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자국의 CPTPP 가입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대만 CPTPP 가입에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CPTPP 가입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대만 CPTPP 가입에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영국이 정식 가입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CPTPP 11개 회원국들은 영국의 가입을 허용했다. 지난 3월 3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CPTPP 장관급 회의에서 영국의 가입이 공식 인정됐다.

CPTPP는 아·태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초대형 다자간 FTA다.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멕시코 등 나머지 국가가 2018년 12월 출범시켰다. CPTPP는 인구 규모로는 전 세계 인구의 6.6%에 해당하는 5억여명의 거대 시장이다. 역내 무역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무역의 15.2%(약 7428조원)를 차지한다. 특히 회원국들이 한국의 수출과 수입의 23.2%, 24.8%를 각각 차지하는 등 한국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CPTPP에는 현재 일본,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11개국이 속해 있다. 영국이 CPTPP에 가입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국한됐던 협정이 유럽 경제권까지 확대됐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유럽 바깥의 나라들과 무역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지리적으로 멀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권인 CPTPP를 통해 인도태평양 쪽으로 물꼬를 트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영국 기업통상부 대변인은 “영국의 CPTPP 가입 과정에서 큰 진전을 보고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영국 기업에 유리하고 영국의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이 일본 주도 CPTPP에 정식 가입한 것을 계기로 다음 가입국이 어느 나라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2021년 9월 16일, 대만은 그해 9월 22일 각각 가입신청을 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CPTPP 가입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대만 CPTPP 가입에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3월 20일 총통부에서 영국 여야 의원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영국의 CPTPP 가입이 순조롭게 이뤄진 것을 축하하면서 “영국이 대만의 CPTPP 가입을 지지해 양국 협력관계를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연합보는 보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 로이터통신 기자가 “영국이 중국을 도전이라고 묘사하는 상황에서 영국의 CPTPP 가입이 대만의 CPTPP 가입에 유리할 것으로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중국은 대만이 공적인 성격의 조직에 가입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답변했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CPTPP 가입 신청 이후 각 회원국과 접촉과 소통,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중국의 가입은 중국의 개혁을 심화하고 개방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회원국이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대중 경제무역협력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중국이 국유기업에 대한 우대조치와 지식재산권 보호 미흡 등으로 CPTPP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일본은 중국 가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후쿠이현립대학 시마다 요이치 교수는 “CPTPP에 가입하려면 해당 규칙을 완전히 동의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영국이 가입한 것을 선례로 해서 이 원칙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다음 차례는 대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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