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이 지난 22일 기재위 의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2025년말까지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K-칩스법 도입으로 33000억원을 상회하는 조세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핵심기술 R&D에 투입될 25조원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포함된 300조원을 더하면,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수준의 지원체계가 마련된다.

그러나 글로벌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를 위해서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대기업만이 아닌 공급망 전반에 위치한 소부장 기업과의 유기적인 협력 생태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산 소부장 기업이 많아져야 경쟁국의 수출규제 등 다양한 돌발변수에 대비할 수 있고, 핵심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술패권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기술력만으로 개발된 누리호다. 누리호 발사는 대한민국을 세계 7번째로 1톤 이상의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쏘아올린 국가로 위상을 높였다. 누리호 개발에는 359개사가 참여했는데, 그중 328개사가 금형·주조 등에 종사하는 뿌리 중소기업이었다. 튼튼하게 다져진 소부장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천안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은 3D업종으로 평가받던 도금공장을 TSMC, 에어버스 등과 협력하는 첨단부품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부장 경쟁력의 척도인 자립화율은 2021년 기준 30%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장비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3국 수입의존도가 77.5%에 달한다. 소부장 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뿌리 중소기업의 경영지표도 좋지 않다. 주조, 단조 등 6대 뿌리중소기업의 매출은 2018165조원에서 2021152조원으로 급감했고, 기업수는 32000개사에서 3만개사로 3년새 2000개사 가까이 감소했다.

K-칩스법이 첨단산업 기술력 주도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조만간 발표될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에 소부장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및 노후시설 개선자금 지원 확대가 반영돼야 한다.

스마트공장 확대 역시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30%, 품질은 43.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기 협력 생태계를 이뤄야 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업종별 전문 대기업의 제조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직접 전수하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일관계 개선에 힘입은 민간의 기술교류 참여 또한 묘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한일정상회담 후속조치로 30개의 정부·민간 대화 채널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부 소부장 품목의 경우 상당부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첨단산업의 원천 기술은 여전히 일본이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복원될 정부·민간 협의체를 통해 양국의 소부장 기업들 간 기술교류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가총력지원체제 구축.’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전략을 요약한 단어이자 첨단산업 주도국으로의 지위에 사활을 걸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총력지원체제에 걸맞은 과감하고 입체적인 소부장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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