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기업과 협력 논의 확산
中企에 무조건 지원은 이제 그만
혁신 접목시키는 프로젝트 각광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에 언제 순탄한 세월이 있었던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의 세월은 우리 한국경제에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의 세월이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를 어느 정도 벗어나는가 하는 기대감이 커질 무렵, 세계경제는 팬데믹에 의한 전대미문의 물리적인 글로벌 공급망 단절이라는 충격에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최근 들어 팬데믹의 영향이 잦아들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새로운 충격은,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과 같은 지정학적인 갈등이 초래하는 더욱 복잡하고 구조적인 글로벌 공급망 단절 위기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는, 소위 자유주의적 가치동맹에 기반해 중국경제와의 디커플링과 미국경제와의 전략적 협력구조 확대 논의는 현재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을 전략적 협력파트너 구조에서 배제한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충격임은 사실이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경제와의 거리두기와 함께 더욱 강조되는 한미 경제협력과 한미 경제동맹 논의는 경제적 논리라기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가깝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부각되는 한미 경제협력의 주된 형태는 반도체와 핵심소재 산업에서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혹은 최소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방지하려는 미국 측의 우려가 반영돼있다. 즉 중국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한미협력과 함께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기술우위 구조를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중국을 배제한 국제 공급망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드라이브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부응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부문으로 부각돼온 산업 및 부문은 첨단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첨단바이오, 로보틱스 등 대부분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부문이다.

그러나 최근 협력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부문은 미국의 빅테크 등 기술기업들과 우리나라 스타트업들간의 전략적 기술협력 및 기술 공동개발 분야다.

기존의 한미 경제협력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관련한 주요 의제는 부품 등 중간재와 소비재 등 완제품 부문에서 중소기업의 미국시장 진입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시장 진출 지원정책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한미 경제협력 구조에서 중소기업 관련 주요 의제로는 한국 중소기업, 특히 스타트업들의 기술력과 혁신역량을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및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접목시키는 프로젝트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즉 기존의 한미경제협력의 기존 구도에서와는 판이하게 중소기업들의 혁신역량과 신기술 개발역량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과거,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무조건 지원을 받아왔던 호시절은 이제 끝났을 뿐만 아니라, 한미 경제협력 과정에서 조그마한 기회라도 주어질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국제적인 수준의 혁신역량과 기술역량임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혁신역량과 기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에게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한대의 가능성이 제공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작금의 한미 경제협력 채널이다. 최근 한미경제협력의 형태는 이제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기술역량과 혁신역량은 생존의 기본조건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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