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기술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보안 조사를 실시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보안 조사를 실시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기술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보안 조사를 실시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사이버 보안 검토를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사이버 공간 관리국(CAC)’은 “이번 조치는 중요한 정보 인프라 공급망 보안을 보호하고, 네트워크 보안 위험을 방지하며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단, 검토 중인 마이크론 제품의 세부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마이크론 전체 매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지난해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매출액 33억달러(약 4조3230억원)를 올리기도 했다. 마이크론은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시안시에 칩 패키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초 상하이 사무소에서 D램 설계 작업을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번 발표를 알고 있으며 CAC와 소통하고 있다.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제품의 보안과 고객에 대한 약속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의 제라드 디피포 경제 담당 수석 연구원은 “마이크론에 대한 조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수출 통제를 낮추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의 조치는 미국은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을 향해서도 ‘미국을 따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중국에 인공지능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금지 및 14나노미터 이하 장비와 기술을 공급 못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또 미국은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중국 기업 양츠메모리(YMTC)와 창신메모리(CXMT) 등을 올렸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5월에 개정된 규정을 공포하고, 7월부터 규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네덜란드 정부도 3월 초순 중국에 반도체 기술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과 네덜란드까지 대중 반도체 제재에 합류시키면서 이들 사이에 낀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미국 내 중장기 투자계획을 이미 세워 미국 정부의 눈 밖에 나는 것을 피해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주요 생산거점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40%를 중국 시안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40%를 중국 우시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5일(현지시각) “중국에 대해 더 대담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동맹국과 공동 대응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미국 라인을 따르되, 미중 갈등이 더 이상 격화되지 않도록 중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한국 반도체 업계가 미국·일본·네덜란드 장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척 지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불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SPD) 등 반도체 협력 채널을 통한 협상도 하나의 방안으로 꼽힌다.

로이터 등 외신은 이번 검토가 중국 내 비중국 고객에 대한 회사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으로 유입되는 마이크론 제품의 대부분은 비중국 회사에서 중국에서 제조하는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지만,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의 ‘외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하제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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