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은 것은 12년만이다. 지난 16일 양국 정상은 한일관계가 미래를 위해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는 의미를 밝혔다. 이날 일본 정부는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4년만에 해제했다. 한국 정부도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조치였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취하했다. 이로써 2018년 일제 강제 징용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양국 정부의 대응조치가 대부분 해제됐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계 입장에서 이번 합의는 막혔던 장막이 걷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경제인들 간의 간담회에서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의 말을 인용해 과거는 역사박물관에 보관하고 이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한국 중소기업을 대표해 공식 제안했다.

사실, 지난 4년간 한일 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큰 경제적 피해를 남겼다.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유니클로, 닛산 등 한국에 진출했던 일본기업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수출과 투자도 부진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각각 0.5%, 24.2% 증가했다. 반면, 대 일본 수출액은 1.6% 감소했다. 그리고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액은 7%, 한국의 일본에 대한 투자액은 11% 줄었다.

지금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자국 우선주의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 문화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밀접한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2022년 기준 한국은 일본의 3위 교역국이자 일본은 한국의 4위 교역국으로, 서로 간 핵심 경제 파트너이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일본은 더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2%이지만, 대일본 수출 비중은 35.7%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일본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2022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 조사에서 한국은 8, 일본은 29위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디지털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있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과의 인적, 기술적 교류를 할 유인이 충분하다. 한국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분야가 많다. 우선 첨단 반도체 포토마스크 검사기 등 우리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관련 분야에서 일본이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품목이 많고, 핵심 원천기술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수소 등 기술특허에서 앞선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다. 나아가 그간 일본에서 주춤했던 한류 콘텐츠 재확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국 국민이 보냈던 위로 등은 서로에게 큰 힘이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한일관계 정상화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위한 경제협력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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