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주범 ‘소 방귀’에 착안
식물성 고기 스타트업 창업 ‘대박’
동물권 강화 트렌드도 성장 일조

비싼 가격·건강 논란에 소비 급감
햄버거 패티→스테이크로 돌파구
채식주의자들과 ‘가치소비’ 연대

2023년 1월 CES였다. 신기술 올림픽인 CES엔 없는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전기차와 인공지능에 관련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 판데믹이 끝난 뒤 처음 열리는 CES여서 10만 관객이 몰린 탓에 인산인해였다. 정작 푸드테크가 빠져 있었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같은 푸드테크 기업들이 막판에 불참을 선언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1년 전 2022년 1월 CES가 마치 대체육 잔칫날 같았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적이었다. 1년 전 CES는 푸드테크 섹션을 신설했다. 코로나 창궐도 집콕 생활이 늘어나고 먹거리에 대해 소비자들이 예민해진 분위기가 반영됐다. 식품생산과 소비와 운송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선보였다.

누구보다 나스닥에 상장된 비욘드미트가 주인공이었다.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햄버거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CES 전시장 이곳 저곳에서 심심치 않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23년엔 푸드테크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대체육의 겨울이 왔기 때문이다.

빌게이츠·디카프리오도 투자

대체육을 만든 건 소의 방귀다. 단백질은 인간에게 필수 영양소다. 남의 살을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남의 살인 소고기의 탄소배출량은 상상 이상이다. 소고기는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데 무려 27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소나 양은 초식 동물이다. 날것 그대로의 목초를 소화시키려면 위 안에서 강력한 장내 발효를 일으켜야만 한다.

이때 대량의 메탄 가스가 생성된다. 소는 이런 메탄 가스를 트림이나 방귀로 체내에서 배출한다. 도축될 때 한꺼번에 대량 배출되는건 말할 것도 없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열을 스무 배 넘게 함유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소의 배설물 역시 메탄 덩어리다. 전세계에서 소는 연간 14억 톤의 배설물을 배출한다.

이때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같은 다량의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 게다가 소는 단백질 싸이클에선 매우 비효율적인 동물이다. 소는 자신이 섭취한 단백질의 3%만 고기로 생성한다. 칼로리는 4%다. 흔히 소는 버릴 게 없다고 한다. 정작 소는 지구 자원을 고갈시키는 단백질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비욘드미트다.

비욘드미트는 2009년에 설립됐다.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처음 잉태되던 시기였다. 소를 도축하지 않고 콩을 비롯한 각종 대체 재료로 쇠고기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사업 아이디어였다.

2012년 식물성 닭고기를 먼저 출시했다. 2014년 마침내 메인 시장인 쇠고기 대체육을 선보였다. 돼지고기 대체육도 함께 등장했다.

2019년 5월 비욘드미트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 당시엔 공모가의 10배까지 주가가 오를만큼 인기였다. 기업 가치는 한때 50억달러까지 올라갔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욘드미트에 투자했다. 비욘드미트는 일종의 밈 주식이 됐다.

대체육 열풍에 환경에 대한 MZ세대의 관심가 연결됐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부터 10년 가까이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결정적이었다. 테슬라로 상징되는 전기에너지테크와 비욘드미트로 상징되는 푸드테크가 모두 2010년대 10년 저금리 시대에 탄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육류 산업 규모는 2023년 1조92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의 살 시장은 광대하다. 대체육 산업 입장에선 여기에서 일부만 차지해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비욘드미트를 선봉장으로 전세계에서 무려 800개 이상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한 배경이다. CJ제일제당이나 매일유업 같은 대기업도 자체 식물성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발을 들였다. 과도한 육류 소비를 제어하고 비만 문제 같은 건강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동시에 환경 파괴로 막는 푸드테크는 소비자들의 지지와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주가 80% 폭락

게다가 가축을 도살하지 않는 대체육은 동물권 개념이 강화되면서 시대적 트렌드였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대체육 수요는 전년 대비 46%나 증가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대체육은 시장에서 대체되기 시작했다. 비욘드미트는 무려 300%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는 80%나 폭락했다. 비욘드미트는 전체 직원의 19%를 구조조정했다.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인 JBS도 식물성 육류자회사인 플랜테라푸드를 폐업하고 콜로라도 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비욘드미트 입장에서 가장 큰 악제는 맥도날드의 맥플랜트 시범 운영 철회였다. 맥플랜트는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로 만든 맥도날드 햄버거였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햄버거의 산실인 맥도날드에서 대체육의 시장성이 입증되는 셈이었다.

맥도날드는 5개월만에 맥플랜트를 매장에서 빼버렸다. 미국 일부와 영국, 스웨텐, 덴마트, 호주 이외 지역에선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IRI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대체육 판매량은 11.6%나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대체육의 비싼 가격이다.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 2개 가격은 5.99달러다. 그램당 가격은 쇠고기와 다를 바 없다. 국내 가격도 2장에 1만3000원 선이다. 이 정도면 투풀등심 가격과 유사하다. 대체육은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왕이면 환경을 고려한 대체육을 선택하던 소비자들도 인플레이션에선 대안 소비를 줄였다.

어차피 가격이 오른다면 차라리 진짜 고기를 먹겠다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더 비싸도 대체육을 먹겠다는 소비자가 2021년에 비해 2022년엔 10% 가까이 감소했다.

아이러니한 원인은 소비자들이 대체육의 건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체육은 남의 살 육류보단 콜레스테롤이 적다. 대신 포화지방과 나트륨이 많다. 대체육이 진짜 고기 같은 맛을 내게 하기 위해 다양한 감미료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체육이 건강식이라는 대중적 믿음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건강에 좋지도 않은데 더 비싸다면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체육의 정치성도 존재한다. 초기 전기차처럼 대체육 역시 진보적인 부유층의 소비제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구 환경과 동물권을 고려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대체육을 소비하는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거꾸로 정반대 소비자들은 대체육 소비를 주저하게 됐다.

화석연료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대체육에 대해서도 갈등이 생긴 셈이다. 실제로 석유산업처럼 육류산업도 대체적으로 보수적 색채를 띈다. 유명한 프랑스 미식가의 말처럼, 대체육에선 실제로 무엇을 먹느냐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지지하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형체 갖춘 고기로 소비자 설득

비욘드미트 로고
비욘드미트 로고

가장 큰 문제는 이벤트성이다. 적잖은 소비자들이 대체육을 이벤처럼 한두번 먹어보며 경험한다. 지속적인 소비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사실 대체육은 기존 고기와 똑같다는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고기보다 더 나은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 가격 혹은 맛에서 경쟁력이 필요하다. 정작 대체육은 씹는 맛보단 아는 맛에 의존한다.

대체육이 지구 환경을 지킨다는걸 음식을 먹으면서 곱씹어야 맛이 난다는 의미다.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푸드 같은 대체육 푸드테크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우선 햄버거패티 대신 스테이크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햄버거패티는 다진 고기다. 형체가 없다. 스테이크처럼 형체가 있는 고기로 소비자들을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코스트코나 월마트에 들어가는 대형 냉동 대체육 시장도 노림수다.

임파서블푸드는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에서만 60% 이상 매출 신장을 이뤘다고 밝혔다. 대용량 판매로 상대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대체육은 콩이나 식물성 재료나 버섯 등으로 고기의 맛을 낸다. 이 공정이 효율화되면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냉동육고기 대신 냉동물고기 시장도 부상하고 있다. 대체육은 전체 육고기 시장에서 1.4% 정도를 차지한다. 대체 해산물은 전체 해산물 시장에서 0.1%에 불과하다. 대체생선 피치 앤 칩스가 일단 한계에 부딪힌 햄버거 패티보다 잠재여력이 있는 것이다.

이미 네슬레나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성 참치를 선보였다. 생선 없는 생선이다. 침체기이긴 하지만 대체육으로 대체할 시장은 육지와 바다까지 아직 넓다. 햄버거 패티나 스테이크처럼 직접 고기맛으로 승부하는 요리 대신 피자나 라비올리처럼 고기가 재료의 일부인 요리에선 더 쓸모가 있을 수 있다. 대체육의 겨울이지만 대체육 자체가 시장성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비욘드미트는 최근 주요 미국 언론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대체육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건 사실이다. 한때 각광 받았던 기술에 대한 언론의 전형적인 태도 변화다. 비욘드미트는 소비자와 함께 지지자도 모으고 있다. 비싸도 트렌드가 아니어도 대체육을 소비하는 핵심 소비자층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 등 비건푸드 애호가들과 환경보호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설사 비싸도 지지의 의미로 소비를 지속할 수 있다. 비욘드미트는 대체육의 이름도 재정의했다. 온플랜드 베이스트 미트다. 무언가의 대체가 더이상 아니라는 선언이다. 푸드테크는 이제 시작이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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