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럭셔리 브랜드 3.3조에 인수
중국 뷰티시장 점유율 독보적 1위

로컬브랜드와 치열한 경쟁구도 속
초고가 제품 분야선 요지부동 독주

스타일난다 인수, 색조화장품 접수
온-오프 결합한 마케팅 전략도 한몫

“이솝마저.” 지난달 4일 로레알이 이솝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K-뷰티 업계에서 흘러나온 탄성이었다. 이솝은 뷰티 업계의 롤스로이스다. 프리미엄을 넘어 럭셔리라는 의미다. 뷰티 제품의 효능 뿐만 아니라 미니멀한 브랜딩으로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적잖은 K-뷰티 제품들도 이솝을 벤치마킹해온 게 사실이다. 레스토랑에서도 이솝의 뷰티 제품은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된지 오래다. 레스토랑 화장실에 놓인 이솝 화장품이 공간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브랜드 이솝을 로레알이 인수한 것이다.

中서 하루 2000억원 매출

로레알은 브라질의 뷰티기업 나투라 앤 코로부터 25억3000만달러에 이솝을 인수했다. 한국돈으론 3조3000억원이 넘는다. 나투라는 2013년 이솝을 인수했다. 원래 이솝은 1987년 호주 멜버른에서 설립됐다. 지금은 전세계에서 4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매출은 5억3700만달러에 달한다. 2021년 대비 21% 증가했다. 나투라 산하 브랜드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브랜드가 이솝이었다. 로레알이 나투라의 진주를 차지한 것이다.

이솝을 인수하면서 로레알은 다시 한번 뷰티업계의 LVMH라는 위치를 입증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이끄는 프랑스 명품 기업 LVMH는 2021년 쥬얼리 브랜드 티파니를 17조원에 인수했다. 디올부터 루이비통과 티파니까지 보유한 LVMH는 프랑스 증시에서 부동의 시총 1위다.

LVMH의 시가총액은 5000억달러에 달한다. LVMH의 소유주 아르노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누르고 전세계 1등 부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 뒤를 쫓는 게 로레알이다. 로레알의 시가총액은 2300억유로에 달한다. 로레알의 소유주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는 전세계 여성 부호 1위다.

로레알이 이솝을 인수한 건 중국 때문이다. 이솝은 전 세계적으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탑2를 차지한 매장 2곳이 모두 중국에 있다. 이솝은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뷰티 소비의 패턴이 고급화되고 있는 북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이 주요 시장이다. 뷰티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는 소비자 패턴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베인앤컴퍼니 통계 기준 연간 사치품 지출 규모가 80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시장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의 결선무대나 다름 없다. 로레알은 중국 시장에서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매출 성장세를 보여왔다.

로레알이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만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542억위안에 달한다. 하루 평균 2000억원 꼴이다. 뷰티시장조사업체 코스메틱 옵져베이션에 따르면 로레알은 2022년 실적에서도 압도적인 중국 시장 1위를 수성했다.

반면 K-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8위에 이름 올린 뷰티 기업이 나투라다. 물론 이솝 덕분이다. 로레알의 이솝 인수는 중국 시장 1위와 8위가 합병했다는 의미다. 로레알은 넘사벽이 됐다.

얼마 전 발표된 2023년 1분기 실적에서 로레알은 연결 매출 103억 유로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나 성장한 결과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보다 6%나 높다. 유럽과 북미에서 각각 16%와 17%씩 성장했다. 유럽과 북미는 로레알의 본진에 해당된다. 여기에 북아시아와 남아시아 시장이 더해지고 있다. 북아시아 시장의 중심엔 한국과 일본이 있다. 남아시아 시장은 인도다. 로레알은 점차 세계 뷰티 통일 제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정작 2023년 1분기 실적에선 만년 1위 중국 시장에서 오히려 부진했다. 중국의 코로나 리오프닝에 따른 재감염 여파 탓이다. 그래도 이벤트성 요인이다. 오히려 2분기부턴 여행 증가에 따른 관광수요상승 효과를 볼 수밖에 없다. 이솝 인수는 이걸 노린 포석이다.

립스틱이 효자노릇 톡톡

이미 글로벌 뷰티 시장은 코로나 이전으로 거의 회복했다. 코로나 마스크 탓에 부진했던 색조 화장품 수요도 돌아왔다. 로레알의 승승장구도 색조의 귀환 덕분이다. 로레알의 색조 화장품 계열인 로레알파리와 메이블린뉴욕의 립스틱이 효자 상품 노릇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임팩트북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매년 5%씩 성장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7년엔 5083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로레알은 글로벌 시장은 P&G와 유니레버와 나눠갖고 있다. 그런데 라이벌인 P&G와 유니레버는 종합소비재기업이다. 화장품만 파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로레알은 화장품 전문 기업으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뷰티 시장 1위인 미국 시장을 2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뷰티 시장도 전기차 시장처럼 중국 시장이 미국 시장보다 선도 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을 지켜야 세계 시장도 지배할 수 있다.

정작 중국 뷰티 시장의 주도권은 점차 중국 내수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 상위 30개 브랜드 가운데 중국 로컬 브랜드는 이미 절반에 육박한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중국 2030 세대는 애국 소비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제일주의를 교육 받고 성장한 2030 세대는 영화부터 뷰티까지 자국 제품을 선호한다.

2018년까지 중국 화장품 수출 1위였던 K-뷰티가 단 자리수 시장점유율까지 밀려난 직접적인 원인이다. K-뷰티 다음 희생양은 프랑스와 일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본의 대표적인 뷰티 브랜드인 시세이도는 중국인 모델로 광고 모델을 바꾸면서 다양한 중국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일본 본토보다 중국 시장 매출이 커진지 오래다.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의 모델로 로제를 선정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뷰티브랜드 숨의 모델로 수지를 선택했다. 원래 설화수의 모델은 송혜교였다. 숨은 전지현이었다. 전지현과 송혜교는 모두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 스타다.

반면 로제는 중국 보다는 글로벌 스타다. 수지는 글로벌 보다는 국내 스타다. K-뷰티의 중국 전략이 적극적에서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로레알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중국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로레알은 크게 4개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컨슈머 프러덕트와 로레알 럭셔리와 더마톨로지 뷰티와 헤어제품이다. 여기에 랑콤, 키엘, 비오템, 라로슈포제, 메이블린뉴욕, 로레알파리까지 35개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그렇지만 중저가 라인인 컨슈머 프러덕트 시장은 이미 중국 로컬 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신 로레알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럭셔리 세그먼트에선 도전자가 없다. 이솝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시장은 보습케어 중심에서 효능과 성분 중심으로 시장축이 이동하고 있다. 효능과 성분을 중시하는 중국 메디컬 뷰티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 성장하고 있다. 2025년엔 4108억위안에 달한 것으로 전망된다. 로레알의 더마톨로지 뷰티 라인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

고객 직접 접촉 전략 주효

여기에 유통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온라인 뷰티 소비가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뷰티 제품은 직접 써보지 않고는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직접 매장에 나와서 사용해본 다음 자신의 피부에 맞는지 체험하는 걸 선호한다. 대신 소비 자체는 오프라인 매장보단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의 다양한 할인 혜택도 한몫 한다.

그래서 중국은 이른바 CS숍이라고 불리는 코스메틱샵의 인기가 여전한 편이다. 로레알은 중국의 CS숍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유통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배달의 민족인 메이투란을 이용해서 즉시배달을 해준다. 한국 올리브영의 바로드림 서비스와 유사하다.

중국의 틱톡이라고 할 수 있는 더우인을 통해 마케팅하고 근처 오프라인 CS샵에서 바로 구매하게 만드는 로레알의 이런 다이렉트투컨슈머 전략이 로레알의 제품력과 결합해서 넘사벽 중국 1위를 굳히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4월 11일 로레알은 컬리의 뷰티컬리와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컬리는 신선제품 배달에 이어 뷰티컬리를 통해 뷰티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로레알은 이미 랑콤과 로레알파리처럼 주요 8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컬리는 로레알로부터 뷰티컬리 단독 구성 상품을 공급 받는다. 대신 로레알은 중국에서처럼 뷰티컬리를 통해 D2C 전략을 전개하게 된다. 로레알한테 중국은 최대 시장이자 제품과 마케팅 전략의 기준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로레알이 2018년 스타일난다를 60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역시 중국 때문이었다. 스타일난다의 메이크업 브랜드 3CE가 중국 색조화장품 시장 인지도 1위였기 때문이다. 쓰리컨셉아이즈로 읽는 3CE는 국내 뷰티 시장에서 가장 큰 매각 사례로 꼽힌다.

로레알이 1907년 창업 당시 처음으로 선보였던 제품은 헤어 염색제인 오레알이었다. 1910년 아예 로레알로 사명을 변경했다. 오레올은 후광이라는 뜻이다. 로레알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인 케이펙스가 3%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17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로레알이 글로벌 뷰티 시장 점유율 15%에 달하는 뷰티 제국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1964년 랑콤을 인수하면서부터였다. R&D와 M&A라는 두 날개로 날기 시작한 것이다. 이솝 인수로 로레알은 또 한 번 날개짓을 했다. 중국이라는 오레알을 지키기 위해서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