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가팩토리) 최우선 투자 후보지” -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지난해 11월 일론 머스크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밝힌 말이다. 이 한마디에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이뤄진 국빈 방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머스크를 만나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제조 로봇과 고급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는 데 최고의 효율성을 거둘 수 있는 국가”라고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테슬라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공격적인 ‘박리다매’, 신차 출시 지연 등 ‘테슬라 리스크’가 가시화된 것. 그동안 핵심 고객사로 단비 같은 존재였다면 최근에는 먹구름을 몰고 오는 분위기다.

테슬라는 가격 할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가격 할인을 발표했다.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 직전엔 모델3 세단과 모델Y 크로스오버 가격을 인하했다. 하지만 1분기 순이익은 대폭 감소했다.

또, 현재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테슬라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한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캘리포니아주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59.6%로, 지난해 연간 점유율 72.7%와 비교해 13.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18일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머스크는 차량 가격을 낮춰 대당 이익을 줄이고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못 박았다. 월가 시장분석가들은 테슬라의 향후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가격 인하가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실제로 테슬라는 미국에서 최대 20%(약 1600만원 수준)를 깎는 등 자동차 업계에서 보기 힘든 상황을 연출 중이다. 머스크는 컨퍼런스콜 당시 미 텍사스와 독일의 새 공장이 생산량을 늘렸으며, 주문량이 출고량보다 많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 구매심리가 위축된 탓에 예상보다 많은 양이 팔리지 못했다. 다만 차량 생산을 가능한 한 빨리 늘려 올해 연간 인도량 18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협력사에 단가 인하 압박 갈수록 심화

신차 출시도 지연돼 투자금 회수 지지부진

사실 가격 인하를 위해, 테슬라는 공급망 재편 작업을 이미 어느 정도 추진하고 있었다. 부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정 기업이 따낸 수주 물량을 재입찰, 논의 중이거나 이미 체결한 계약 조건 변경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문제는 가격 할인에 대한 비용 부담이 한국 협력사로 넘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여러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테슬라 공급망에 들어가 있다.

테슬라는 이들 업체에 단가 할인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차체 소재, 카메라 모듈, 전장 반도체 등을 납품하던 기존 협력사에 테슬라가 새로운 업체들을 더하면서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는 흘러나온 지 오래다.

물론 국내 주요 부품업체들의 이번 1분기 실적 전망은 맑은 편이지만, 공통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놓을 수 없다.

또, 테슬라가 예고한 신차 출시가 늦어지는 점도 부정적이다. 머스크는 전기차 트럭인 ‘사이버 트럭’이 3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국내 업체들은 관련 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던 여파에 생산 시점은 미뤄지고 물량은 줄어듦에 따라 투자금 회수도 당분간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최근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외국 기업을 모두 배제한 점도 첩첩산중이다. 지속적인 시장 점유율 제고 전략으로 박리다매 카드를 꺼내든 테슬라에 날개가 달린 셈이다.

현대차 등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다툰다는 점에서, 연쇄적으로 피해가 커질 개연성이 많아졌다. 피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에서 정부가 국내 관련 업체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해야 할 때가 왔다.

한편, 머스크는 최근 투자자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래에는 240TWh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며, 이를 위해 가장 풍부한 광물자원인 철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막 LFP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단계다. 이에 따라 미리 준비된 중국 업체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체들의 우려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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