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차박을 위한 모든 것
번잡한 캠핑장 예약전쟁 이제 그만
언제든 원할 때 시동걸고 ‘자 떠나자’

나만의 공간서 마음대로 자연 만끽
강원 순긋·사천해변 ‘차박성지’정평

텐트설치·모닥불 피우기 절대 불가
평탄화 작업 위한 차량용 보드 필수

본격 캠핑 시즌을 맞아 캠핑장 예약 전쟁이 치열하다. 어렵게 잡은 캠핑장에 도착해 온갖 장비를 꺼내고 텐트를 치다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져간다. 타들어가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불멍하는 여유도 잠시. 캠핑장 매너타임 전에 설거지를 마쳐야 한다. 아침을 챙겨 먹은 다음엔 어렵사리 친 텐트와 한껏 벌려놓은 장비를 다시 또 정리한다.

이 과정이 캠핑의 묘미라면 묘미지만 이렇게 1박 2일 캠핑을 다녀오면 쉬러 다녀온 건지 훈련을 하고 온 건지 한번씩 의아할 때가 있다. 이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텔스 차박이다.

주차공간만 있으면 OK

스텔스 차박은 잠행이라는 뜻의 ‘스텔스(Stealth)’와 차를 이용해 캠핑하는 것을 이르는 ‘차박’이 결합한 말로 밖에서 봤을 땐 캠핑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차 안에서 조용히 주변 경관을 즐기며 캠핑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밖에서 봤을 땐 그저 주차된 차량으로 보이는 것이 핵심이다.

차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특별한 장비도 필요없고 캠핑장 예약 전쟁에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 번번이 텐트를 접었다 폈다 하는 수고로움 없이 언제고 원할 때 가뿐하게 떠날 수 있다는 점은 스텔스 차박의 가장 큰 매력. 어제는 사천해변에서 밤바다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다 다음날엔 바람의 언덕에서 태백산맥 병풍삼아 모닝커피를 마시는 일이 현실이 된다. 그것도 숙박비 0원에.

아늑한 나만의 공간에서 공짜로 자연을 누리고 캠핑을 즐길 수 있지만 그만큼 제약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공간이 어느 정도 된다면 의자나 작은 테이블 정도는 꺼내놓고 탁 트인 공간을 만끽해도 좋다. 하지만 화기 사용은 이야기가 다르다. 화기를 꺼내고 취사를 하는 순간 스텔스 차박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진다. 심지어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최근 차박 성지라고 알려진 일부 관광지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텐트를 쳐놓고 노지 캠핑을 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는데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우리나라는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의 야영 및 화기 사용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텐트는 물론 타프를 치는 것도 야영에 해당하며 불멍을 위한 화롯대 사용이나 모닥불을 피우는 것도 당연히 안된다.

텐트를 치거나 화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국립공원을 비롯해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원, 국유림 임도 및 땅 주인이 있는 사유지에서는 차박도 안된다는 점 역시 꼭 기억해둘 점이다.

제한된 공간인 차 안에서 캠핑을 하기 때문에 스텔스 차박은 크게 할 일도, 별다른 장비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차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므로 편한 잠자리를 만드는 것만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 안에서의 잠자리는 대게 트렁크 공간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2~3열 시트를 젖혀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이때 바닥이 최대한 평평하게 펼쳐져야 편한 잠자리를 완성할 수 있다.

폴딩 박스가 효자 아이템

최근에 출시한 SUV 차량은 날로 높아지는 캠핑과 차박의 인기를 고려해 뒷열을 젖혔을 때 바닥이 완전히 평평한 풀 플랫(Full Flat)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많다. 그러나 구형 모델 또는 차 아래쪽에 배터리가 설치된 하이브리드 차량의 뒷열을 접었을 때 풀 플랫이 되지 않고 경사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다. 경사가 낮은 곳에 침낭이나 두툼한 이불을 먼저 깔아 단차를 줄이고 그 위에 자충 매트리스를 올리면 비교적 간단하게 평탄화 작업이 끝난다. 1열과의 빈틈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빈 공간에 침낭처럼 부피가 큰 물건을 끼워 틈을 메우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깔면 더 넓고 안정적인 공간이 탄생한다.

평탄화 작업을 위한 차량용 보드 제품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보다 완벽한 평탄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차량에 맞는 보드를 따로 만들 것을 추천한다. 지난 2020년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어떠한 자동차든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으며, 날로 높아지는 차박 인기에 힘입어 차량 평탄화를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업체도 많이 생겨났다.

차에서 잠만 잘 게 아니라면 폴딩 박스도 하나쯤 있으면 좋다. 물건 수납과 테이블 기능을 동시에 하고 사용하지 않을 땐 접어 놓을 수 있는 폴딩 박스는 차박 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캠핑에서 소문난 효자템이다. 랜턴을 비롯해 창문에 걸치는 모기장, 햇빛을 차단하고 외부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줄 차량용 선바이저 또는 은박매트 등도 유용하다.

쓰레기 수거는 차박 제1덕목

쓰레기 봉투는 필수다. 혹자는 주차했던 바퀴 자국도 남기지 않는 것이 진짜 스텔스 차박이라고 할 정도로 스텔스 차박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따라서 차박 도중에 생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 봉투를 꼭 준비하고 수거한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가 배출 방법에 따라 버려야 한다.

강릉의 순긋해변은 한적하게 바다를 감상하며 차박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강릉 해변 중에서도 사람이 많이 없는 편에 속한데다 무료 주차장을 비롯해 샤워장, 탈의장 등의 편의시설 또한 잘 갖춰져 있다.

강원도 차박 성지를 이야기할 때 사천해변을 빼놓으면 섭하다.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차를 세울 수 있는 사천해변은 차박 뿐만 아니라 야영도 가능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일찍이 자리를 선점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트렁크 밖으로 펼쳐진 탁 트인 에메랄드빛 바다는 이정도 수고로움은 모두 잊게 만든다.

경기 안성시 고삼면의 고삼저수지는 노을녘 윤슬을 바라보며 물멍하기에 딱이다. 운치있는 경관에 방문객도 많지 않아 여유롭고 고즈넉한 한때를 보낼 수 있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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