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990원에 로켓배송 무제한 이용
1분기 매출·영업이익, 이마트 추월
물류센터 확대로 ‘쿠세권’ 고객 확보
자동화-­­­­ 가속, 쓱닷컴·컬리와 각축전
패션·가전가구도 로켓설치 서비스
성장통인 ‘반쿠팡동맹’ 극복이 관건

이마롯쿠. 한국 유통 업계 안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다. 국내 유통 산업의 빅3를 이마트와 롯데와 쿠팡으로 정의한다는 의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전통의 유통 강자들이다. 좀 더 확대하면 국내 유통 시장은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전장이었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백화점부터 대형마트와 대형할인매장과 편의점에 홈쇼핑과 이커머스까지 거의 모든 유통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양대 유통 그룹의 본진에 해당된다. 그런데 여기에 쿠팡이 명함을 내민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쿠팡은 쿠네쓱의 하나로 분류됐다. 국내 이커머스 3강인 쿠팡과 네이버와 쓱닷컴을 부르는 줄임말이다. 쿠팡은 2022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이커머스의 주축으로 분류됐단 말이다. 그런데 2023년부터 이마롯쿠로 불리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포괄하는 유통 시장의 강자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콘텐츠 무제한 시청

그럴만하다. 2023년 1분기에 쿠팡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이마트를 넘어섰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쿠팡은 2023년 1분기에 매출 7조3990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2023년 1분기 매출 7조135억원보다 많다. 매출에선 추월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에선 압도 수준이다. 쿠팡은 1362억원을 벌었고 이마트는 137억원을 벌었다. 10배 차이다. 추세상으로도 쿠팡이 우월하다. 쿠팡은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매 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2023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4%나 감소했다. 이마트측은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데다가 2022년엔 공휴일수가 적었고 일부 매장이 개보수에 들어가면서 매출 공백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쿠팡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같은 조건인데도 쿠팡이 장사를 더 잘했다는 뜻이다.

쿠팡의 승리 비결은 우선 쿠팡 와우 멤버십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2022년 1100만명을 넘어섰다. 2021년 900만명에서 2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은 월 4990원이다. 이것만 내면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오늘 주문 하면 새벽에 오는 생필품 배달은 누가 뭐래도 소비자 입장에선 매우 편리한 서비스다.

게다가 쿠팡플레이에선 〈SNL 라이브〉 같은 콘텐츠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다. 쿠팡 플레이의 콘텐츠 목록은 월 구독료가 12000원대인 넷플릭스와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주현영 기자의 리포트와 MZ오피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스포츠 중계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은 쿠팡에 대한 소비자의 록인 효과를 유발한다. 다른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이커머스에서 구매하던 상품도 쿠팡에서 구매하게 유인하는 것이다. 그것이 멤버십 가입비를 통해 얻는 혜택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소비자들이 여기기 때문이다. 4990원 멤버십이 더 큰 구매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의 1인당 고객 매출은 294달러인 40만원으로 4% 이상 증가했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1인당 고객 매출, 즉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는 핵심 지표다. 유저가 아무리 많아도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면 언젠간 플랫폼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쿠팡에 대한 우려가 컸던 이유다. 쿠팡은 누적 적자만 6조원에 달한다. 쿠팡측은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6조원이라는 숫자는 부담스럽다. 쿠팡은 ARPU를 반등시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내놨다. 그 비결은 1000만명을 돌파한 와우 멤버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1100만명에게 지속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건 쿠팡의 숙제다. 멤버십은 언제든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배송의 속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배송의 속도를 높이려면 빠르게 물건을 배달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핵심은 ‘더 가깝게’다. 고객과 쿠팡 물류센터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배송 속도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장거리 배송을 단거리 배송을 바꾸는 것이다. 이미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물류센터를 지었다. 연면적으로만 치면 축구장 600개 규모다. 이미 한국 인구의 70% 이상이 쿠팡 물류 센터 반경 10분 거리인 이른바 쿠세권에 산다. 덕분에 2022년 쿠팡 활성 고객은 1811만명에 달한다. 쿠팡에서 한번이라도 물건을 구매한 고객의 숫자다. 쿠세권의 영향력이다.

무인운반·분류로봇으로 물류자동화

일단 쿠팡의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5월 대형 화재가 났던 쿠팡 덕평 물류센터도 현재 30% 정도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고로 소방관 한분이 순직했다. 쿠팡은 3042억원의 피해를 봤다. 덕분에 쿠팡의 조정 EVIDA도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

조정 EVIDA는 이자나 세금이나 감가상각을 하기 전의 영업이익을 뜻한다. 아무리 장사를 잘 해도 은행 이자 내고 나라 세금 내고 나면 남는게 없는 게 장사다. 이제까진 쿠팡도 별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2023년 1분기엔 3073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마진율은 4.2%다. 장사한 걸로만 치면 이미 안정적인 흑자 구조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쿠팡은 2023년엔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도 있다. 물류센터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계획된 적자가 실제로 예정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물류센터 투자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이제까지는 물류센터를 양적으로 증가시켰다면 이제부턴 질적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쿠팡 흑자의 주요 요인은 물류 자동화다. 쿠팡은 여기에만 조 단위 투자를 지속해왔다. 특히 대구 물류센터에선 무인운반로봇과 분류로봇을 1000대 이상 운영하고 있다.

자동화가 많이 이뤄질수록 물류센터의 효율성은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특히 자동화는 쿠팡과 쓱닷컴과 컬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신선식품 유통의 승부처다. 신선식품은 말 그대로 신선도가 생명이다. 재고 손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게 유리하다. 쿠팡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엔 머신 러닝 기반의 수요 예측 기술도 포함돼 있다. 소비자가 주문하기도 전에 주문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자동화된 물류 배송 시스템은 앞으론 쿠팡의 수단이 아니라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풀필먼트 시스템을 일찍부터 도입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가능한 건 사실 쿠팡이 배송되는 제품을 미리 구매해놨기 때문이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물류창고에서 해당 제품을 꺼내서 배송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고객은 해당 상품의 판매자가 제품을 포장해서 배송망에 입고해서 다시 배송되기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풀필먼트 시스템은 쿠팡이 상당수 제품을 입도선매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쿠팡은 풀필먼트로 로켓배송을 실현시켰고 결국 1100만 와우 멤버십 고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쿠팡은 이런 풀필먼트 시스템을 상품화하는게 목표일 수밖에 없다. 쿠팡의 벤치마크 모델인 아마존 역시 풀필먼트 시스템을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쿠팡 역시 일반 판매자들에게 배송비를 받고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아마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내 이커머스에서 상당수 이익이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에서 나온다.

일반 판매자들도 아마존의 물류망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빠르고 크기 때문이다. 쿠팡 역시 풀필먼트 시스템을 개방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1100만명 멤버십을 통한 시장 지배력이 바탕이다.

“국내 유통 시장은 아직 오프라인 중심이어서 가격도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다. 고객이 와우 할 수 있는 새로운 순간을 선사하겠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22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2년 기준 한국 유통 시장 규모는 602조원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총합이다.

여기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다. 이마트가 5.1% 정도 된다. 아마존의 경우 전체 미국 소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 정도다. 역시 아마존도 월마트와 온오프라인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쿠팡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건 쿠팡의 숙명일 수도 있다. 계획된 적자에서 예정된 흑자로 돌아섰다고 해도 누적된 적자를 주가로 설명하려면 방법은 빠른 성장 밖엔 없다. 2022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전체 성장률은 10.3%였다. 쿠팡의 성장 속도는 2배 이상이었다. 이걸 지속하려면 오프라인 시장을 포함한 새로운 시장을 계속 정복해나가야만 한다.

온라인 버티컬 시장에 도전장

쿠팡이 노리는 또 다른 시장은 온라인 버티컬 시장이다. 패션과 가구와 신선식품에는 이미 지난 수년 동안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무신사와 오늘의 집과 컬리다. 쿠팡은 해당 버티컬 시장을 노려보고 있다. 일단 새벽 장보기 버티컬 서비스는 이미 컬리를 위협하고 있다. 쿠팡 고객의 3분의 1만이 로켓 프레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엔 로켓 그로스 패션팀을 신설했다. 무신사가 있는 패션 이커머스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오늘의 집이 있는 가구가전 시장에선 로켓설치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버티컬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쿠팡은 20%대의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는건 아니다. 이미 신세계와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반 쿠팡 동맹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11번가와 지마켓에선 5월 19일부터 LG생활건강과 CJ제일제당의 특가할인전이 열린다. 두 제품 브랜드 회사는 모두 쿠팡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까지 했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햇반의 납품단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쿠팡의 유통파워가 지나치게 강해지길 원하지 않는 회사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회사는 쿠팡의 풀필먼트 로켓 배송만 거부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쿠팡의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는 여전히 입점해 있다. 쿠팡한테 물건을 넘기지 않고 단지 판매처로만 이용해려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쿠팡 마켓 플레이스에서 2022년에만 상당한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앞으로 경쟁자의 견제와 시장의 규제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빠르게 크게 성장한 쿠팡이 피해갈 수 없는 성장통이다. 관건은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쿠팡이 경이적인 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결국 이번 답도 로켓이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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