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가뭄에 콩나듯
스테디셀러가 작가의 참행복
끈기있는 자영업자에 갈채를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스테디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 한때 반짝 많이 팔리는 책보다는 꾸준히 오래 사랑받는 책을 쓰고 싶다.” 작가로서 꽤 멋있어 보이는 말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 이유 또한 곁들여 있다.

흔히 책값의 30%쯤 작가가 가져갈 것이라고 추측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체로 10%가 작가의 몫이다. 유명 작가든 무명 작가든 그렇다. 유명 작가라고 배분율이 확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단행본 서적이 6만 5000종쯤 된다.(2022년 기준) 학습서, 만화 등을 제외하고도 3만종에 이른다.

매일 대략 100종 가까운 책이 서점가에 쏟아진다는 말인데, 그 가운데 중쇄를 찍는 책이 얼마나 될까? 한 쇄(刷)를 얼마나 찍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있을 수 없지만 초판을 다 팔지 못하고 폐기장으로 향하는 책이 90%쯤 된다. 초판을 100권도 못 파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책값이 대략 2만원이라고 하자. 그중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2000원 정도라는 말이다. 초판 2000권을 다 팔아도 작가의 소득은 고작 400만원. 그 책을 쓰느라 몇 개월, 아니 몇 년은 걸렸을 것이다. 각설하고, 책 쓰는 일이란 지독히 채산성 떨어지는 일이다. 그럴 시간에 어디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편이 낫다. 책 써서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면 일찌감치 마음을 접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세상에 작가라는 사람이 이 무슨 망언이냐고 탓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삶에 ‘밥벌이’를 살피지 않고 논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수십만, 수백만권이 팔렸다는 ‘베스트셀러’는 연간 6만종 넘게 쏟아지는 책 가운데 0.01%도 안 되는 비율이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작가라도 집필한 책마다 1만권 이상 팔려나가기 쉽지 않다. 1만권이 팔렸다 치자. 그것 또한 수입으로 따지면 2000만원이 되지 않는 액수다. 우리나라 중위 소득자 수준의 연봉에도 미치지 않는다. 반복건대 책을 쓰는 일이란 형편없이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책을 쓰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매일 100권씩 쏟아지는 그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 무엇보다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정말 ‘글’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작가로서 욕심이 있다면 한 번에 왕창 팔리는 책보다는, 세월을 두고 꾸준히 사랑받는 책을 쓰고 싶다는 진실한 소망을 갖는 것이다. 100년, 200년 뒤에 누군가 “그때 이런 작가가 있었구나” 하면서 내 책을 뒤적거려준다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오늘도 그런 풍경을 상상하며 가난과 무료함, 욕망과 권태와 싸우면서 묵묵히 원고지를 채운다. 아참, 그렇다고 ‘수백만권이 팔리는’ 행운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제 책도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작가도 인간이니 이른바 ‘대박’을 치는 사람이 부럽기는 하지만, 살아보니 ‘꾸준히 오래 가는’ 자가 결국 승리하는 법이더라. 장사 또한 그렇다. 내가 처음 편의점을 오픈했을 때, 알고 지내던 점주가 스무 명 정도 됐다. 그중 지금도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5년 생존율이 30%도 되지 않는다지 않은가. 물론 나름의 이유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폐업했겠지만, 무슨 일이든 ‘많이, 왕창’보다는 ‘꾸준히, 오래’를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나는 죽는 날까지 편의점을 운영할 것이고, 죽는 날까지 글을 쓸 것이다. 당신의 끈기에도 박수를!

 

 

 

 

봉달호
편의점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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