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이나 화물선 같은 상선은 운항 스케줄이 이미 잡혀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출항시키려면 철야 수리를 해야 할 때가 있어요. 52시간으로는 너무 타이트해요. 긴급한 수리가 많고, 밤이든 낮이든 물때에 맞춰서 작업을 해야 하는 우리 중소조선업체들에게는 연장근로 단위기간이 늘어나면 많이 도움이 되죠.”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사업주와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더욱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52시간제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 지 18개월만이다.

정부 개편안의 핵심내용은 주 단위로만 허용되던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분기·반기·연 단위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주 12시간 범위 내에서 연장근로가 가능한데 법이 개정되면 월 단위로 연장근로 시간을 관리하는 경우 52시간 내에서 연장근로를 탄력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52시간제 전면 시행과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추가연장근로 일몰로 그 동안 중소기업은 구조적인 야간근로, 긴급발주 대응, 대체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를테면 선박을 건조·수리하는 중소조선업체들은 긴급한 수리 요청이 들어오면 불규칙적으로 연장근로를 해야 하고, 건설기계 정비업체들은 건설현장에 투입됐던 굴착기, 펌프카 등 건설기계들이 오후 3~4시 이후에나 정비소에 입고되기 때문에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므로 현행 제도권에서는 어려움이 따랐다. 개편안대로 입법이 완료되면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이런 실질적인 애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또한 명절, 휴가철, 장마기간 등 비수기 때 연장근로 시간을 비축해두고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 인력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근로일 간에 11시간 연속으로 휴식하거나 164시간 이내로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도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는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노동과 여가 사이에서의 선택은 경제학의 기본 전제로 근로자가 선택할 문제다.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근로자는 가계소득 보전을 위해 연장근로를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중소조선업 근로자의 73.3%가 주52시간 도입 후 임금이 감소했고, 55.0%는 삶의 질이 하락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업무량 폭증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장근로한도가 없는 미국이나 업무량 폭증 시 노사 합의로 월 최대 100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연장근로한도 확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번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은 획일적인 주52시간제를 급격하게 도입하면서 발생한 부작용들을 바로잡고 근로자와 기업의 합의에 따른 근로시간 선택지를 추가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근로자는 소득 보전과 유연한 근로시간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은 융통성 있는 인력 운용이 가능하도록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개편안이 신속히 처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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