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다툼 속 균형감 유지 필요
독도영토 분쟁⋅역사왜곡 넘어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바람직

4년 전 일본의 한국 반도체 핵심소재부품에 대한 수출통제를 계기로 단절됐던 정상회담이 오랜 만에 재개됨에 따라 양국 간 경제협력에 있어 새로운 방향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침략’이라는 역사적 반일감정과 ‘남북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까지 결부돼 복잡하게 전개돼 왔다.

앞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될 것으로 보이나 바람직한 방향은 당면한 쌍무적인 갈등보다는 한일 경제관계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는 ‘미중 경제패권 다툼’이라는 기본 틀 속에 우리가 어떤 위상을 찾을 것인지와, 비슷한 입장에 처한 일본과 어떻게 공동으로 대처해 나갈지를 감안한 관계설정이 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은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부상해 왔다. 중국이 부상하면 할수록 한편으로는 동북아 지역에 있어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해지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 지역에 속한 국가 간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돼 왔다.

중국의 팍스 시니카 야망에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반기를 들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도 대외경제정책의 초점을 중국 견제에 맞춰 왔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경제 견제의 목적에 부합되면 모든 통상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 확대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입장에 처한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은 아시아 경제 중심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경제 중심축은 세계 최대시장에서의 무역 성과, 즉 시장 점유율로 평가한다. 이미 2000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미국이 중국과 무역협상 과정에서 적용한 게임방식을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과정에 그대로 적용해 왔다.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확대’가 한국에 대해서는 ‘보복대상 확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한국 수출통제 과정에서 안보와 연계해 불화가스 북한 밀반출을 주장해 국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도 미중 무역마찰 과정과 비슷하다.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이 치열해져 가는 세계경제 속에 일본, 한국과 같은 수출지향적인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경제 역학 관계를 감안해 대외정책 상의 ‘균형감’을 잃지 않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사후’보다 ‘사전’ 대응이 중요하고, 가장 효과적인 사전대응수단은 신뢰를 잃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미중 간의 중간자적 입장에 놓여 있다. 일본과 비슷하지만 우리가 더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과 일본 간의 경제협력이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방향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한일 간에 놓여 있는 통상현안과 그동안 논의해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의 협력과제는 독도영토 분쟁, 역사 교과서 왜곡 등에 따른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중국에 대항하기보다 우리와 일본, 중국이 동반자적인 관계에서 동북아 협력 시대를 열어나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국제금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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