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12년 안에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유럽의회는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이 12년 안에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유럽의회는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12년 안에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14(현지 시각) 유럽의회는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EU 회원국들의 탄소배출 규제 합의안을 담은 이번 법안은 찬성 340, 반대 279, 기권 21표로 가결됐다. 가결된 법에 따르면 EU 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5년부터 탄소배출이 없는 신차만을 내놓아야 한다. 중간목표치로 2030년 신규 승용차와 승합차의 탄소배출량은 2021년 대비 각각 55%50%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까지 EU 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대해 보고 및 평가 방법론을 마련한다. 이후 2025년말부터 2년 주기로 EU 역내 자동차 시장의 넷제로(Net Zero) 전환율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업들의 정보 공개를 위해 필요시 추가 법안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간 신규차량 등록대수가 1000대 미만인 업체는 감축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간 신규 승용차 등록대수가 1000대 이상 1만대 이하, 연간 신규 승합차 등록대수가 1000대 이상 22000대 이하인 업체의 경우 중간목표치를 달성할 필요 없이 2035년까지 감축 의무가 유예된다. EU이사회의 정식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이번 법은 3월경 실제 효력이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기차 전환 정책을 두고 EU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같은 전통적 자동차 강국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내연기관차 시장에선 강자들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 1위 국가는 중국이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장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사실상 독점한 상태다. 환경 보호를 선택할 것이냐, 자국 산업을 보호할 것이냐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유럽 자동차 강국들은 전기차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의 63%는 중국이 차지했다. 2위는 20%인 유럽이고 3위는 미국으로 10%. 특히 브랜드별로 보면, 1위는 미국의 테슬라다. 2위부터 7위 중 중국 업체가 3개이고 유럽 업체는 4위 폭스바겐, 6위 르노닛산얼라이언스로 두 곳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같은 독일의 자동차 강국들은 10위권을 기준으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유럽 자동차 강국들로선 기득권을 뺏기게 되는 것이고, 전기차 전환에서 주도권을 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현지 시각) “독일과 이탈리아가 유럽의회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에 대한 공식 승인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조치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앞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교통부 장관은 자살 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 기업에 선물을 안겨주는 꼴이라고도 지적했다. 미국의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발언이다.

이탈리아는 자국과 입장이 같은 프랑스 및 독일과 연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탈리아 아돌포 우르소 비즈니스 및 이탈리아산 담당 장관은 지난달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기존 내연기관 엔진에 합성연료를 사용하면 퇴출을 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합성연료는 휘발유나 경유처럼 연소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전기차만큼 적다는 게 독일 측 주장이다.

이탈리아는 자국과 입장이 같은 프랑스 및 독일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르소 장관은 4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도 협의할 계획이다. 우르소 장관은 유럽의 3대 산업 국가(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힘을 합치면 유럽 규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나라가 연합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도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의 반발은 생각보다 거셀 것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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