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에너지 위기가 전국을 덮쳤다. 시작은 LNG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난방비 대란이었다. 특히, 가정용보다 1.7배나 비싼 산업용을 사용하는 중소기업은 LNG 가격 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재작년 초 MJ(메가줄) 10원대에 불과했던 산업용 LNG 가격은 올해 초 30원 초반대까지 3배나 급등했다.

지난주에 인상된 요금고지서를 받아보게 된 전기요금도 또 다른 뇌관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231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13.1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19.3원을 올렸는데, 올해 1분기에만 한해 인상분의 67.8%을 인상한 셈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에너지 위기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94.9%는 현행 전기요금 수준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69.9%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 인상폭만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중소기업은 4.2%에 그쳤고, 요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12.9%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에너지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많은 연구기관에서는 LNG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차이나 리오프닝(Re-Opening)으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지난해 누적적자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인상폭이 적자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면서 두 배 가까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방위적인 에너지 비용 급등이 현실화되면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시작된 오일쇼크는 물가는 급등하고 성장률은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불러왔는데, 지금은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까지 모든 에너지 가격이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기시감(旣視感)이 현실로 다가오기 전에 전향적인 대책을 정부가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단기간에 급등한 요금납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전기요금의 경우, 3개월 미납시 바로 단전절차에 들어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분할납부, 연체료 인하 등의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 에너지공기업의 적자와 무관한 세금들도 과감히 인하해야 한다. 전기요금은 요금총액의 3.7%를 준조세 성격의 전력기반기금 부담금으로 징수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여유재원만 3조원에 달한다. LNG의 경우, 발전용 LNG에 한해서만 개별소비세를 15% 일시인하하고 있는데, 산업용도 발전용에 준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중소기업계가 수차례 건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중소기업 전용요금제도 이제는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중소기업 전용요금제의 핵심은 중소기업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닌, 불합리하게 적용되던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만이라도 현실에 맞게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EU 27개 회원국 중 에너지 관련 세금감면 정책이 도입된 국가는 20개국, 소매가격 규제정책 도입국가는 11개국에 달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아직은 에너지 위기가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되기 전이다. 정부의 확고한 위기극복 의지와 생존의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을 위한 과감한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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