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구_숙명여대 경영학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용구_숙명여대 경영학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엔데믹을 맞이하고 있는 2023년 현재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소비자 수가 감소하고 동시에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수출, 수입이 동시에 감소해 역대급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위기가 다소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시 위기시대를 말하는 신조어인 퍼머 크라이시스’ (perma-crisis) 라는 개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201730년간의 일본 장기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과 흑자를 만들어낸 52개 일본 중소기업의 스토리를 모아 불사조 기업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불사조 기업의 공통점이자 비결은 바로 고객 친밀성이었다.

고객 친밀성이란 고객을 이해해 소통하는 능력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만 내세우지 말고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와 매장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포인트 즉 고통점’(pain point)을 파악하고 이 문제를 감소시켜줄 수 있는 추가적인 서비스와 감성가치에 호소하는 고객 친밀성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고객 친밀성이 지속성장 비결

대체 거래처 확보도 생존전략

더욱 치밀한 숫자경영 바람직

일본의 불사조 기업 한즈만고객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회사의 기본이라며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매장 분위기를 만들어낸 홈센터다. 매주 300개의 추가상품이 입고되는데 대부분 고객이 요구한 상품들이다. ‘찾는 상품이 없으면 직원에게 말씀해 주세요라고 쓰인 안내문이 매장 이곳저곳에 부착돼 있다. 고객요구 상품을 니즈 상품이라고 부른다. 니즈 상품 중 시판되지 않은 상품은 제조 기업에 직접 제조 의뢰하기도 하고, 국내에 없는 경우에는 해외에서 직접 소싱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즈만에 가면 반드시 원하는 상품이 있다라고 고객들이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한즈만의 영업철학이다.

후지산쇼카이라는 일본 기업이 있다. 아이스크림 도매시장에서 1980년대 한때 20%를 점유했던 최대 도매기업 중 하나다. 1953년 창업한 후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1990년 버블붕괴 이후 아이스크림 수요가 부진해지고 특히 최대 거래처였던 마이카루가 파산하면서 실적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2003년 파산신청을 할 때 부채총액은 630억엔에 달했다. 편의점들의 PB 개발 추세에 대응하지 못했고 최대 거래처가 붕괴하면서 대체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기업 부도사례다. B2B 거래를 주로 하는 중소기업은 거래처에만 의존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최대 거래처가 망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플랜 B를 준비해 둬야 한다.

위기의 시대, ‘고객 친밀성’‘플랜 B’와 더불어 숫자 경영을 더욱 치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다이소 박정부 회장의 자서전 천원을 경영하라를 읽어보면 박회장이 45세에 다이소를 창업해 1000원에 올인한 35년 경험을 읽을 수 있다. 결국 그는 매장수 1400, 매출 3조원의 국민가게 다이소를 만들었고 그 비결은 1000원짜리 상품을 탄생시키기 위한 처절한 고민과 숫자 경영이었다. 요약하면 고객친밀성을 높이고 플랜 B를 준비하며 원가와 숫자를 더 철저히 관리하는 길만이 위기의 시대에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다음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