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자전거 여행지  ]
바젤, 페달 밟다보면 예술도시 감성 만끽
루트 1291, 7개 구간 자전거길 풍광·스릴 만점
루체른, 여성 바이커만 위한 코스운영 신선
베른, ‘따릉이’ 빌려 도심·계곡 한바퀴 순회

누구나 다 가는 관광 명소를 둘러보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좀처럼 지겹게 느껴진다면, 자전거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평소와 같은 여행 코스에 자전거 하나만 더해도 전에 없던 색다른 여행이 가능하다.

스위스는 자전거 여행이 대중화된 나라 중 하나다.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도 편하게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했으며 구간 별 자전거 티켓이나 자전거 종일권 등 여행자를 위한 자전거 대여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스마트폰 지도가 아닌 이정표를 따라 간 길 끝에는 여행서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웅장한 건축물 대신 오래전부터 도시를 풍요롭게 만든 에메랄드빛 강이 펼쳐진다. 페달을 좀 더 힘차게 밟으면 협곡 사이로 스위스의 대자연을 가로지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가까스로 재개된 해외여행, 지난 날과 똑같은 방식으로 즐기기엔 좀 아깝다. 소중한 여행의 순간을 한층 더 알록달록하게 해줄, 각기 다른 4가지 색의 매력을 지닌 스위스 여행지로 페달 밟아 떠나보자.

바젤 라인 강변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의 모습
바젤 라인 강변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의 모습

두 바퀴로 누비는 문화 예술의 도시, 바젤

예술의 도시, 바젤은 자전거 여행에 제격이다. 시내 곳곳에 위치한 유명 박물관과 대성당, 바젤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장 팅겔리가 만든 팅겔리 분수 등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지 못할 명소가 없다. 번화한 시내에 피로감이 느껴지면 비르스 강의 울창한 초록 제방을 달려보는 것도 좋다.

자전거 길이 잘 조성돼 있어 어디로든 내키는 곳으로 향하면 되지만 대체로 그 시작은 에스베베(SBB) 기차역이다. 이곳에 자전거 대여소인 ‘렌트 어 바이크(Rent a Bike)’가 있기 때문이다.

바젤에 숙소가 있을 경우, 숙소에서 발급해 주는 바젤카드(Basel Card)로 20스위스프랑(한화 약 3만원)에 전기 자전거를 하루종일 빌릴 수 있다.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베른에서는 어플 하나로 쉽게 자전거를 대여해 시내 곳곳을  누빌 수 있다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베른에서는 어플 하나로 쉽게 자전거를 대여해 시내 곳곳을 누빌 수 있다

스위스 판 ‘따릉이’ 타고 베른 한 바퀴

베른에서는 ‘퍼블리바이크(PubliBike)’ 앱을 통해 자전거를 대여하고 현지인처럼 시내 곳곳을 누빌 수 있다. 퍼블리바이크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공유 바이크 네트워크로 서울시의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따릉이’와 같은 격이다.

이용 방법도 따릉이와 매우 비슷하다. 앱에서 자전거 대수가 표시된 무인 대여소로 가서 자전거를 대여하고, 원하는만큼 이용 후 다시 근처의 아무 대여소에 가 반납하면 된다. 이메일 주소와 신용카드만 있으면 사용자 등록이 가능해 외국인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퍼블리바이크로 자전거를 빌렸으면 이제 두 바퀴로 스위스의 수도를 둘러볼 차례다. 베른은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브라이취, 로렌 지구를 가로지르는 것도 좋고 랑가쎄 거리를 달려 마르칠리 지구까지 내려가 에메랄드빛의 아레 강을 마주해 보는 것도 즐겁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베른의 나지막한 산인 구어텐이나 근교의 에멘탈 계곡까지 더 긴 여정을 이어가볼 수 있다. 마침 퍼블리바이크는 일반 자전거 뿐만 아니라 전기 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어 더욱 편한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

루트 1291은 7개 구간을 통해 스위스의 대자연과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루트 1291은 7개 구간을 통해 스위스의 대자연과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악마의 다리부터 청정호수까지,  ‘루트 1291’

보다 다이나믹한 자전거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루트 1291’은 시원한 샘물과도 같은 존재다. 호수와 산을 넘고 협곡을 지나 알프스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7구간의 자전거 길이 스위스의 대자연과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41km부터 100km가 넘는 7개의 구간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7개의 호수를 비롯해 스위스 연방 헌장 박물관, 빌헬름 텔 동상과 영화 ‘007 골드핑거’에서 숀 코네리가 달렸던 고갯길인 푸어카 고개 로드가 자리한다.

전쟁에서 살아남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성, 하이덱 성 근교의 포도밭에 앉아 와인 한잔과 함께 풍광을 맛보는 경험도 짜릿하다.

사전에 잘 계획하면 7박 8일 왕복 루트로 이 모든 풍경을 누릴 수 있지만 좀 더 쉬운 여정을 원할 경우 개별 구간만 선택해도 좋다. 특히 5~7 구간에 해당하는 쇠렌베르크-엔틀레부흐-수어제-루체른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레저 정도의 사이클 코스다.

자전거 위에 올라타 바라본 루체른의 풍경
자전거 위에 올라타 바라본 루체른의 풍경

여성 자전거 여행자라면 ‘루체른’으로

여성 바이커에게 루체른은 특히 좋은 여행지다. ‘우먼 온리 라이드(Women Only Ride)’라는 여성 전용 자전거 투어가 따로 있다. 목적지는 해당 투어를 운영하는 컨티넨탈파크 호텔에서 약 20km 떨어진 오브발덴과 니트발덴.

하루 온종일 볼거리로 가득 찬 자전거 길을 달리며 수려한 산세를 배경으로 피크닉을 즐기고 바위 지대와 내리막길을 지나 루체른 호수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간중간 라이딩 테크닉을 향상시키고 투어 플래닝을 배울 수 있는 세션도 마련돼 있다.

투어와 함께 식전주 및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사, 루체른 교통카드, 호텔 1박이 모두 포함된 참가비는 1인당 267스위스프랑(한화 약 40만원)부터 시작한다.

스위스 안데르마트에 있는 악마의 다리 역시 자전거로 지날 수 있다
스위스 안데르마트에 있는 악마의 다리 역시 자전거로 지날 수 있다

 

자전거 여행자들의 천국, 스위스 바이크 호텔 3

스위스에는 자전거 여행객에게 특화된 ‘바이크 호텔’이 많다. 자전거 세차장과 스포츠 의류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전거 여행과 관련된 정보 자료 및 투어나 코스를 소개하기도 한다. 장거리 라이딩 후 맛있는 음식에 와인 한 잔 곁들이거나 뭉친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스파 등의 부대시설도 갖췄다.

루체른의 컨티넨탈파크 호텔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바이크 호텔이다. 스위스 국립 사이클링 네트워크와 가깝게 위치해 있어 다채로운 투어의 출발점이다.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 이동, 가이드 투어, 사이클링 테크닉 코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한다.

루체른에서 가까운 엥겔베르크의 배르그휘스 요흐파스(Bärghuis Jochpass)는 해발 2222m 스키장 한복판에 있는 이색 바이크 호텔이다. 호텔보다는 산장에 가까운 형태인데 이곳 산장지기가 아주 열정적인 사이클리스트로 유명하다. 숨겨진 자전거 코스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저녁에는 4가지 코스의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와인 리스트도 훌륭하다. 직접 만든 과일 케이크에 파스타, 향토 메뉴가 즐거운 저녁 시간을 선사한다.

사스페 마을 한복판에는 산장 느낌을 가득 품은 5성급 호텔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주변으로 펼쳐진 자전거 코스도 훌륭하지만 짜릿한 내리막길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스쿠터 트랙도 재밌다. 화려한 스파 시설, 벽난로가 있는 라운지, 고풍스러운 목재 벽과 주변 산세 등 자전거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가볼 만한 이유가 충분한 호텔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자료 : 스위스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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