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사태에 베이비스텝 밟은 연준
기준금리 0.25%P 오른 5.00%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에 쐐기
문제은행 부실경영 조사예고

추경호 부총리, 비상회의 개최
금융시스템 건전성 상시 점검
한계기업 등 리스크 철저 관리

신뢰 못준 연준 탓에 불안 증폭
금리인하 일축, 금융시장 실망
방향모호, 투자자만 우왕좌왕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2(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애초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많았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가 올라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은행 시스템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와 동시에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며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었다. 은행발() 불안 심리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계속 은행 시스템 여건을 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를 시작으로 촉발된 중소 지역은행들의 잇따른 위기설에는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한 우리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고객들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고 은행들에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한 최근 조치에 대해선 역사적으로 개별 은행의 문제에 대처하지 않을 경우 건전한 은행들의 신뢰까지 약화하고 은행 시스템 전체 역량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은행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독립적 조사가 있을 것으로 100% 확신한다SVB 등 문제를 일으킨 은행들의 부실 경영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SVB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던 파월 의장은 이날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 금리 동결도 검토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물가 안정 복원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우리 행동과 말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인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지난 2주간 은행 시스템에서 일어난 일들이 가계와 기업의 신용 여건 경색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신용 경색이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진단이다.

그는 은행발 신용 경색의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통화정책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 역시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 미국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한국은행은 24시간 관계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우리 금융 시스템 및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이미 마련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또 한계기업,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시장 불안과 맞물려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철저히 관리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권 스스로도 불확실성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충분한 충당금 적립 및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해나갈 필요가 있다도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소식을 전하며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하락했으나 연준의 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면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에 대해서는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며 주식시장은 이번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외환시장도 변동성이 완화돼 환율이 1,300원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으며 회사채·단기금융시장도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 안정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뿐만 아니라 우리 금융회사들의 양호한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결정과 관련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시장이 바라는 정책 전환 시그널도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최근 불거진 은행 시스템 위기를 조기 진정시킬 수 있다는 강한 신뢰도 주지 못해 경계심을 키웠다는 게 국내 증권가의 주된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주기를 바랐던 금융시장에 실망감을 줬다“(은행권) 신용 리스크 확산 우려에 대해서도 원칙론적 입장만 견지해 이 위기를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다는 강인한 인상도 던져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 연준으로부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대한 확신을 받지 못했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점이 향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이 어떤 재료든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으면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고강도 긴축 후폭풍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연준은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이라는 이해 상충적 목표 달성을 위해 시간을 벌고 싶어 한다. 이 모호한 방향성에 투자자들만 우왕좌왕하고 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당분간은 전형적으로 소음이 많은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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