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 ] 공공요금 폭탄… 벼랑끝 몰린 中企·소상공인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식당에서 도시가스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식당에서 도시가스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를 보면 작년 12월 도시가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올랐다.

새해 들어 인상된 난방비와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시달리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난방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것.전기·가스 사용량이 많은 일부 업종의 소상공인들은 휴폐업까지 고민하고 있을 정도 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09개 제조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94.9%에 달했으며, ‘매우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기업도 절반 이상(50.2%)에 달했다. 특히 이들 중소기업은 전기요금 인상 대응계획으로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69.9%)으로 나타나 최근의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절반 이상의 기업(51.5%)이 현재 에너지 사용량이 반드시 필요한 수준이며 더 이상 절감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인상폭 만큼 절감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은 4.2%에 불과했다.

 

인건비 엎친데 전기료 덮쳐

또한, 전기요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고 있는 기업은 12.9%에 불과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난방비 인상 긴급 실태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조사에 응한 소상공인 1811명 중 99%는 사업장 운영에서 난방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응답자의 85.1%가 감소했다고 답한 반면, 난방비는 96.9%가 증가했다고 답해 체감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고정비용을 제외한 변동비에서 난방비가 차지한 비중은 10~30%46.7%로 가장 많았고 30~50%26.2%를 차지했다. 난방요금 급등에 따른 대응책으로는 난방 시간과 온도 제한40.8%, ‘별다른 대안 없음35.8%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가동시간 단축으로 대응에 나섰다.

충남 천안의 강섬유 제조공장은 24시간 완전가동 체제에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가동시간을 단축했다. 이 업체 대표 한모씨는 전기난로로 난방을 하는데 이번 달 전기요금이 지난달보다 배로 늘어난 2000만원이 나와 기온이 떨어지는 밤까지 난방할 엄두가 도저히 안 났다인건비도 부담이었는데 전기요금까지 무섭게 오르니까 결국 밤·새벽 시간에 운영하지 않고 하루 12시간만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뿌리업종의 경우 24시간 가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금속열처리업계 관계자는 연속로와 같이 계속해서 열에너지를 사용하는 업체의 경우 매출액이 200억원이라면 전기요금만 매년 60~7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최근 자동차 생산 감소 등 납품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업종의 특성상 설비라인 일부를 멈출 수도 없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손실을 그대로 안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사에서도 언급됐듯이 에너지 비용이 오른 만큼 제품 단가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울산에 있는 한 에폭시수지 제조업체는 지난달 스팀 사용료(가스비)1억원 정도 나왔다. 6개월 전 70008000만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오른 것이다. 전기요금은 6000만원 정도 부과됐는데, 역시 6개월 전보다 20% 가량 올랐다. 업체로서는 에너지 비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싶지만,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스요금 두배로 껑충

가스·수도·전기 등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도 울상이다.

대전 서구에서 24시간 찜질방을 운영하는 상모씨는 수도 요금과 가스요금을 포함한 찜질방 운영관리비가 작년 월 평균 1700만원에서 이번 달 3000만원을 넘었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중에서도 가스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1500만원이던 가스요금이 이번 달에만 28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고 한다. 상씨는 “5년 전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계속 힘들었다가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더니, 이번엔 가스비가 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면서 지금이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데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이제는 정말 더는 대책이 없다며 막막해했다.

강원 춘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50만원 정도면 해결이 가능했던 난방비가 지난해 12월 들어 60만원대까지 오르더니 지난달에는 급기야 8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로스팅 머신 등 여러 기기도 자주 사용해야 하는 탓에 이달 오를 예정인 전기료도 걱정했다.

이씨는 매출은 줄었는데 난방비와 전기세는 오르면서 가게 부담도 늘어 주말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5명을 4명으로 줄일 계획이라며 오후 10시까지 하던 영업시간도 오후 9시까지로 단축하려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난방비 아끼려 가동시간 단축

뿌리업종 고스란히 손실 부담

찜질방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

中企·자영업, 맞춤요금제 촉구

긴급 에너지 바우처 신설 강조

 

·소규모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에 떠밀려 가격 인상 또는 폐업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대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지난해 12월 전기료 110만원, 1월 전기료 210만원이 찍힌 고지서를 내보이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김씨는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최근에 안 오른 게 없다고는 하지만 헬스장 사장 입장에서 헬스 이용요금을 갑자기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대구에서 20년째 PC방을 운영 중인 이모씨 역시 시간당 이용 요금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1월에 1시간당 요금 100원을 올렸는데 한 번 더 올려야 하나 싶다매출은 오르지 않았는데 인건비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전기료까지 오르니 다른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달 전기료만 370만원을 냈다. 한 달 사이에 100만원을 더 냈다고 말했다.

 

고효율 기기로 교체 지원 필요

앞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돼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지원 정책(복수응답)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등 요금개선82.5%로 가장 높았다. 이어 노후기기 고효율기기 교체 지원’(27.2%), ‘태양광 등 에너지 보조설비 도입’(14.2%)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전기요금 개선과 관련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인하 (55.7%), ‘계절별 요금 조정’(21.6%), ‘시간대별 요금 조정’(16.1%)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난방비 지원 정책으로는 소상공인 난방비 요금 할인51.7%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긴급 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지원’(35.7%), ‘에너지 취약계층에 소상공인을 포함시키는 등 법제화 마련’(9.8%) 순이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빠르면 이번 주 부터 산업현장에서는 1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이 반영된 요금고지서를 받아보게 되는데, 본격적인 제조업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될 우려가 있다중소기업 부담완화를 위해 중소기업 전용전기요금제 신설 및 전력기반기금부담금 완화, 고효율기기 교체지원 등 중장기 체질개선 대책과 분할납부 도입 등 단기 납입부담 완화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가스와 전기는 소상공인 영업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긴급 에너지 바우처 등을 편성해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고 에너지 급등 상황에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제화해 현재와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에너지공기업의 적자와 무관한 세금들을 과감히 인하해야 한다면서 전기요금은 요금총액의 3.7%를 준조세 성격의 전력기반기금 부담금으로 징수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여유재원만 3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LNG의 경우, 발전용 LNG에 한해서만 개별소비세를 15% 일시인하하고 있는데, 산업용도 발전용에 준하는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가 수차례 건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중소기업전용 전기요금제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며 중소기업 전용요금제의 핵심은 불합리하게 적용되던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현실에 맞게 바로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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