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갑질행태 사실상 묵인
부정경쟁 형사처벌 입법 시급
간담회 열어 구제안 강구 예정

해외에선 대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스타트업과 협업해 서로 윈-윈 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숙박 공유 문화를 확산시킨 에어비엔비의 경우에도 구글의 기업형 벤처투자회사인 구글벤처스가 초기에 투자한 업체로 유니콘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구글 입장에서도 구글 기술을 보다 발전시키는 동시에 투자 이익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지난달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아이디어 탈취 피해를 증언하며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 알고케어, 프링커코리아, 키우소, 닥터다이어리, 팍스모네 등 스타트업 5개사는 모두 비슷한 분쟁 구조를 갖고 있다.

먼저 신생 벤처·스타트업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대기업이 협업을 제안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제품의 아이디어 등이 전달된다. 이후 설명회를 갖고 자료를 전달하고 나면 대기업 측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두절한 후 비슷한 성능 또는 외관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식이다. 이후 중소기업이 반발하면, 대기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담당 행정청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당사자 간 법적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식의 현실과 동떨어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실상 대기업의 횡포를 묵인해주고 혁신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창업의지를 꺾는 불공정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대기업이 이렇게나 손쉽게 아이디어 도용에 나서는 이유는 명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법·제도적 제재가 미약해 굳이 비용을 주고 아이디어를 취득하거나 협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벤처·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아이디어 도용 여부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각고의 노력 끝에 위법성이 인정된다 해도 강제성이 없는 시정권고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 벤처·스타트업이 버티려면 무엇보다 행정조사범위 확대와 더불어 아이디어 도용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등이 신설돼야 한다.

필자는 2021년 11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기타성과도용이라는 부정경쟁행위도 특허청장에 한해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 시정권고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행법에선 기타성과 도용과 같은 부정경쟁행위는 행정조사, 시정권고, 형사벌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피해기업의 손해를 감안하면 기타 부정경쟁행위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소한 동등하게 시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줘야 한다. 관련해 필자는 의원실 주최로 오는 9일 중소기업 아이디어 탈취 구제를 위한 피해기업 초청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해당 간담회에서는 특허청, 공정위, 중기부에서 직접 참석해 피해기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피해사례를 청취하고 현실적인 구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자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누구보다 염원하는 필자는 이번 간담회의 동력을 바탕으로 지난번 대표발의한 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시간이 얼마 없다. 정부도 하루빨리 움직여 더 이상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前 중소기업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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