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공조달 종합전시회,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가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성황리에 개최됐다. 2000년 중소기업의 신제품과 신기술을 소개하고 국내외 공공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나라장터 엑스포는 올해 23회를 맞아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561개사가 참가했으며 참가업체, 부스규모, 관람객 등 모든 면이 역대 최대라는 평가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혁신성장관, CES수상관, 창업벤처관 등 다양한 전시관을 통해 소개된 조달제품들은 우리 중소기업의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을 확인시켜줬고, 24개국 80여명의 해외바이어와 함께한 수출상담회와 해외조달시장 진출설명회 역시 수출 첨병으로서 K-조달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고 국내를 넘어 새로운 판로기회를 모색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공공조달에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비중은 절대적이다. 2021년 기준 조달금액 184조원 가운데 64.6%인 118조원이 중소기업을 통해 납품됐고, 전체 조달기업의 99%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공공조달 역시 정부의 거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시장과 기업의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과징금 대체 사유 확대, 공공기관 제재금 도입, 협상에 의한 계약 낙찰하한율 상향 등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중소기업 판로의 버팀목이자 최후의 보루로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조달의 기능이 판로지원에만 그쳐서는 곤란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시장인 만큼 올바른 거래질서를 선도하고 공공의 선을 위해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정당한 가격보장이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했다. 계약법상 가격조정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원가인상 입증책임이 중소기업에게 있는 가운데 담당자와 수요기관별 요구자료 수준은 천차만별이었고, 요구수준에 맞춰 자료를 보완하다보면 또다시 원자재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특히 다수 품목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원가분석에만 수천만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불확실한 가격조정을 포기하고 적자를 감수한 채 납품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당한 가격보장을 위해 이제는 공공조달도 변해야 한다. 먼저 입증을 위한 요구자료 간소화와 세부기준 추가 마련을 통해 일관된 가격조정절차를 시행하고 조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사원가통합관리시스템’처럼 물품도 적정원가 파악 및 검토를 위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수요기관과 중소기업의 행정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

또한 계약담당 공무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감사부담 완화도 이뤄져야 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특수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라도 가격조정에 대한 감사예외 조치를 통해 계약담당 공무원의 운신폭을 넓히고 소극행정을 벗어나 적극행정을 유도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전적으로 부여된 입증책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오는 10월부터 민간시장에 적용되는 ‘납품대금 연동제’처럼 수요기관과 중소기업이 기준지표를 사전에 협의하고 상호간에 주기적으로 변동폭을 확인하거나 정부가 먼저 원자재가격 변화추이를 파악해 업체에 가격인상을 선제안하는 발상의 전환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이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땀 흘린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원할 뿐이다. 판로지원을 넘어 중소기업이 제값 받는 환경조성을 위한 공공조달의 더 큰 책임과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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