 지난 5일 방영분이다. 제작진이 한 출연자 부모에게 꽃구경 봉투를 건네면서부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효자촌에는 룰이 있는데, 꽃구경 봉투를 받은 부모와 자녀는 하루 안에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봉투는 누구에게 언제 주어질지 정해지지 않았다. 불현듯 찾아온다.

꽃구경 봉투를 받은 출연자의 어머니는 한 동안 머물렀던 집을 정리하기 위해 마당을 쓸고 이내 아들과 함께 꽃구경 길에 나선다. 이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어느 강가 앞, 제작진이 준비한 돗자리 위에서 모자는 마치 정말 마지막 순간이라도 되는 듯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오열한다. 이날 방송된 장면은 마치 부모의 죽음을 은유하는 듯했다. 언제 주어질 지 모를 꽃구경 봉투처럼 죽음은 불시에 찾아오고, 이별의 순간은 언제나 후회로 가득하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만남과 이별, ()과 사()는 한 타래에 얽혀 있는 실이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지만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 만큼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해당 장면은 죽음을 눈앞에 세워놓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미련을 덜고 기껍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웰 다잉을 알면 그 답이 보인다.

웰 다잉(well dying)은 직역하면 잘 죽는 것이다. 죽음에도 잘하는 것이 있다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웰빙(well-being)의 연장선 위에 웰 다잉을 올려두고 보면 한결 이해하기가 편하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한다는 뜻의 웰 다잉은 웰 엔딩(well ending)이라고도 한다. 잘 사는 과정에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했을 때 웰빙과 웰 다잉 떼놓을 수 없는 한 묶음이다. 죽음에 대한 성찰과 대비는 현재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잘 꾸려나갈 수 있게 한다. 삶의 종착역인 죽음에 어떻게 다다를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삶이라는 여정이 보다 풍요로워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웰 다잉은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웰 다잉을 맞이하기 위해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살아 생전 꿈을 이루며 잘 사는 것, 오롯이 추모 받으며 가는 길 잘 배웅 받는 것.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버킷 리스트를 보다 잘 실천하기 위해서는 목표나 꿈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생전에 목표한 바와 꿈을 이루며 잘 살기 위해 가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버킷리스트 작성이 있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정리한 목록이다. 대체로 버킷 리스트엔 먹고 사는 것 외에 자기실현을 위한 항목들을 쓴다. 때문에 작성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작성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이다.

물론 버킷 리스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에 있다.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만들고 이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목표와 꿈을 현실화 하는 일은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된다.

버킷리스트는 웰다잉의 실천과제

거창한 목표보다는 세분화가 중요

죽기전 장례의향서 작성도 바람직

버킷 리스트를 보다 잘 실천하기 위해서는 목표나 꿈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막연하게 행복하게 살기’‘건강하게 살기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일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 쓰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만으로 항목을 꾸리는 것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세분화 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세계일주 하기’ ‘지리산 종주하기등 당장 이루기 어려운 목표는 자칫하면 의욕을 저하시키거나 버킷 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잊게 할 수 있다.

세계일주를 위해 이뤄야 할 현실적인 목표들, 예를 들면 지리산 종주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로 매주 1회 이상 등산하기와 같은 세부적인 항목을 함께 작성하면 버킷 리스트 실천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처럼 인생의 목표를 가시화하고 삶을 계획적으로 운용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버킷리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웰 다잉 10계명중 하나로 꼽는 요소 중 하나다. 버킷 리스트와 함께 사전장례의향서도 웰 다잉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생전에 작성한 사전장례의향서는 고인의 뜻대로 오롯이 추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하고 불합리적인 장례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생전에 작성한 사전장례의향서는 고인의 뜻대로 오롯이 추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하고 불합리적인 장례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사전장례의향서는 자신의 장례 형식과 방식, 장소부터 부고를 알리는 범위, 조화(弔花)를 받을 지에 대한 여부, 염습·수의·관 선택 등에 이르기까지 당부 사항을 미리 적어놓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법적인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유가족들이 작성자의 뜻에 따라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례식은 고인보다 상주와 조문객에게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례 비용의 대부분은 식대인데 이는 고인을 위한 비용이라기보다 접객을 위한 지출이다. 다양한 옵션과 VIP 장례 서비스 등 역시 고인의 뜻보다는 상주의 체면을 우선하는 치레다.

생전에 작성한 사전장례의향서는 고인의 뜻대로 오롯이 추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하고 불합리적인 장례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나아가 고령화, 핵가족화,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라 늘어난 고독사 사례, 한 두 명으로만 이뤄진 자녀가 모든 장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국면한 일본의 경우 죽음을 대비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슈카쓰(終活)’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간병부터 연명치료, 장례 절차, 유산 배분 등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을 미리 살펴보고 준비하는 식이다. 활동은 장례 시설이나 자신이 묻힐 묘지를 둘러보는 슈카쓰 버스 투어를 비롯해 직접 관에 누워보는 장례 체험 등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같은 납골당 또는 수목장에 안장될 사람, 즉 무덤 친구끼리 생전에 어울리는 하카토모라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웰 다잉에 대한 인식과 관련 산업이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금씩 웰 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며 사전장례의향서를 통해 각자 원하는 방식의 장례를 생전에 생각해야 한다는 인식 또한 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르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죽음을 먼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전에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며 웰빙을 실천했다면 사후 역시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웰 다잉을 맞이하기 위해 한 번은 꼭 작성해 봐야 할 일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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