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입사 동기가 될 뻔했던 모 대기업 출신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아마도 신현확 전 총리와 이수빈 사장 등에게 최종 면접을 치렀을 것이다. 그에 의하면 어떤 때는 잔업시간만 한 달에 200시간에 이르렀다고 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도 돌아가서는 안 되는 초인적인 근로시간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주간 최대 근무 가능시간은 제한하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해야 된다고 본다. 현재의 실행력과 속도뿐만이 아니라 아직은 월간 잔업시간이 50시간쯤은 돼야 경쟁국들보다 앞서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어 더 일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비상한 노력 없이 세계 5위권에 도달할 수는 없다.

새해가 됐지만 이전의 문제는 새로운 장부에 그대로 이월된다. 고물가, 고금리, 공공요금 인상, 저출산, 북한의 핵무기 도발, 정쟁에 잡힌 민생 현안, 조금씩 개선되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도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의 수출 부진 등 난제 아닌 것이 없다. 예전보다 덜 쓰고도 훨씬 더 나온 난방비에 다들 화들짝 놀라고 있다.

52시간제 유연한 적용 필요

기업 옥죄는 규제 없애야 마땅

삼성전자, 토종 앰코인수 기대

경제문제가 만만치 않지만, 산전수전을 겪으며 상당한 내공을 축적한 경제 주체를 비롯한 우리 국민이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핵무기는 5000만명의 존망이 달린 문제이기에 북핵위기가 고조될 때만 일과성으로 제기할 사안이 아니고 일단 방향이 정해졌으면 국제사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경제든 안보든 바보 같은 이상주의(idiotic idealism)가 역사상 성공한 예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온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일본이 대만과 합종연횡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반도체 리쇼어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의욕만 가지고 되지 않는 것이 첨단산업이다. 사업 초기엔 늘 대규모 적자를 낼 수 있고 이걸 이겨내기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생산비 줄이겠다고 오랫동안 아웃 소싱하다 보니 반도체 엔지니어와 관련 인력이 크게 줄어 단기간에 충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와 경영진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삼성전자가 세계 2위의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앰코를 인수했으면 좋겠다. 국내 토종 기업으로 30년간 세계 반도체 외주 패키징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업계를 호령했던 앰코(구 아남산업)는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하며 한 눈을 파는 사이 한국인 창업주의 미국인 장남의 기업에 인수되며 2000년대 초 대만 기업 ASE1위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앰코의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 1위라 해도 손색이 없다. 약점이었던 패키지 테스트도 20여년간 집중해 상당한 경험도 쌓았을 것이다. TSMC는 이미 오래전부터 파운드리 고객에게 원하는 경우 패키징도 자사에서 동시에 제공하는 턴키 비즈니스를 통해 고객을 묶어 두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아무튼 이들 도전국들을 다시 한번 제압하며 왕좌를 굳건히 지키길 기대해 본다.

요즘 들어 중소기업 경영진과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이 부쩍 늘어난 것은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리더가 움직여야 아랫사람들도 그 방향으로 바뀐다. 산업현장에서 그런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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