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업체 CATL과 제휴…국내 배터리업계 대응전략은

중국 CATL은 지난해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7%를 차지한 기업으로 포드가 CATL과 합작한 것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중국 CATL은 지난해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7%를 차지한 기업으로 포드가 CATL과 합작한 것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포드 자동차가 중국 기술을 빌려 미국 미시간주 마셜에 35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뉴욕타임스(NYT)213(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드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 기술을 이용해 배터리를 생산하되 공장 지분은 100% 소유·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규정을 담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우회하는 방식의 투자다. IRA는 배터리 핵심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202350%~2029년까지 100%)을 북미에서 생산 조립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해외 우려 집단에서 공급한 부품이 포함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전기차산업화 담당 부사장인 리사 드레이크는 인터뷰를 통해 해당 공장은 일반적인 합작투자의 방식이 아닌 포드의 완전 자회사 형태가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드레이크 부사장은 전략적 파트너가 될 CATL로부터는 기술을 라이선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CATL은 지난해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7%를 차지한 기업이며 미국 내 공장은 없다.

이번 합작 사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여부는 미국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IRA 세부규정을 통해 정해지겠지만, 이를 배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배터리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이 같은 미중 기업 간 합작 형태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대표 기업인 포드의 입장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포드가 중국 CATL과 합작한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기차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가 지을 마셜 공장은 리튬, , 인산염을 포함하는 LFP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LFP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코발트, 니켈을 포함한 배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지만 충전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짐 팔리 CEO“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는 66% 급증했는데 포드는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기차를 미국에서 팔았다. 포드는 전기차 생산량을 20212만대에서 2026200만대로 늘리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회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포드는 마셜 공장에서 연간 전기차 40만대에 필요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LFP배터리를 머스탱 마하-E’와 픽업트럭 ‘F-150라이트닝에 장착할 계획이다.

포드가 저가형 배터리 탑재를 늘리는 점은 국내 업체들에 위협 요소다. 포드와 CATL의 협력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배제로 반사이익이 기대되던 국내 배터리 업계에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IRA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향후 중국이 공식적인 지분을 보유하지 않으며 기술만 제공하는 형태로 북미 진출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3.7%로 전년(30.2%) 대비 6.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02148.2%에서 지난해 60.4%로 상승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에 따른 중국 배제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다.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이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국내 배터리 3사가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를 더 싸게 구매하려는 미국 완성차 회사와 중국 배터리 업체 간 협력 시도에 새로운 대응 전략을 짜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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