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기는 글로벌 기업 전략(3)메타

올해 화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다. 한국경제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오히려 경기불황의 진원지인 미국·중국 등의 강대국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내외 복합경제위기로 내수는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다 최근엔 믿었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페달을 돌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오히려 불황을 기회 삼아 평소보다 더 빠르게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경기침체 때문에 사업이 잘되는 불황형 산업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특별한 전략을 구사하는 혁신기업도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실리콘밸리 창업전문매거진 더 밀크(The Miilk)’의 한국법인 부대표 신기주 칼럼니스트가 기고하는 기업 인사이트코너를 통해 불황 속에서도 웃는 혁신기업들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이권진 기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2023년은 효율성의 해다.” 마크 저커버그의 한마디에 메타 주가는 하루 만에 20%나 상승했다. 지난해 2022년 내내 시들했던 메타플랫폼의 주가가 오랜만에 반등에 성공한 날이었다. 1주당 140달러대였던 주가는 단숨에 20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다. 지난 21일이었다.

이날 메타는 2022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실적 내용만 보면 어닝 쇼크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3211000만달러였다. 순이익은 더 심각했다. 무려 55%가 감소한 465000만달러였다. 이건 기업실적을 분석하는 팩트셋의 전망치 60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메타 순익은 반토막이 났는데 메타 주가는 5분의 1이나 급상승한 것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도무지 주가 상승을 견인할 유인이 없었다. 비결은 CEO의 태세 전환이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23년 연간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1000억달러 이상일 거라고 예상됐던 비용을 900억달러 아래까지 절감했다. 동시에 4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유통주식수가 감소한다. 공급이 주니 가격이 올라간다. 주가엔 호재다. 애플의 팀 쿡 CEO도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애플 주가를 부양해왔다. 비용은 낮추고 주가는 높인다. 이것이야말로 시장이 상장기업 CEO한테 원하는 모습이었다.

 

독불장군 행태로 천문학적 손실

사실 마크 저커버그는 2021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한 뒤로 독불장군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오랜 기간 자신을 도왔던 셰릴 샌드버그 COO와 결별했다. 샌드버그의 빈자리를 채울 새 인물들을 끌어왔지만 사내 정치만 유발했을 뿐이었다. 메타버스를 선점하겠다며 메타로 간판까지 바꿔 달았지만 정작 메타의 VRAR 그리고 MR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는 돈 먹는 하마였다.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시장성 있는 메타버스 하드웨어를 출시하진 못했다. 메타라는 깃발을 세우고 리얼리티 랩스를 꾸린지 1년만인 202210월에 내놓은 VR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는 분명 진일보한 하드웨어였다. 사용자의 시선까지 추적하는 내향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내적 욕구까지 추적하려는 시도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일과 가상현실을 연결시키려는 시도 역시 유의미했다. 메타버스의 시장을 조성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렇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소비자들은 대당 1500달러나 하는 메타 퀘스트 프로를 구매할 생각이 크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당장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메타의 장밋빛 메타버스를 불신했다.

선언한지 하루만에 23% 급등

자사주 매입도 상승세 부채질

시장친화경영으로 태세전환


연준 금리인상, 위기가 기회로

B2C 시장 확장이 성패 갈림길

 

저커버그의 태세 전환은 이제 메타가 시장이 원하는 일부터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사실 저커버그는 그동안 자신의 야심을 쫓는 경영을 해왔다. 페이스북 시절 저커버그는 체리피커(Cherry picker)로 폄훼 당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이룬 모바일 혁명에 무임 승차해서 소셜 광고 시장을 따먹은 행운아라는 비판이었다.

저커버그는 분명 소셜네트워크라는 혁신을 만들어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소셜네트워크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줬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우리가 더 가까워진 부작용은 우리를 더 불안하고 더 질투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을 더 불행하게 만들어서 돈을 벌려고 했다가 내부고발을 당했다. 심지어 10대까지 외모강박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는 틴에이저 인스타그램을 개발하려고 했었다. 소셜 혁신은 모바일 혁신이나 모빌리티 혁신처럼 혁명적인 기술적 변화도 아니었다. 심지어 팀 쿡 애플 CEO가 페이스북을 대놓고 디스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나아가서 더 이상 아이폰을 통해 광고 추적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렸다.

치명타였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를 주도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던 배경이다. 메타를 통해 진정한 혁신가로 거듭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그건 저커버그가 원하는 것이지 시장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장은 메타버스 같은 뜬구름이 아니라 저커버그 CEO가 애플의 앱 투명성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더 듣고 싶어했다. 더 이상 아이폰 유저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타깃 광고를 할 수 없게 된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메타 CEO는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에 있었다. 애플의 정책 변화 때문에 2022년 한해 동안 메타가 입은 매출 손실은 100억달러에 달한다. 메타의 평균 광고 가격도 2021년에 비해 2022년에만 22%나 하락했다. 더 이상 광고주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비싼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광고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주주들 환영

태세 전환의 예고편은 20223분기부터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메타는 20223분기에만 87000명을 정리했다. 연말연초엔 11000명을 또 다시 구조조정했다. 대부분 인사조직이나 광고조직들이었다. 판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광고 수요가 폭증하면서 늘렸던 인력들이었다. 코로나 판데믹 기간 동안 메타의 고용률은 94%에 달했다.

판데믹이 끝나고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상 리세션에 접어들면서 메타의 주력 상품인 소셜 광고 수요도 감소했다. 그런데 메타의 인력구조조정은 시장한텐 위기신호라기보단 긍정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인건비를 줄여서 전체 비용을 절감하면 주당 순이익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는 EPS 그러니깐 주당순이익이다.

주주들 입장에선 자신이 보유한 1주가 얼마나 돈을 버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2021년 메타의 EPS13.77달러였다. 2022년엔 8.59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메타의 2023EPS는 개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전체 인력의 13%를 감원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가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고 외친 배경이다.

무엇보다 자사주 매입은 시장이 가장 기다려온 경영선택이었다. 4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저커버그가 앞으로 주주친화적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반주주적인 경영을 했던 경영자는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단기적 주가부양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특히 주주들의 배를 불려주는 자사주 매입을 혐오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현금을 헐어서 주가를 높이는 일이다. 미래에 투자할 현금을 현재의 주가에 투자하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 때문에 위기에 빠진 대표적인 기업이 보잉이다. 보잉은 매년 창출하는 막대한 현금의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소진했다. 주가에 연봉이 연동된 CEO의 이해관계도 얽혀있었다. 잡스는 이런 경영과 거리를 뒀다. 덕분에 잡스는 아이패드나 아이폰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단기 실적에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잡스포기

그렇지만 애플의 주가는 잡스 임기 내내 바닥권이었다. 워런 버핏이 애플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아이폰이 혁신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메타버스의 잡스가 되고 싶어했을 저커버그는 결국 시장을 따르기로 했다. 그 보상이 20% 주가 떡상이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불황기에 필요한 태도는 고객과 주주 그리고 시장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르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장기적 미래로 가는 빠른 길을 아니더라도 말이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불황기엔 내일이 아니라 오늘만 생각해야 살아남는다. 저커버그가 말한 효율성이란 바로 이것이다.

물론 메타가 메타버스라는 미래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적자투성이인 리얼리티 랩스를 접진 않았다. 리얼리티 랩스의 2022년 적자규모는 42억달러가 넘는다. 2021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저커버그 CEO“2023년 말에는 차세대 소비자용 VR헤드셋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당 1500달러에 이르는 이전 모델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것 역시도 효율성의 일환이다. 메타가 일의 미래와 메타버스를 연결시켰던 건 비싼 VR기기를 구매할 고객은 기업 뿐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B2C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B2B 시장도 열리지 않는다. 메타버스 같은 신기술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 화제 만발인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은 대중적 화제를 모으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신기술이다.

2023년은 인플레이션과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이 교차하는 힘든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물건 값은 비싼 데 소비할 수입을 줄어드는 시기다. 미국 경제는 실업률이 50년만에 최저치로 나올 만큼 강하다.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인플레이션을 수입한 한국을 비롯한 인접 국가들이다. 깊든 얕든 경기침체를 피하긴 어렵다. 이때 필요한 건 시장친화적 태도다. 메타처럼 말이다. 저커버그가 가상현실에서 나와서 현실로 돌아왔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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