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화근은 라이크기획이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 기획사다. 콘텐츠는 기획력이 생명이다. K팝 콘텐츠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대다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유통은 단일하게 해도 기획은 여러 기획사에 의존하는 이유다. 음악 시장에선 멀티 레이블 체제라고 한다.

그런데 SM엔터테인먼트는 20년 가까이 라이크기획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바꿔 말하면 SM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 단일레이블 체제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라이크기획 단일 레이블 체제는 결과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를 앞세운 YG한테 걸그룹 시장을 내주고 방탄소년단을 앞세운 하이브한테 남성그룹 시장을 내준 근본 원인이 됐다.

멀티 레이블 체제를 앞세운 하이브가 이른바 4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뉴진스를 성공시키면서 SM엔터테인먼트의 위상은 더욱 위축됐다. 이수만은 K팝 산업의 파운더지만 이수만의 전성시대는 소녀시대까지였다.

 

누적기획료만 1500억 챙겨

문제는 매년 SM엔터테인먼트 매출의 6%에 달하는 라이크기획의 인세였다. 2021년에만 라이크기획은 240억원을 기획료 명목으로 가져갔다. 이렇게 가져간 누적 기획료만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이 소녀시대였다면 문제 삼기 어려웠다. 아무리 매출의 6%가 과도한 계약이라고 해도 그만큼 돈값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뉴진스 시대여서 문제를 삼을 수 있게 됐다. SM은 에스파 시대를 열고 싶었을 테지만 승자는 하이브의 뉴진스였다. 돈 값은 못하는데 목돈만 챙겨가니 내부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맨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건 2017KB자산운용이었다.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66%를 가진 기관투자자다. KB자산운용은 라이크기획으로 인해 SM주식이 저평가받고 있다고 봤다. 하이브의 시총은 8조원이 넘는다. SM의 시총은 3조원도 안 된다. 그렇지만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KB자산운용의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

KB자산운용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얼라인파트너스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년 설립된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로서 경영진한테 기업경영개선을 요구하고 주가를 높여서 차익을 실현한다. 이때 경영진한테 요구하는 기업경영개선 사항은 실제로 개선일 수도 있고 실제론 개악일 수도 있다. 상관이 없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는 경영혁신이 아니라 주가상승이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2년 초 SM엔터테인먼트 주식 1%를 매집했다. KB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라이크기획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역시나 SM경영진과 이수만 프로듀서는 무시했다.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소액주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찾아다니면서 설득했다. 이게 통했다.

이수만, SM지분 14.8% 매각

하이브, 1대주주로 전격 등극

카카오 추가지분매입도 관심


미운 털라이크기획에 발목

단독레이블체제 고수가 화근

SM경영진마저 이수만과 결별


지나친 기획료 챙기기도 문제

얼라인파트너스 강력히 반발

행동주의 펀드, 대주주에 승리

 

20223월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는 보란 듯이 승리를 거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 감사로 곽준호 전 KCF테크놀로지스 CFO를 선임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감사는 라이크기획의 경우처럼 불공정하다고 의심되는 기업내부거래를 감시하는 자리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8.45%를 가진 대주주다. 그런데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수만 프로듀서의 이익과 직결된 라이크기획 문제를 감시할 수 있는 감사 선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67.47%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라이크기획은 SM주주들 사이에선 그만큼 공분의 대상이었다. 여기에 8.96%를 가진 국민연금까지 동조하자 이수만 창업주도 어쩔 수 없었다. 라이크기획 같은 명분으로 반이수만 전선만 만들 수 있다면 아무리 대주주에 창업주여도 표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시장 논리가 현실로 입증된 순간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SM엔터테인먼트 로고

얼라인파트너스는 다시 한번 20233월 주총을 겨냥했다. 20221214일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는 64페이지 분량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은 보통 주주서한으로 시작된다. 일종의 선전포고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1명인 사외이사를 이사회의 과반수까지 확대하도록 요구했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사외이사는 4명이다.

또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개정도 요구했다.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ESG위원회 그리고 내부거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모두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를 겨냥한 내용들이었다.

 

카카오에 손내민 SM경영진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20229월에 이미 라이크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의 계약을 2022년 말까지로 조기종료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문제였다. 20223월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한테 승리를 안겨줬던 명분이 약화된 꼴이었다. 게다가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 115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만나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한 거버넌스 요구내용도 대부분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3월 주총 패배의 영향이었을 수도 있다. 당시 이수만 프로듀서는 자신과 동업 관계인 학계 인사를 사외이사로 위촉하려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이수만의 카리스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수만 프로듀서도 이수만 없는 SM이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한 셈이었다.

다만 한가지만큼은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때까지 SM사태는 이수만 대 얼라인의 대결이었다. ‘대주주 vs 행동주의펀드의 충돌이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건 1월 설날 연휴 즈음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갑자기 이사회를 개최한다. 얼라인엔터테인먼트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로 의결한다. 23일에는 SM3.0 계획을 발표한다. 라이크기획과 이수만 프로듀서를 제외한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골자였다.

정작 SM 내부에선 멀티레이블 체제라기보단 하나의 회사를 5개로 쪼갠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총괄 프로듀서 체제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수만 프로듀서 대신 현 경영진이 맡기로 했다. 분명해진 건 SM경영진이 앞장서서 이수만 배제를 공식화했다는 사실이었다. SM사태가 이수만 vs 얼라인의 싸움에서 이수만 vs 얼라인과 SM경영진의 싸움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결정타는 지난 27일 발표된 카카오에 대한 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 결정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카카오가 주당 9만원에 지분 9.05%를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카카오가 SM2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카카오는 2022년 내내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해 공을 들였다. 멜론이라는 음원 플랫폼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를 가진 카카오 입장에서 SMIP가 탐나는 건 당연했다.

다만 라이크기획 문제가 끝까지 풀리지를 않았다. SM을 탐냈지만 라이크기획 때문에 입맛을 다신 건 네이버와 CJ도 있었다. 그런데 라이크기획 문제를 풀어낸 건 얼라인이었다. 심지어 SM경영진은 이수만 프로듀서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카카오한텐 기회였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입장에서 보자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분 1%를 가진 사모펀드가 라이크기획을 명분으로 소액주주들을 움직여서 대주주인 자신의 손발을 묶었다. 사적으론 친인척인 현 SM경영진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SM에서 지웠다. 심지어 얼라인파트너스와 사전에 손을 잡은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도 많았다. 심지어 자신뿐만 아니라 원래는 SM경영진들도 거부했던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들이는 상황이었다. 이때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배신이었다.

 

하이브 손들어준 이수만

210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는 자신의 지분 14.8%422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해버린다. 이수만 대주주는 많게는 수천억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조차 포기해버렸다. 이로 인해 하이브는 순식간에 SM1대 주주가 됐다. 또한 라이크기획을 포함한 각종 계열사 이해관계 정리도 하이브에 일임했다. 동시에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가 가처분 신청을 낸다. 대주주이자 창업자 이수만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대주주이자 창업주로서 SM의 새로운 주인으로 카카오는 거부하고 하이브 자리를 선언한 셈이다. 이수만 vs 얼라인과 경영진과 카카오의 대결에서 승자는 하이브였다.

하이브는 31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이미 SM 주가는 12만원을 넘어섰다. 공개매수는 실패할 공산이 크다. 시장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하이브한테 주식을 팔 주주들은 없다시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22일로 심문기일이 잡힌 유상증가 금리 가처분 소송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중가 12만원 이상인 주식을 SM경영진이 카카오한테 95000원에 신주를 넘기는 건 문제 삼을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상법상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은 유상증자가 금지된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SM이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법원은 36일 카카오의 신주 납입 대금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 관련해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이수만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하이브와 이수만의 부전승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카카오가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지금 주식을 사봐야 20233월 주총에선 의결권이 없다. 오히려 적대적 M&A로 찍힐 수 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욕을 먹어온 카카오한텐 부담이다. 결국 3월 주총은 하이브가 선임하고 이수만이 지지하는 새로운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이수만을 버린 현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경영권 다툼이 될 공산이 크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이수만이 기획한 마지막 K-POP 무대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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