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권시절 ‘미림’이라는 도청팀이 지도층 인사들이 자주 가는 한정식집이나 레스토랑에 도청장치를 한 것이 밝혀지면서 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술 한 잔 하면서 거리낌 없이 떠드는 말을 도청해서 여론을 파악하거나 특정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알아냈으니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게다가 재벌기업들은 거액의 정치자금까지 대선 후보자들에게 제공하고 검찰 고위층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의 촌지까지 돌렸다고 한다.
급기야 우리나라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이 임직원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게 됐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에 취임해서 1998년에 물러났다. 어느새 1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디지털시대, 모든 게 공개돼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이제는 ‘미림팀’같은 특수조직이 필요 없어졌다. 학생이건 직장이건 일반 시민이든 간에 누구나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게 녹음하거나 촬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갖가지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돼 있는가 하면 볼펜형 녹음기부터 MP3 등 전천후 녹음장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정보화사회의 새로운 풍속도인 것이다. 7월초 발생한 영국의 대규모 테러사건의 범인들을 밝혀낸 것도 CC-TV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특히 공공장소에 CC-TV가 무수하게 보급돼 있고 이들이 치안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공치안 유지와 질서 유지에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보화사회 그리고 디지털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기술적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은폐, 왜곡, 말 바꾸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지고 있다.
이번 도청관련 사건은 초점이 두 가지다. 하나는 불법적인 도청활동이고 또 하나는 기업의 불법 자금제공인 것이다. 모두가 비난 받아야 하고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십년 전 일을 놓고 누구 잘못이 더 크고 작느냐를 다니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인 논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기업들이 준법경영을 시급히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도 투명성 제고 힘써야
거창하게 윤리경영이나 사회적 공헌을 내걸기 전에 우선 불법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정보화사회에서 모든 불법행동과 비리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결코 정권이 바뀌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정보화사회의 속성 때문이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 우리사회는 낮이나 밤이나 몰카, 디카 그리고 소형녹음기가 작동되는 상황이 됐다. 어차피 모든 비리가 드러나는 투명사회가 된 것이다.
이번 도청 사건을 계기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준법경영도입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윤 은 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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