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대응여력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하고 과도한 형벌 감경조항 필수
중기중앙회, 정책토론회 개최
“부작용 섬세하게 고려할 필요”
정부⋅국회에 적극적 개선 당부
기준 모호해 자의적 집행 우려
사업주 처벌만 강조, 안전 역행

#. “사업주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와 교육을 실시하려 해도, 근로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사업주 처벌만을 강화하기보다는 재해 예방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노사가 균형 있게 책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 50인 규모 특수포장재 생산업체 ㈜씰앤팩의 김민규 이사

#.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짧은 근속기간,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곳이 많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시기를 유예해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 20인 규모 특장차 생산업체 ㈜신대양모터스의 이병섭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합리적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2024년 1월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제도 개선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동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합리적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2024년 1월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제도 개선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동우 기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8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합리적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무방비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7%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응여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80.3%는 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93.8%는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법을 만들고 강한 처벌을 도입할 땐 현장 여건과 부작용을 섬세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 등의 제도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와 함께, 형사처벌보다 중대재해 예방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주제 발표는 이근우 가천대 교수와 이준원 숭실대 교수가 맡았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근우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형사법적 쟁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결과 예방에 있어 사후적인 형벌의 효과와 크기는 한계가 있다”며 “허술한 규정으로 사업주 등 개인에게 너무 높은 형벌을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나 기업이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한 경우에는 형벌을 감경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정부 지원규정을 세세하게 규정해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발표에서는 이준원 교수가 ‘중소규모 사업장 중대재해 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준원 교수는 “법 시행 이후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에서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이 증가했지만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여전히 의무사항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 등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 이후 토론에서는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대표가 좌장을 맡아 패널들 간의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에는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용문 덴톤스 리 시니어변호사 △김병진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안전문제연구소장 △김민규 씰앤팩 이사 △이병섭 신대양모터스 대표 △양현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이 참여했다.

정진우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예측가능성이 낮고 모호해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하며 “법의 대대적인 구조 개혁 없이 영세업체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김용문 변호사도 “중대재해처벌법은 강력한 형사벌로 인해 남용되지 않도록 신중히 해석해야 하는데, 명확성의 문제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적지 않게 중복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실효적으로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진 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처벌만을 강조하며 오히려 안전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안전보건정보시스템 구축 및 안전보건 확보 비용 부담에 대한 노사정 협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현수 과장은 “법과 제도, 의식과 관행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령 개편 TF,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등을 구성해 논의하고 있는데 조만간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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