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제 뿌린 밀가루 수입은 오해
통관시 철저한 검사, 건강에 무해
어떤 형태로 먹느냐가 문제 본질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이제는 다이어트가 전체 산업으로 확장됐다. 다이어트 약, 다이어트 병원, 다이어트 기계와 도구들, 다이어트 식품도 큰 시장을 차지한다.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음식이다. 뭘 ‘먹어라’와 ‘먹지마라’가 다이어트법으로 소개된다. 나는 다이어트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음식에 있어서 뭘 먹어라 먹지 마라는 주장이 너무 과도하게 전파되고 있다는 걸 걱정할 뿐이다. 예를 들어서 밀가루가 그렇다. 밀가루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이다. 건강에 좋다는 사람은 거의 전무할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거의 밀가루를 먹지 못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적어서 근대에는 중국에서 수입하기도 했고, ‘진말(眞末)’(진짜 가루)이라고 해서 다른 곡식과 달리 최고로 맛있고 좋다는 뜻으로 밀가루를 지칭하기도 했다.

밀가루가 우리나라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미국이 밀가루를 원조한 것은 1945년 해방 후부터다. 이때부터 우리는 밀가루를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싼 것이 오히려 밀가루에 대한 심리적이고 상대적인 가치를 하락시켰다. 수제비와 칼국수는 가장 값싼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더니 밀가루 표백설도 등장했다. 하얀 밀가루는 필시 표백을 했고, 수입할 때 농약을 듬뿍 쳐서 들어온다는 오해다. 밀은 소량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고급 밀가루를 제외하고는 대개는 밀가루 상태로 수입하지 않는다. 밀을 가지고 와서 우리 제분회사에서 깎고 제조해 시중에 공급한다. 하얀 밀가루는 오히려 고급이다. 껍질을 여러 번 깎아서 곱게 속을 빻은 밀가루다. 결론을 말하자면 밀가루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우리 당국이 수입 밀가루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 물론 우리밀도 있으니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밀가루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이 퍼졌을까. 우선 가공식품에 많이 쓰기 때문이다. 과자나 달콤한 간식용 빵은 밀가루를 써서 설탕 등의 재료를 가미하고 유지(기름이나 버터, 마가린)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과자는 기름에 튀기기도 한다. 이런 음식은 어렵던 시절에는 최고로 영양가 많은 고급 음식이었는데, 풍요의 시대(엄밀히 말해서 밀가루와 설탕 등의 풍요)에는 도리어 건강에 나쁘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 많이 먹으면 분명히 그렇다. 움직임이 적고 스트레스가 심하며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술을 과잉 섭취하는 당대의 한국인에게 달콤한 빵과 과자, 혈당을 급하게 올리는 분식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밀가루가 그리 나쁘다면 매일 밀가루를 먹는 서양인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밀가루 자체가 다이어트와 건강에 안 좋은 것이 아니라 과도한 인스턴트 가공식품 섭취와 밀가루 과식이 문제다. 다시 말하지만 밀가루 자체보다 어떤 형태로 섭취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도로 통밀로 된 빵을 먹는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물론 달콤한 과자와 빵,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먹을지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의 몫이다.

현대 지식사회는 너무 과도한 정보의 유통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이어트법이며 음식 정보도 넘쳐난다. 나는 일부러 모른 체하고 과자도 먹고 달콤한 빵도, 음료도 마신다.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제한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고 건조하게 살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선택은 여러분이 하는 것이다.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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