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계약의 계약 조건은 계약이 성립한 이후에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사유를 3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계약 당시와는 다르게 설계가 변경되거나 물가가 변동되는 경우, 공기연장과 같이 계약 조건이 바뀌는 경우다. 조정의 기준과 방법이 구체적으로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계약 관련 유권해석이나 질의응답 사이트에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법과 규정에도 불구하고 분쟁과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반증일 것이다.

물가 변동은 당사자들의 의지나 결정과는 무관하고, 외부의 변수에 의한다. 객관적인 지수와 물가 변동 관련 계약 조건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계약 금액을 연동하므로 다툼의 소지가 적다.

반면에 설계변경이나 기타 계약 조건 변경에 따른 조정은 누구 책임이냐에서부터 변경의 내용이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등등 건별로 특이한 정황들이 있어 계약 조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자율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청원하기도 하고 계약분쟁조정위원회나 상사중재원, 법원과 같은 분쟁 해결 기구를 활용해 협의하거나 판단을 받기도 한다.

이 중에서 상사중재는 대안적 분쟁 해결(ADR: Alternate Dispute Resolution)의 하나로 양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조정하고, 종국적으로는 구속력 있는 판정으로 분쟁을 조기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결한다.

최근 필자가 중재하고 있는 사건이 공공사업의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에 대한 것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입찰과 계약 절차가 완료되었으나 설계가 변경돼 원래의 사업 규모보다 상당 부분 증가되었다. 증가된 부분에 대해 어떤 가격을 적용할 것이냐에 대해 의견이 대립되면서 중재를 신청하였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발주자(공공기관)의 사정에 의해 물량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조사가격과 조사가격에 낙찰률을 적용한 가격의 사이에서 협의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두 가격을 평균한 금액을 조정금액으로 하도록 돼 있다.

발주자인 공공기관은 그간의 협의 내용과 다른 사업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낙찰률을 적용해서 계약금액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은 상호 협의가 되지 않으니 규정에 있는 대로 시중 가격과 낙찰률을 적용한 가격의 평균 금액만큼 증액시켜 달라는 취지로 중재를 신청하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최소한 중간값을 적용한다는 계약예규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반면에 발주자는 설계변경의 범위나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 그간의 협의 과정 등등을 종합한다면 기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일반론적인 규정을 문자 그대로 적용해서 개개 사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증액하는 것은 공공자금을 집행하는 대리자로서 의무를 해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 당사자간 자율적 합의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중소기업계의 오랜 염원인 납품단가 연동제가 속속 추진되고 있다. 공공 계약에서의 물가 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과 비슷한 내용이다. 제값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연동제라는 원론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개개의 사례까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공공 계약은 수십 년에 걸쳐 법과 규정을 명확히 하고, 유권해석을 비롯한 다양한 해석 사례가 있으며, 판례도 쌓여 있다. 비용에 대한 민감도도 민간에 비하면 무딘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재 사례에서 보듯이 계약금액의 조정을 두고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분쟁으로 인한 기회비용과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납품단가 연동제가 헤쳐나가야 할 길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시행까지 아직 반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차분하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장경순
  한림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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