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를 적용한 수많은 응용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질 전망이다. 그 기반엔 오픈AI의 GPT 모델이 있다. 모두가 GPT API를 기반으로 새로운 적용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7월 한여름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서 저녁회동이 열렸다.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티엘, 리드 호프만이 모임의 주최자였다. 머스크와 티엘과 호프만은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린다. 2000년대 초반 페이팔을 공동 창업해서 이베이에 매각했던 성공의 주역들이다. 그 뒤로 머스크는 테슬라를 인수했고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피터 티엘은 보안업체 팔란티어를 창업했다. 리드 호프만은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을 창업했다. 세 사람 모두 재력과 인맥에선 실리콘밸리 탑티어급 실력자들이었다.

여기엔 초대 손님이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샘 알트만 당시 Y콤비네이터 CEO였다. 지금은 챗GPT를 만든 생성AI 스타트업 오픈AICEO로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Y콤비네이터는 2005년 유명 VC투자자인 폴 그레이엄이 설립한 실리콘밸리의 창업 사관학교다. 에어비앤비, 코인베이스와 도어대시의 창업자가 모두 Y콤비네이터 출신이다. Y콤비네이터는 실리콘밸리에서 최상급 인재풀이다. 유능한 기획자와 개발자는 앞다퉈 Y콤비네이터로 모여든다.

여기에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함께 했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딥러닝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2012AI 알렉스넷을 이미지 인식대회에서 우승시키면서 주목 받았다. 구글에 입사해서 자연어처리 모델인 Seq2Seq를 만들었다. 또한 머신러닝 시스템인 텐서플로를 개발했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에게 빅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가르친 머신러닝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모임의 대화는 인공지능의 미래로 모아졌다. 당시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구글이었다. 구글은 20141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7000억원에 인수한 상태였다. 당시 딥마인드는 설립된지 4년 정도 밖에 안 된 직원 50여명의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도마 위 오른 구글 AI 독점

구글에 앞서 페이스북도 2013년 딥마인드 인수를 고려했지만 포기했었다. 구글은 막대한 검색광고 매출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라는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 독점하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돈 있고 기술 있는 구글을 인공지능 분야에서 대적할 경쟁자는 없어 보였다. 당시는 분명 구글의 시대였다.

자연스럽게 구글 독점에 대한 우려가 도마 위에 올랐다. 페이팔 마피아와 샘 알트만 그리고 일리야 수츠케버는 구글이 AI 기술과 기술자·모델까지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안 AI 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픈AI의 초석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자금은 페이팔 마피아가 댔다. 인재는 샘 알트만이 이끄는 Y콤비네이터에 있었다. 기술은 일리야 수츠케버가 있었다. 201511월 샘 알트만은 Y콤비네이터를 떠나 창업자 겸 CEO로서 오픈AI를 설립했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의 최고연구원을 맡는다.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대의명분은 반구글이었다. 반구글 동맹이 결성된 멘로파크는 1998년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구글을 창업했던 장소였다.

이렇게 반구글 동맹이 결성되던 무렵 구글은 권력교체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구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건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그리고 에릭 슈미트로 이어지는 황금 트리오 경영진이었다. 기술자들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그리고 전문경영인 에릭 슈미트는 기술과 사업의 양날개로 구글이 최강 빅테크가 되도록 이끌었다.

게다가 구글엔 새로운 미래도 있었다. 유튜브였다. 2005165000만 달러에 사들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텍스트 검색에서 동영상 검색으로 검색 패러다임을 옮겨놓고 있었다. 주축은 수잔 워치스키였다. 수잔 워치스키는 유튜브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2005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것도 수잔 워치스키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잠재력을 알아본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검색엔진 기술에서 검색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도 수잔 워치스키였다. 페이스북을 현금화한 게 셰릴 샌드버그였다면 구글을 머니타이제이션한 건 수잔 워치스키였다. 수잔 워치스키는 20142월 유튜브의 CEO가 됐다. 당연히 유력한 차기 구글 CEO로 거론됐다.

오픈AI구글 대의명분 내걸고 태동

AI기술 민주화·기업이익 창출 두 토끼

모든 스타트업에 범용 AI 활용 기회 부여


MS, 일런 머스크 오픈AI지분 전량 매입

GPT 출시로 대박생성 AI 빅뱅 촉발

결론은 순다르 피차이였다. 2015년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 에릭 슈미트는 물러났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알파벳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구글은 인도공과대학 출신의 정통 기술맨인 순다르 피차이한테 맡겼다. 수잔 워치스키가 순다르 피차이와 구글 CEO 자리를 놓고 끝까지 경합했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선택은 하버드 출신 문학도가 아니라 인도의 MIT 출신 공학도였다. 게다가 2015년엔 세르게이 브린이 이혼했다. 세르게이 브린은 수잔 워치스키의 여동생 앤 워치스키와 부부 사이였다. 워치스키 자매는 구글 공동창업자와 가족이었다가 남남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을 지배하겠다는 야심과 구글 특유의 기술중심주의 그리고 어쩌면 인간적인 관계까지 겹치면서 구글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업이 돼 가고 있었다.

 

인간지능으로 선회한 머스크

오픈AI는 구글의 빈틈과 반구글 동맹을 동력으로 탄생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회사도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이득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오픈AIAI 기술의 민주화라는 목표와 개별 기업의 이익 창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오픈AI가 처음엔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구글처럼 AI 기술을 독점하지 않는다는게 오픈AI의 설립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오픈AI가 개발한 GPT 초기 모델들은 모두 상업화되지 않은 범용인공지능이다. AGI라고 불리는 범용인공지능을 어떤 스타트업이든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한다는게 오픈AI의 목표다.

사진은 왼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알트만 챗GPT 창업자,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은 왼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알트만 챗GPT 창업자, 사티아 나델라 MS CEO

문제는 오픈AI 이사회 구성원인 일런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에 관련돼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 뉴럴링크 설립했다. 뉴럴링크는 인공지능에 맞서 인간을 초인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인간의 뇌에 컴퓨터를 인식해서 인간지능이 인공지능과 경쟁하게 만든다는 게 비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전뇌가 바로 뉴럴링크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 뇌에 의식한 것이다. AGI를 만들자며 오픈AI를 발기한 머스크가 한편에선 인공지능에 맞서는 인간지능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머스크의 자동차회사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자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오픈AI의 챗GPT가 글을 읽고 쓰는 인공지능이라면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몸을 움직이는 인공지능이다.

2017년 오픈AI의 초기 핵심 연구원 가운데 한 사람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테슬라로 이직한다. 안드레이 카파시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안드레이 카파시는 최근 다시 오픈AI로 복귀했다. 이렇게 범용 인공지능 기술을 놓고 한쪽에선 투자하고 한쪽에서 저항하고 한쪽에선 독점하는 머스크가 머스크한 행보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8년 머스크는 오픈AI 이사회에서 사임한다.

이게 마이크로소프트한테 기회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최고경영자가 되기 전에 서버 사업과 검색엔진 빙을 담당하는 수석 부사장을 거쳤다. 솔직히 MS에선 비주력 분야였다. MS의 꽃은 언제나 윈도우였다. 사티아 나델라는 윈도우 중심 MS를 서버 그러니깐 클라우드 중심 MS로 재편했다. 다음은 검색엔진이었다.

결국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검색과 연결됐다. AI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티아 나델라는 일런 머스크의 오픈AI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이걸 지렛대로 201810억달러를 오픈AI에 투자했다. 비영리 연구기관 오픈AIMS의 자본이 침투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구글한테 한참 밀린 MS로서는 오픈AI만이 인공지능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오픈AI 모델에 순응하라

MS는 오픈AI에 자본 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기술을 대주기 시작했다. 20196월 출시된 GPT-3는 막강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했다. 오픈AI도 초거대 언어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선 빅테크의 인프라가 필요하다는걸 절감하고 있었다. 이전까진 이론적이고 기술적인 연구만 해도 됐다. 이제부턴 이론과 기술을 실험하고 실용화해야하는 단계였다. 이미 머스크의 지분을 인수한 MS가 오픈AI가 손을 내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픈AI20193월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영리기업으로 전환했다. MS의 투자금 10억달러를 받아들였다. 이때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비판했다. “이것은 오픈AI의 설립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반대다. 이제 오픈AI는 본질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지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픈AIMS에 기울어지게 만들었던 건 머스크 자신이었다.

결국 오픈AI202211월 챗GPT를 출시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대중성까지 겸비한 히트 제품인 챗GPT는 생성AI빅뱅의 기폭제가 됐다. 이제까지 먼 미래 이야기로만 느꼈던 일반 소비자들도 스스로 학습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는 생성AI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관심은 곧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진다. 생성AI를 적용한 수많은 응용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질 차례라는 뜻이다. 물론 그 기반엔 오픈AIGPT 모델이 있다. 모두가 GPT API를 기반으로 새로운 적용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이렇게 등장한 AI 스타트업들을 중간계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AI 관련 지식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려는 것엔 회의적이다. 대신 이걸 기반으로 새로운 사용 가치를 찾아내는 중간층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오픈AI 모델에 저항하지 말고 순응하라는 뜻이다. 이제부턴 오픈AI의 시대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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