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사이 두차례 추락사고 발생
쥐어짜기식 원가절감 행태가 화근
에어버스에 대형항공기 안방 뺏겨

737맥스 차세대 버전으로 승부수
5년 만에 인도량서 에어버스 추월
승객신뢰 100%회복 해법은 ‘재정비’

보잉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다. 에어버스는 유럽 항공기 제조사다. 둘은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그래서 원래 글로벌 항공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라는 양날개로 날았다.
보잉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다. 에어버스는 유럽 항공기 제조사다. 둘은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라는 양날개로 양사가 거의 비슷하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3대 차이. 보잉이 5년 만에 분기 실적에서 에어버스를 앞섰다.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보잉은 130대의 항공기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의 인도량은 127대다. 항공기 제조업체의 순위 기준은 분기별 여객기 인도량이다.

얼마나 많은 항공기를, 여객 운행하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항공사한테 인도했느냐가 관건이다. 보잉이 인도량에서 에어버스를 앞선 건 2018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3대 차이지만 보잉 입장에선 단순한 3대 차이가 아니었다. 보잉은 수년 동안 제대로 비상하지 못한 채 저공비행만 해왔기 때문이다. 보잉이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에어버스와의 3대 차이를 애써 강조한 이유다.

조정 안전시스템 오작동

보잉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다. 에어버스는 유럽 항공기 제조사다. 둘은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그래서 원래 글로벌 항공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라는 양날개로 날았다. 양사가 거의 비슷하게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2019년부터 에어버스가 보잉을 훨씬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보잉 737맥스 탓이었다. 737맥스는 보잉이 2017년 선보인 기종이다. 737맥스는 보잉의 대표적인 중장거리 여객기다. 출시 직후엔 5000대 이상 주문량이 폭주할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보잉은 737맥스가 향후 보잉 매출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737맥스의 대당 가격은 1억2000만 달러가 넘어간다.

그런데 2018년 10월 29일과 2019년 3월 10일 두 차례 737맥스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에선 189명이 사망했다. 2019년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에선 157명이 사망했다. 불과 5개월 사이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원인은 737맥스의 결함이었다. 추락원인은 MCAS라고 불리는 조종 특성 향상 시스템이었다. 비행기의 앞쪽은 기수라고 한다. 비행기의 뒤쪽은 꼬리라고 한다. MCAS는 기수가 너무 높아질 경우 꼬리를 자동으로 위로 올려서 수평을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항공기는 당연히 수평으로 날아야 안정적이다. 기수가 자꾸 올라가면 자칫 실속하게 된다. 실속은 항공용어로 추락을 뜻한다. MCAS는 이걸 방지해주는 안전 장치다.

정작 737맥스는 MCAS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 항공기가 수평을 이루며 비행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센서가 받음각 센서다. 비행기의 수평추 역할을 한다. MCAS는 받음각 센서로부터 이상 신호를 감지할 때만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737맥스의 MCAS는 받음각 센서로부터 받은 신호를 이상 신호로 잘못 인식했다. 비행기가 이미 수평 비행을 하고 있는데도 자꾸 꼬리를 들어올렸다. 실제로는 수평인데 자꾸 자동으로 꼬리가 들리면 거꾸로 기수가 지상을 향하게 된다.

공항에 온 것도 아닌데 제멋대로 비행기가 착륙 태세를 취하는 것이다. 게다가 737맥스는 이렇게 MCAS가 오작동을 일으켜도 조종사가 통제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설계돼 있었다. 비행기 매뉴얼에도 구체적인 대처 방안이 수록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한 두 대의 항공기는 기계적 오류를 일으킨 상태에서 조종사의 통제에서도 벗어난 비행했던 셈이다. 이런 사실은 두 추락 사고에 대한 미연방항공청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 보잉에 대한 신뢰도 함께 추락했던 건 말할 것도 없다.

원가절감 위해 핵심부품까지 아웃소싱

사실 보잉한텐 기계적인 결함만 있었던 건 아니다. 플래그쉽 기종인 737맥스를 실패작으로 만든 건 세계 최대 항공기 기업 보잉의 구조적 결함이었다. 무려 346명의 목숨을 앗아간 737맥스 추락 사고들의 원인은 인재였다.

보잉은 반세기 넘게 에어버스를 압도해왔다. 보잉은 1916년 설립됐다. 프로펠러 항공기부터 제트 항공기까지 항공기 역사를 써내려 왔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까지 거치면서 기술적 도약을 이뤘다.

에어버스는 보잉보다 반세기 가까이 늦은 1970년에 설립됐다. 1974년에 첫 상업용 항공기를 출시했다.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과 독일의 도이체에어버스 그리고 영국의 허커시들리가 합작한 다국적 항공기 제조사였다.

에어버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항공기 엔지니어 로저 버텔리가 미국의 보잉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 합작을 주도했다. 당시 버텔리는 국가별 분업을 깊이 고민했다. 초기엔 프랑스는 조종석을 만들고 영국은 날개를 만들고 독일은 기체를 만드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했다.

당연히 보잉이 에어버스를 압도했다. 에어버스는 단거리용 소형 항공기 제작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큰 돈이 되는 장거리용 대형 항공기 시장은 보잉의 안방이었다.

지난 2005년 에어버스가 초대형 항공기 A380를 선보이면서 보잉의 안방이 위협 받기 시작했다. A380은 한꺼번에 500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였따. 보잉의 대표적인 대형 항공기인 보잉747 점보제트기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보잉도 A380에 대항해서 2009년 보잉787를 선보였다. 정작 보잉787부터 보잉의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보잉787은 실패작이었다. 각종 설계 오류와 오작동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2013년엔 배터리에서 전기 화재까지 발생해서 한 달 동안이나 비행 금지를 당했다.

원인은 보잉의 쥐어짜기식 원가 절감 탓이었다. 보잉787 개발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정작 보잉은 787 프로젝트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았다. 보잉 경영진은 오직 원가절감만을 요구했다. 결국 핵심부품까지도 아웃소싱을 하기에 이르렀다.

보잉보다 기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가 단가에만 맞춰서 공급한 부품의 품질이 우수할 리가 없었다. 결국 보잉787은 총체적 오류 투성이가 됐다. 안전이나 기술보단 비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탓이었다. 비용 절감이 목표였지만 정작 보잉787 개발예산은 애초 계획보다 250억 달러나 초과했다.

보잉787의 개발 실패는 보잉737맥스의 문제로 이어졌다. 에어버스의 A380과 경쟁할 대항마가 시급했던 보잉은 부랴부랴 기존 보잉737을 재설계한 보잉737맥스를 만들게 된다. 신제품이 실패하자 기존 인기 제품을 고쳐서 내놓았던 것이다.

문제는 보잉737을 맥스로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엔진 크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항공기의 무게 중심이 뒤틀려버렸다. 동체에 비해 출력이 크고 무거운 엔진을 매단 것이다. 737맥스의 기수가 자꾸 올라가게 됐던 원인이다. 모든 설계를 애초부터 다시 했어야 맞았다.

787의 실패로 시간에 쫓기는데다가 이미 비용절감의 화신이 돼 버린 보잉 경영진은 737맥스 개발에도 돈과 시간을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결국 MCAS를 이용해서 기수가 올라가면 꼬리를 쳐올려서 억지로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미연방항공청에 따르면, 보잉은 개발 막판엔 MCAS가 비행기 균형을 감지하는 받음각 센서의 개수조차 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의 센서에만 의존해서 비행기의 안전 운행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했던 것이다. 해당 센서가 오작동하면 비행기가 실속할 수도 있었는데도 말이다. 모두가 보잉의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빨리빨리 문화가 날림부품 조장

원래 보잉이 이랬던 건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보잉은 무려 4만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는 기술중심주의 기업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항공 엔지니어링 기업이었다. 보잉을 망친 건 도끼였다. 맥도널 더글러스 CEO였다가 보잉의 CEO를 차지한 해리 스톤사이퍼였다. 해리 스톤사이퍼의 별명은 도끼 해리였다. 보잉은 1997년 미국내 최대 경쟁사였던 맥도널 더글러스를 인수한다. 겉으로는 보잉이 미국 항공 산업을 통일한 것처럼 보였다. 내부적으론 맥도널 더글러스가 보잉 돈으로 보잉을 산 셈이었다.

해리 스톤사이퍼는 GE에서 일하다가 맥도널 더글러스의 CEO가 됐다. 잭 웰치가 이끌던 GE는 주주자본주의의 산실이었다. 비용 절감과 정리해고와 자사주 매입이라는 도끼질 3종 세트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 경영 목표였다.

해리 스톤사이퍼는 맥도널 더글러스에서도 3종 세트로 주가를 4배 이상 끌어올렸다. 그 동력으로 보잉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보잉 경영진에 합류한 해리 스톤사이퍼는 보잉에도 도끼 3종 세트를 적용했다.

보잉의 엔지니어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해리 스톤사이퍼는 아예 보잉 본사를 시애틀에서 시카고로 이전해버렸다. 시애틀의 엔지니어 소굴에서 벗어나 재무팀만으로 시카고 본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도끼 해리는 시카고에서 시애틀을 하나 하나 해체시켜나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도끼 해리는 보잉 잉여 현금의 거의 100%를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다. 당연히 주가는 오르고 주주들은 환호했다. 정작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R&D 비용이 없었다. 딱 이 시기에 보잉은 에어버스 A380에 대항할 787을 개발해야만 했다. 787 개발이 실패로 돌아간 건 결국 도끼 탓이었다.

해리 스톤사이퍼는 2005년 사내 스캔들로 보잉을 떠난다. 물론 천문학적 수준의 보상금을 챙긴 뒤였다. 해리는 떠났지만 해리가 남긴 악습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보잉은 787이 실패하자 아주 잠깐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지만 결국 2013년부터 연평균 62억 달러씩 매입을 재개했다. 이때는 737맥스를 개발하던 시기였다. 결국 보잉은 737맥스 개발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았던 셈이다. 오히려 빨리빨리 속도전으로 엔지니어들을 몰아치기 바빴다. 2018년과 2019년에 일어난 항공기 추락 사고는 보잉의 누적된 내부적 문제가 빚어낸 결과였다.

이러니 5년만에 3대 차이로 보잉이 에어버스를 역전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보잉은 이런 내부적 문제가 해결됐다고 시장을 설득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보잉은 에어버스와 세대 차이를 강조했지만 정작 지난 4월 14일 보잉 737맥스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부품 문제로 737맥스의 생산과 배송이 일시 중단된 것이다.

보잉은 737맥스의 문제를 개선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맥스7과 맥스9과 맥스10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당연히 미연방항공청과 각국 안전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었다. 2023년 1분기 인도량에서도 737맥스는 113대로 절대적이다.

보잉도 후속 모델인 787 드림라이너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737맥스가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 것이다. 정작 보잉은 시장과 승객의 신뢰를 100%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보잉이 과거의 경쟁력을 되찾았다고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질병이 된 보잉의 문제에 관해 영국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창립자 마이클 오라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보잉 경영진은 머리 없는 닭처럼 뛰어다닌다.” 보잉은 다시 날아오르고 싶어한다. 재이륙을 하기 위한 활주로부터 찾고 있다. 정작 지금 필요한 건 재정비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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