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국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적합업종 성과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영안정과 사업영역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을 수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권고 이후에도 매출액과 부가가치 등 생산성이 꾸준히 성장했고, 한계기업으로 추락할 확률이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그간 적합업종제도를 단순히 시장원칙과 경제논리만 앞세워 비판하는 목소리와 무용론이 지속 제기돼왔기 때문에, 이번 성과분석 연구는 제도의 취지를 다시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실제로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의 우려와 달리 소득·규모의 영세성, 소비자 후생 등 세부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품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돼어왔다. 현재 4개 업종만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이마저도 1개 업종(고소작업대임대업)은 오는 6월 만료예정이다.

또한, 지정되더라도 그 지정기간은 영구가 아닌 3년(최대 6년)으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만을 부여하고 있다. 오히려 권고기간 중 타 계열사를 통한 우회 진출로 권고사항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은 부지기수고, 위반 사실을 적발하더라도 시정요청만 할 수 있을 뿐 제재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적합업종제도가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진입으로부터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만큼, 지금 제도의 폐지를 논하기보다는 적합업종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력 확보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제도운영에 있어서도 적합업종의 경쟁력 제고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구 노력만 강조했을 뿐, 정부의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경쟁력 확보 지원정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 융복합, 탄소중립 등 산업구조 재편에 따라 과거와 달리 대·중소기업 간 갈등 양상이 더욱 복잡하고 다원화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장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됨에 따라, 산업의 플랫폼화가 가속화되면서 발생하는 갈등 등 업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갈등을 풀어야 하는 이해당사자 유형도 다양해졌다.

따라서 앞으로의 적합업종 제도는 기존의 사업영역 보호라는 취지를 넘어, 급격한 산업대전환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제도적 수단으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선 이들의 자구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되고, 플랫폼 연계 지원 및 업종의 스마트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한편, 배달의민족, 여기어때 등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중소기업 간 중개거래 갈등, 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경제 급변에 따른 원자재 공급 대기업과 수요중소기업 간 갈등 등 비수직적 거래 관계 갈등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적합업종제도로는 이러한 다양한 역학관계에 있는 갈등과 분쟁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갈등 해결을 위한 현장의 요구는 강하나,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못해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 적합업종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적합업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적 수단으로 ‘상생갈등조정제도’의 필요성을 논의한 것은 시의적절한 노력으로 평가한다.

지난 10여 년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온 적합업종. 이제는 에너지전환·디지털전환으로 대표되는 산업대전환기에 갈등과 분쟁의 치유수단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과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로 거듭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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