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은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봄이 가까워오니 설레는 마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봄의 시작인 3월을 맞아 한국관광공사는 콧노래 부르며 떠날 수 있는 음악이 있는 여행지를 추천한다. 추천 여행지는 서울 하이커그라운드, 파주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과 하이마트음악감상실,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통영국제음악당과 윤이상기념관, 영암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등 6곳이다. 모두 따사로운 햇살처럼 포근한 추억과 낭만을 선사할 감미로운 공간들이다.

서울 하이커그라운드 , 춤추는 그대가 바로 뮤직비디오 주인공

봄 기운과 함께 들뜨는 마음,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실컷 발산해보자. 서울 청계천 변, 초대형 미디어 월에서 눈길을 끄는 영상이 흘러나오는 곳이 있다면 거기가 하이커그라운드다.

하이커(HiKR)한국(KR)이 건네는 반가운 인사(Hi)’, 그라운드는 지구촌 여행자들의 놀이터(Playground)가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5개 층에 걸쳐 K-, 드라마, 아트, 축제 등 다양한 한국 관광 콘텐츠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다. 하이커그라운드의 백미는 2층 케이팝그라운드에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춤추며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현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물은 USB에 담아 가져가면 된다. 가상 세계인 하이커엔터테인먼트의 금 대표와 연습생, 포토그래퍼가 돌아다니며 방문객의 흥을 돋우기도 한다. 춤을 가르쳐주고 함께 춤추며 사진도 찍어준다.

하이커그라운드를 더욱 알차게 즐기려면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두 번 진행하는 정기 도슨트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없다. 하이커그라운드 앞을 흐르는 청계천은 봄날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각종 조형물과 폭포, 벽화 등을 보며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덕수궁이 나온다. 동서양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정관헌과 유럽풍 석조 건축물인 석조전은 구한말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덕수궁에 이어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난 도심 속 시간 여행지, 돈의문박물관마을까지 둘러보면 현대 K-팝부터 근현대 서울, 옛 조선의 정취까지 모두 맛보는 봄날의 타임머신 여행이 완성된다.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파노라마처럼 펼치는 대중음악 100년사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가면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담긴 대중음악을 보고 듣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있다. 국내 최초 대중음악부터 K-팝까지 대중음악 100년 역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은 지상 3층과 지하 1, 야외 공간으로 구성된다. 핵심 전시 공간은 한국대중음악 100년사를 볼 수 있는 2층과 소리 예술 과학 100년 역사를 담은 3층이다. 2층 전시실은 1896년 노래가 녹음된 에디슨 실린더 음반부터 일제강점기에 슬픔을 달래준 음악,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아픔을 담은 노래, 세계를 강타한 K-팝까지 한국 대중음악사를 시대별로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듣고 싶은 곡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 진귀한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웅장한 소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500여 평 규모의 야외공연무대 근처에는 BTS<화양연화 pt.1> 앨범 재킷을 촬영한 보문정이 있다. 연못과 어우러진 아담한 정자로, 특히 벚꽃 필 때 더욱 아름답다. 관람 요일과 시간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는 어른 15천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이다.

경주에 갔으면 대릉원도 꼭 둘러보자. 신라시대 고분 23기가 모여 있는 대릉원을 산책하다 보면 그 옛날의 도읍을 여행하는 실감이 난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 소품 가게가 이어지는 황리단길은 대릉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밤이면 조명이 들어와 화려한 멋을 풍기는 월정교에서 하루 마무리를 하는 것도 좋다.

 

파주 카메라타·콩치노콩크리트, 빈티지 오디오·극장용 스피커 압권

각종 특색 있는 대형 카페들이 즐비한 파주에서도 가장 특별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다.

2004년 문을 연 카메라타는 파주 음악 감상실의 터줏대감이다. 정면을 향해 가지런히 놓인 의자는 공연장을 떠오르게 한다. 전면에 있는 그랜드피아노 뒤로 빈티지 스피커가 늘어섰는데 각각 독일 클랑필름 스피커와 미국 웨스턴일렉트릭에서 제작한 극장용 스피커로 나이만 해도 100살에 가까운 최상의 빈티지 오디오다. 실내 구경을 마친 후에는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음악에 집중하면 된다. 가끔 책을 읽거나 눈을 감고 명상해도 좋다. 클래식을 잘 몰라도 괜찮다. 천창으로 스미는 따스한 봄 햇살이 실내를 가득 메운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과 어우러지며 황홀경을 자아낸다.

카메라타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곳의 콩치노콩크리트는 규모부터 압도적인 신예 스타다. 천장을 개방한 음악 감상실은 높이 9m에 이른다. 역시 웨스턴일렉트릭의 극장용 스피커와 클랑필름의 유러노 주니어 스피커가 커다란 공간 구석구석을 음악으로 촘촘히 채운다.

위 두 곳을 비롯해 파주에는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한번쯤 불러봤을 대중가요를 모티프로 꾸민 마을이 있다.

()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이등병의 편지를 모티프로 꾸민 곳이다. 정겨운 골목을 따라가는 편지길,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카페 바스 등도 재밌다.

 

통영국제음악당, 클래식 선율에 귀기울인 은빛 바다

통영의 봄 바다는 상냥하고 온화하다.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점점이 흩어진 푸른 섬 사이를 여객선과 유람선이 오간다.

두 다리와 해저터널로 통영 시내와 이어진 미륵도에는 눈부신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는 공연장이 있다. 2014년 개관한 클래식 전용 통영국제음악당이다. 계단을 올라 출입구 앞에 서면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품에 안긴다. 음악당을 등지고 서면 아담한 도남항이 눈에 들어온다. 공연을 관람하지 않아도 가볼 만한 풍경이다.

음악당은 갈매기 두 마리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형상의 외관을 한다. 한 마리는 주 공연장인 콘서트홀(1309), 다른 한 마리는 다목적 홀인 블랙박스(254). 특히 창으로 다도해가 보이는 콘서트홀의 대기실은 국내외 연주자 사이에서 늘 화제라고 한다.

3월 말에는 눈부신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여행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오는 331일부터 49일까지 열리는 2023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음악제로 벌써 올해로 21회째다.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을 살펴보려면 통영 시내 생가 터 부근에 조성된 윤이상기념관을 방문하면 된다. 가까운 서피랑 공원도 가볼 만하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서포루에 오르면 강구안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랫동네엔 윤이상이 학교 다니던 골목도 있다. 미륵산 가는 길목 봉수골에서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전혁림미술관과 봄날의책방도 들러보자.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모퉁이 돌아서니 서른즈음에들리는 듯

사실 고() 김광석의 노래로 진짜 유명한 곳은 대구다. 김광석이 유년시절 뛰놀았다는 대봉동 골목에는 그의 목소리와 미소를 빌려 조성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있다.

기다려줘’‘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등의 곡을 노랫말과 함께 꾸민 벽화, 김광석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조형물, 생전에 남긴 주옥같은 노래로 길목을 채웠다.

길 끝 대형 기타 조형물에서 모퉁이를 돌면 김광석스토리하우스가 나온다. 가수의 삶과 노래, 음반을 만나는 장소다. 콘서트 영상 다시보기는 물론 추억의 노래를 홀로 듣는 청음 공간도 있다. 성인 기준 단 돈 2000원이면 한 시대를 보듬은 뮤지션의 삶을 모두 훑어보는 것이 가능하다.

거리 곳곳 추억의 선율이 흐르는 대구 중구에서도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젊은 날의 추억 그 자체다. 1957년 옛 대구극장 근처에 문을 열었다가 1983년 이곳 동성로로 이전해 3대째 운영 중이다. 음악감상실이 유행하던 1970~80년대, 대구에서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는 여전히 향수 가득한 장소다. 당시 회원들이 지금도 이곳 문을 두드린다.

최근에는 레트로 바람을 타고 젊은 층이 이곳을 찾는다. 복고 분위기를 느끼려는 지금의 청춘들은 클래식 외에도 산울림, 김동률 등의 노래를 신청한다.

향촌동에 자리한 녹향은 1946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고전음악 감상실이다. 초창기 축음기와 LP반 등이 있으며 은발의 멋진 DJ가 틀어주는 고전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100년 세월을 간직한 도심 골목인 진골목으로 가면 올드 팝이 흐르는 미도다방이 있다. 쌍화탕 향기와 오래된 팝송 선율로 가득찬 미도다방에서는 세월을 넘나드는 낭만이 느껴진다.

 

영암 한국트로트가요센터, 트롯 전설 하춘화의 ‘60년 노래인생조우

몇 년 전부터 트로트 열풍이 뜨겁다. 한때 흘러간 가요 취급을 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성시대라 할 만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만약 스스로를 트로트 마니아라고 생각한다면 흥얼거리며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찾아보자.

전남 영암에 위치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대중음악 대표 장르인 트로트를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단순한 관람에서 벗어나 직접 선곡해 감상하고 불러보는 등 체험할 거리가 풍부하다.

1층 한국트로트역사관에 들어서면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트로트의 역사가 펼쳐진다. 옛날 음악다방처럼 꾸민 공간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감상하거나 무대의상을 입고 애창곡을 부르며 숨은 실력을 뽐낼 수도 있다.

2층은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무대의상과 신발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 등 60년 남짓한 노래 인생의 모든 공적이 담겨 있다. 옥외로 나서면 하춘화, 남진, 김연자, 장윤정 등 내로라하는 트로트 스타의 핸드프린팅이 있다. 관람료는 어른 6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2천원인데, 50%를 영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꽤 쏠쏠하다.

하춘화노래비 맞은편의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은 우리 민족 고유의 가락을 즐기는 곳이다. 소뿔과 순금으로 제작한 국내 유일의 화각 가야금도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월출산기찬랜드 안의 영암곤충박물관을 추천한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곤충 표본은 물론, 살아 있는 곤충과 파충류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 : 신다솜 칼럼니스트·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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