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이력 추가감점 재고 필요
공정확보보다 분쟁야기 우려
효율 높이려면 가점이 바람직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섬에 사는 조각가였다. 키프로스의 여인들은 섬에 온 나그네들을 죽여 제물로 바치는 몹쓸 짓을 한 탓에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게 됐고 여인들은 그 저주로 사내들에게 몸을 파는 매춘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게 됐다고 한다. 피그말리온은 섬의 여인들을 혐오해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자신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인을 조각상으로 만들었다. 피그말리온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하듯 조각상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목걸이로 치장해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프로디테의 축제일이 다가왔고 피그말리온은 여신에게 선물을 바치면서 조각상의 여인이 실제 아내가 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기도에 감동해 그의 소원을 들어줬다. 집으로 돌아온 피그말리온이 조각상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는 순간 여인의 입술에 온기가 느껴졌고, 차갑고 딱딱한 피부는 혈색이 도는 살결로 변했다. 소원이 이뤄졌음을 안 피그말리온은 진짜 여인으로 변한 자신의 연인에게 갈리테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심리학 또는 경영학에서 언급되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위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역시 범고래와 조련사의 이야기를 통해 피그말리온 효과를 말하고 있다. 칭찬과 가점이 참여자의 유대를 증진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합하는 자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가점보다는 감점이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참여자를 배제하는 쉬운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국민의 예산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공공의 수요를 충족하는 공공계약의 경우 감점제도는 기준에 미달하거나 법규를 위반한 자를 걸러내는 불가피한 장치로 포장되기도 한다. 

다만 지체상금, 부정당업자 제재 등 그 자체로 규제에 해당하는 처분을 이유로 다시 장기간에 걸쳐 감점을 부과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중제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규제 이력 감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4월, 부정당제재를 받은 자에 대해 다시 2년 동안 적격심사 신인도 감점 등 별도의 추가 감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발주기관의 내부규정들은 사실상의 이중처벌이며 과잉제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권고했고 이를 계기로 조달청, 방위사업청, 행정안전부 등은 자체규정 또는 계약예규에 산재해 있던 부정당제재 이력 감점제도를 순차적으로 폐지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이라는 구제 제도를 통해 제도 개선을 호소한 한 업체의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제재 이력 감점은 이름만을 변경해 여전히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공공계약 속에 잔존하고 있다. 나라장터를 통해 공공계약에 참여하는 업체가 있었다. 

정부기관의 품질점검 결과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일부 항목의 규격미달이 나왔고 재점검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은 채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거래정지 처분만이라면 감수하고자 했던 업체가 결국 소송을 선택하게 된 것은 위 사실을 이유로 2년간 부담하게 될 품질관리 항목의 감점 때문이었다. 

공공계약에 있어 규제보다는 격려를, 감점보다는 가점을 우선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상론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연한 감점의 확대가 과연 계약의 적정한 이행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인지,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는 요소는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공공계약제도를 관장하는 정부부처, 발주기관, 사법기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태완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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