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_김앤장 변호사
김태완_김앤장 변호사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347년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이끄는 영국군에 의해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칼레가 점령당하고 저항한 시민들이 영국군에 의해 학살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점령자인 에드워드 3세는 칼레에서 가장 부유하고 명망 높은 시민 6명이 스스로 밧줄을 목에 걸고 맨발로 영국군 진영에 찾아와 도시의 열쇠를 바치고 교수형에 처해진다면 다른 시민 모두를 용서해 주겠다는 잔혹한 제안을 한다.

시민들은 과연 어떠한 명망가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겠냐며 절망감에 빠져 들었다. 그때 칼레 최고의 부자인 생 피에르가 교수형을 자처하고 나서고 연이어 칼레 시장을 포함한 명망가 6명이 지원을 했다. 당일 아침이 되자 가장 먼저 지원을 했던 생 피에르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지원자들의 결심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스스로 목을 매어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결국 다른 시민대표 6명이 에드워드 3세의 조건대로 목에 밧줄을 걸고 교수형을 기다리는 순간, 에드워드 3세는 이들의 희생정신에 감동해 모두를 사면했고 칼레 시민 누구도 학살하지 않았다.

칼레의 여섯 시민이야기에 담긴 부인할 수 없는 가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노블레스(Noblesse)Knowable의 합성어로 알 능력이 있는 사람, 즉 당시의 귀족들을 지칭하는 의미이고, 오블리주(Oblige)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므로 결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있는 자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말이 됐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조달 연계

정직성 결여시 입찰참여 배제

ESG 우수 중소기업에 가산점

현재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비단 전쟁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사회지도층의 책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요구하는 보편적 개념으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제 CSR은 국가계약 내지 공공조달과도 연결되는 개념이 돼가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공공조달을 사회 균형 발전의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인식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환경, 고용, 노동, 사회통합 등 가치들을 낙찰자 선정, 계약이행 과정에 반영하고 있고 미국은 반독점 행위, 불공정 거래행위, 탈세행위 등과 같이 기업의 정직성이 결여된 행위에 대해 공공계약에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합심사 낙찰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환경(E: environment), 사회(S: social), 지배구조(G: 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관리 활동으로 정의되는 ESG를 평가와 접목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개별 입찰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공조달에 투영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6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장려하기 위해 환경, 인권, 노동, 고용,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등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조달절차에 반영할 수 있다는 근거를 뒀고, 이를 토대로 조달청은 20225월 공공조달의 사회적 가치평가 기본지침을 마련해, 경제 활력, 상생·협력, 탄소중립, 보건·복지·안전 등 환경(E)과 사회(S)에 해당하는 평가항목을 발주기관이 실제 개별 입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으며, ESG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입찰시 가점부여,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의 기본 배점 확대 등 장려 방안도 검토, 시도하고 있다.

ESG가 입찰 참가, 낙찰자 선정 등의 조달절차에서 과연 어떠한 형식과 내용으로 확대될 것인지는 향후의 기준 정립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조달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현실의 문제가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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