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물미해안도로
잔물결 부서지는 몽돌해변 몽환적…보리암 발 아래 풍광, 과연 남해1경

보은 말티재
황매화 감상하며 S코스 스릴 만끽…가족끼리 오붓 ‘키즈레포츠체험장’

국도35호선 봉화 법전-명호 구간 
미슐랭마저 인정한 봄이오는 길목…인생사진 찍는 녹색명소로 입소문

 

 

 

여행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 위에서부터 시작한다. 때로는 여행지보다 여행지를 향해 가는 길이 더 근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봄 바람 살랑이는 요즘 같은 날씨엔 더욱 그렇다. 푸르게 차오르기 시작한 길 끝에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 같은 희망을 느끼며 내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숨가쁜 일상은 잠시 내려놓고 길 위에 몸을 던져보자. 쪽빛 바다 가르고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 깊은 산골짜기를 달리다보면 어느새 봄의 절정에 다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쪽빛 바다 가르는 낭만 드라이브 여행, 남해 물미해안도로

남해 드라이브 여행 1번지 물미해안도로에서 마주치는 남해의 봄바다
남해 드라이브 여행 1번지 물미해안도로에서 마주치는 남해의 봄바다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남쪽에는 고흥, 여수, 통영, 거제 등 볕 좋고 산천초목 산뜻한 도시가 유난히 많다. 그중에서도 남해는 4월이면 봄빛과 쪽빛 가득한 보물섬이 된다. 다랑논에서 마늘이 쑥쑥 자라고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진다. 남해의 작은 어촌들은 쪽빛 바다를 품고 더 푸르게 빛이 난다. 차를 몰고 달리다 보면 남해가 보물섬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남해는 마치 나비처럼 활짝 양 날개를 펼친 형국이다. 왼쪽 윗날개에 해당하는 설천면부터 오른쪽 윗날개에 해당하는 창선면까지 100km가 넘는 남해군 일주도로가 펼쳐진다. 바다와 해변, 산, 숲, 문화 명소 등을 두루 지나기에 남해 여행 코스로 더할 나위 없다. 그중 물미해안도로는 남해가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2010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에도 이름 올린 적 있다.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도로’라는 의미를 지닌 물미해안도로는 약 15km 가량 이어진다. 일부 가파른 암벽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굽이진 길을 지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섬이 인상적이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내려다보이는 독일마을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내려다보이는 독일마을

초전몽돌해변과 항도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등 스치고 만나는 곳마다 보석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구석구석 다양한 명소가 있어 5분이 멀다 하고 차를 세워야 하는 남해에서의 시간은 유독 느리게 느껴진다.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몽돌해변에서 한낮의 바다 위로 부서지는 윤슬을 감상하고 방조어부림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면 좋다. 방조어부림은 물건항 방조제가 바라보이는 약 1.5km 물건해변을 따라 펼쳐진 폭 30m의 방대한 숲이다. 물미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 전후로 금산 보리암은 꼭 가봐야 한다. 금산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해수 관음 성지이자 남해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미륵이 도운 마을’이라는 뜻의 미조리(彌助里)에 위치한 미조항
‘미륵이 도운 마을’이라는 뜻의 미조리(彌助里)에 위치한 미조항

보리암에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보고 있자면 왜 이곳이 남해1경으로 꼽혔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미해안도로 중간에 등대 모양의 건축물인 남해보물섬전망대도 들러볼 만하다. 360° 파노라마로 남해의 쪽빛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열두 굽이 봄을 깨우며 달린다, 보은 말티재

말티재 전망대와 열두 굽이 말티재 전경
말티재 전망대와 열두 굽이 말티재 전경

당진 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나온다. 뱀이 지나간 자리처럼 구불구불한 덕에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도 말티재에서는 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그래서 말티재는 창문을 내리고 계절을 만끽하는 드라이브 여행에 제격이다. 

과거에는 길이 험해 버스 시동이 꺼지던 일도 있었지만 도로가 정비된 지금은 승용차부터 픽업트럭, 버스, 자전거까지 누구에게나 열린 드라이브 코스다. 물론 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무가 새잎을 틔운 봄엔 굽잇길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장재저수지에서 해발 430m 정상까지 약 1.5km 고갯길에 심은 1만 8000주의 황매화가 이제나저제나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 중이다. 

스릴 넘치는 S자 코스를 완주하면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나타난다. 관문은 3층 터널로 조성했는데 1층은 차량 통행 터널이고 2층에는 생태 문화 교육장과 상설 전시관, 꼬부랑길카페를 마련했으며, 3층은 야생동물이 오가는 생태 숲으로 복원했다. 

해발 1683m에 위치한 속리산테마파크의 스릴만점 산악 집라인
해발 1683m에 위치한 속리산테마파크의 스릴만점 산악 집라인

말티재전망대는 2층 꼬부랑길카페를 지나 전시관을 통과하면 나온다. 지난 2020년 2월 개장한 말티재전망대는 말티고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숲과 도로가 어우러진 열두 굽이 고개의 독특한 풍광은 긴장하고 올라온 고갯길 드라이브와 맞바꿀 선물이다. 말티재 드라이브 여행에는 정해진 코스가 따로 없지만 봄 숲을 만끽하고 싶다면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순환형 말티재꼬부랑길(10.4km)을 걸어보자. 양 옆으로 천연림이 우거져 상쾌하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속리산테마파크도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스카이바이크와 스카이트레일, 집라인 등의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르면 속리산 풍경이 장쾌하다. 속리산자생식물원과 키즈레포츠체험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말티재전망대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등재된 보은 법주사(사적)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에 닿는다. 난공불락의 요새 삼년산성(사적)까지 둘러보면 봄날의 보은 드라이브 코스가 완성된다. 

그윽한 봄의 골짜기, 국도35호선 봉화 법전-명호 구간 

범바위전망대에서 본 낙동강 물돌이 풍경
범바위전망대에서 본 낙동강 물돌이 풍경

안동 도산서원에서 태백 초입에 이르는 국도35호선 구간은 ‘미슐랭 그린 가이드’가 일찌감치 별 하나를 부여한 길이다. 봄은 이 길의 좌우에서 산기슭을 따라 번진다. 그 가운데 봉화의 골은 또 한번 깊고 그윽해서 마치 계절의 전령이 숨겨둔 봄의 통로인 듯하다. 

낙동강과 황우산, 만리산, 청량산 등이 주거니 받거니 열어놓은 여로를 지나면 봄의 푸름에 흠뻑 취한다. 조금 더디게, 자주 멈춰 서서 구석구석 마주하며 지나가도 좋은 길이다. 

사미정계곡 즈음에서 국도35호선으로 접어들면 이 길을 느릿하게 누릴 수 있다. 호젓한 도로의 오른쪽으로는 낙동강을 향하는 운곡천이 흐르고, 왼쪽으로는 다정한 산골 풍경이 스친다. 그러다 운곡천에서 잠깐 멀어져 수수한 산길을 얼마간 오른다. 

범바위전망대는 삼동리가 끝날 무렵 나타난다. 전망 덱 발 아래로 황우산 가장자리를 빙 둘러 흐르는 낙동강이 아득하다. 범바위전망대에서 오르막이 내리막처럼 보이는 신비의도로를 지나면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이 나온다.  

20m높이의 말티재전망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전경
20m높이의 말티재전망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전경

공원 북쪽에서 강을 건너 남쪽 명호이나리출렁다리까지는 차에서 내려 짧은 산책을 삼기에 좋다. 이나리는 황우산 아래 낙동강과 운곡천이 만나는 나루를 뜻한다. 명호이나리출렁다리에서 두 물길이 만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여기서부터 안동시 경계까지 줄곧 낙동강을 곁에 두고 달린다.

봉화의 산이 줄짓고, 관창1교와 관창2교가 낙동강 좌우를 넘나들어 봄날 드라이브의 상쾌함을 더한다. 예던길 선유교나 만리산전망대, 청량산 청량사 등은 괜스레 가쁜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도 좋다. 특히 오마교 건너 만리산 방면 샛길에 위치한 만리산전망대는 국도35호선을 조망하기에 맞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에 선정된 바 있다. 만리산 반대편은 봉화가 자랑하는 청량산이다. 

청량산은 아름답지만 험준해서 정상에 오르려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 요량이라면 만리산전망대 지나 자리한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가 신의 한 수다. 펜션에서 운영하는 무인 카페인데 청량산의 ‘풍경 맛집’이다.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의 누정 문화를 감상하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역시 봄날의 반가운 여행지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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