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일부 국가에서 구독료를 인하한다.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최근 30여개 국가에서 요금을 인하했다.

외신은 넷플릭스가 최근 몇 주에 걸쳐 중동, 아프리카,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시장 일부 국가에서 월 구독료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요금 인하 적용을 받는 국가는 예멘, 요르단, 케냐,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나카라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다. 미국과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몇몇 국가에서는 특정 요금제의 가격만 인하되며 할인율은 최대 50%다.

넷플릭스 대변인은 일부 국가에서 요금제 가격이 업데이트됐다고 언론을 통해 확인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회원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전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넷플릭스는 항상 구독자들의 경험을 향상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특정 국가에서 요금제의 가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사실 넷플릭스는 과거에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때와 사용자를 빠르게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구독료를 인하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는 아마존 프라임·디즈니플러스 등과 경쟁이 격화되자 인도 시장에서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본상품에 해당하는 베이직 플랜 가격을 60% 인하했다.

이번 넷플릭스의 결정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의 가격 인하는 아직까지 주요 OTT들이 해외 시장에서 구독료를 어떻게 책정해야 가입자 상승과 매출로 이어질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임원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올리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레그 피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점유율이 크지 않은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를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며 “우리는 넷플릭스가 대체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 UBS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애널리스트 존 호둘릭은 이번 가격 인하가 “넷플릭스의 최근 추세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스트리밍 산업의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치열한 시장 경쟁과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늘어나며 성장세가 둔화하자 비용 절감에 나서는 한편, 저렴한 광고 지원 요금제와 계정 공유 단속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일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나의 계정을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수익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뉴질랜드,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 등 4개국에서 계정 공유 단속을 위해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가입자와 한 가구에 살지 않는 이용자와 공유할 때는 수수료를 내야 해 일부 가입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사용자들이 이번 조치를 반기지 않을 것이며 일부는 서비스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국은 현재까지 구독료 인하 대상 국가에 포함되진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아직까지 계정 공유도 금지하고 있진 않다. 추후 계정 공유 조치가 적용된다면 인터넷 접속 위치가 같을 때만 계정 공유가 가능하다. 다른 위치에서 계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수수료를 내고 하위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2월 23일 가격 인하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넷플릭스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35% 떨어진 323.65달러에 마감됐다.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