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뒤엔 화성에 첫발’ 호언장담
2050년 인구 100만 이주 비전 제시
스타링크 앞세워 우주여행 가속
스타십 발사 실패에도 무한도전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3번이면 될 줄 알았다. 일론 머스크의 착각이었다. 2001년이었다. 머스크는 서른살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간편결제 스타트업 엑스닷컴 덕분이었다. 머스크는 엑스닷컴을 페이팔과 합병했다. 페이팔도 간편결제 스타트업이었다. 창업자는 네살 연상인 피터 티엘이었다.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티엘은 우두머리 기질 탓에 충돌했지만 한 가지만큼은 빈틈 없이 동의하고 있었다. 독점 기업이야말로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페이팔과 엑스닷컴을 합병하면 이제 막 태동하는 미국 인터넷 간편결제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피터 티엘과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탄생한 합병법인 페이팔을 2002년 재빨리 이베이에 팔아넘겼다. 인수대금은 13억7000만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렇게 머스크는 영앤리치가 됐다.

네번만에 팰컨1 발사 성공

돈과 시간의 여유가 생긴 머스크는 이제부턴 진정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주 개발과 화성 탐사였다. 누군가한텐 스필버그 영화 같은 얘기였다. 머스크한텐 영화가 아니라 과학이었다. 머스크는 아폴로 세대의 막내 뻘쯤 된다. 머스크는 아폴로 11호가 달을 정복한 1969년의 이듬해 태어났다.

그렇지만 머스크가 세살 때인 1973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인류는 영영 달에 가지 않았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고 난 이후까지도 인류가 그 자리에 멈춰서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땐 달을 넘어 화성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말입니다.” 머스크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하기로 마음 먹었다.

원래 머스크는 구소련의 미사일을 구매해서 핵탄두만 제거한 다음 우주탐사용 로켓으로 재활용할 작정이었다. 러시아와의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머스크는 모스크바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로켓 제조 원가를 계산해봤다. 직접 우주 발사체를 제작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머스크한텐 페이팔을 매각하고 받은 1억 8000만달러 정도의 자금이 있었다. 머스크는 이 중 1억달러 정도를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게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엑스닷컴을 팔아서 만든 우주 기업의 명칭으론 꽤 적절한 명칭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스페이스X는 2006년 첫번째 발사체인 팰컨1을 개발했다. 팰컨1엔 추력 50톤인 멀린 엔진을 탑재됐다. 멀린 엔진 역시 스페이스X가 자체 개발했다. 발사장소는 태평양의 마셜제도였다. 스페이스X는 아직 미국 본토의 케이프 커내버럴이나 케네디 공군기지에서 발사할 정도의 우주 기업이 아니었다. 머스크와 스페이스X 직원들은 태평양의 열대 기후와 싸우며 팰컨1을 설계하고 조립하고 시험 발사를 준비했다. 팰컨1은 높이 21.3m에 불과한 소형 발사체였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만 해도 높이가 47미터다.

머스크는 3번의 시험 발사를 각오했다. 어떤 우주 발사체도 한번에 성공한 경우는 없다. 적어도 3차 시도 안에는 성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희망 회로였다. 팰컨1의 3회차 발사는 모두 실패했다. 머스크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몽땅 끌어모았다. 정말 마지막 발사 시도에 들어갔다. 4차 발사마저 실패하면 스페이스X는 끝이었다. 2008년 9월 28일 스페이스X의 1호 발사체 팰컨1은 마침내 발사에 성공했다.

지구 저궤도까지 안전하게 다다랐다. 팰컨1은 민간 우주 기업이 발사에 성공시킨 최초의 액체 추진 로켓이었다. 3전4기였다. 팰컨1은 1년 뒤인 2009년 발사도 성공했다. 덕분에 2008년 나사로부터 16억달러 규모의 국제우주정거장 화물 운송 사업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그때까지 우주 화물 수송은 그들만의 잔치였다. 나사와 나사 전관들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비용은 높고 효율은 떨어졌다. 스페이스X는 여기에 시장논리를 들이밀었다. 우주 화물 수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CRS였다. 커머셜 리서플라이 서비스였다. 발사체에서 분리된 1단 로켓을 버리지 않고 안전하게 지상으로 귀환시켜서 재사용하는 방식이었다.

1단 로켓을 다시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는 건 고도의 항공역학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귀환용 유도제어와 착륙 제어와 엔진 재사용까지 모두 필요하다. 그렇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무도 재사용할 필요를 못 느꼈을 뿐이었다. 국가가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의 재원은 세금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재사용을 통해 우주 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은 1kg 물체를 우주에 보내는데 340만원 정도가 든다. 국가 우주 기관이나 경쟁 민간 우주 기업과 비교해도 적게는 12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차이가 난다. 스페이스X는 우주에 시장주의를 적용했다. 마침내 뉴스페이스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렇지만 뉴스페이스 시대는 단지 기술에 의해서만 열린 건 아니다. 나사 카르텔을 깨기 위해선 대중적 마케팅과 촘촘한 대관 로비가 필요했다. 머스크는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겠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스페이스X의 비전은 인류를 다중행성종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지구 이외에 다른 행성에서도 생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2029년 인류가 화성에 첫발을 내딛게 만드는 게 목표다.

스페이스X 가치는 160조원대

2050년엔 화성에 인구 100만명 규모의 자급자족 도시를 세운다는 청사진도 있다. 이런 원대한 꿈은 스페이스X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나사 카르텔은 경제성 뿐만아니라 대중성 때문에라도 스페이스X를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머스크 옆에는 든든한 오른팔인 COO 그웬 샷웰이 있었다. 기계공학 전문가인 그웬 샷웰은 스페이스X의 7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다.

CRS는 머스크의 아이디어였지만 CRS를 비즈니스화한 건 그웬 샷웰이었다. 머스크가 나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사이 그웬 샷웰은 나사와 조용히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스페이스X를 우주 산업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스페이스X의 지분 54.8%는 일론 머스크의 소유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지분 47.4%를 갖고 있다. 테슬라보다 스페이스X의 지분 비중이 더 큰 것이다. 스페이스X는 비상장 회사지만 장외 거래가 가장 활발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도 장외 거래에서 기업 가치 1250억달러를 인정 받았다. 한화로 160조원쯤 된다. 스페이스X는 미국 내 기업가치 1위 스타트업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페이스X에 투자하려는 VC들이 줄을 잇는다. 29라운드에서 80개 투자사로부터 100억달러 이상의 펀딩을 받았다. 이 중에는 한국 게임기업 넥슨의 모회사 NXC도 있다.

미래에셋 역시 16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구글은 2015년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분 8%를 확보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2023년 연말 즈음이면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가 들고 있는 지분 가치도 100조원 달하게 된다. 머스크가 가진 테슬라의 지분 가치는 60조 원 수준이다. 머스크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앞지르게 되는 셈이다.

정작 머스크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의 주요 주주들은 스페이스X의 상장에는 부정적이다. 우주 개발엔 변수가 많다. 로켓 발사는 온갖 변수로 미뤄지거나 실패하기 마련이다. 당장 누리호만 해도 1차와 2차 발사 때는 없었던 통신 오류가 3차 발사에서 일어났었다. 스페이스X가 상장되면 자칫 공매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로켓 발사의 성공 여부를 놓고 시장이 내기를 걸게 되는 것이다. 머스크는 우선주까지 더해서 스페이스X의 의결권 70%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머스크는 2013년 화성에 가기 전까지는 절대 상장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적도 있었다.

대신 스타링크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사내 독립 프로젝트로 출발한 위성 인터넷 통신 기업이다. 위성 인터넷 통신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과거에서 군사용으로 위성 전화가 종종 사용됐다. 위성 통신은 레이턴시가 길어서 문제였다. 지상에서 위성까지 전파가 오가는 시간 때문에 통신이 지연되는 걸 말한다.

기존 통신 위성은 보통 지상 3만5000㎞ 궤도에 떠 있다.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레이턴시가 길어지는 이유다. 스타링크는 이 틀을 깼다. 지상 570㎞ 정도의 저궤도에 통신 위성을 배치해서 레이턴시를 줄이자는 아이디어였다. 지상과 위성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면 당연히 레이턴시도 짧아진다. 대신 위성 하나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도 좁아진다. 해결책은 통신 위성을 많이 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통신 위성 발사 비용이 올라간다.

이미 스페이스X는 답을 갖고 있었다. 재활용 로켓이었다.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인 팰컨9은 간단한 정비만으로 10회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다. 정밀 정비를 거치면 100회까지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팰컨9이 한번에 쏘아올릴 수 있는 위성의 숫자는 60대가 넘는다. 누리호에 실린 인공위성의 숫자는 8기다. 메인 승객인 차세대 2호 위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7기는 초소형 위성들이다. 스페이스X는 2022년에만 총 61회 로켓을 발사했다. 팰컨9은 1년 동안 가장 많이 발사된 단일 발사체로 기록됐다.

스타링크 年300억달러 수익 기대

덕분에 스타링크는 2023년 1분기까지 통신 위성을 3400대나 쏘아올렸다. 스타링크는 4만2000대의 통신위성을 지구 저궤도를 포위할 작정이다. 실제로 스타링크 통신 위성 때분에 밤하늘이 뒤덮일 정도다. 스타링크는 매년 100억달러의 비용을 쓰면서 일종의 우주 기지국을 세우고 있다. 지상 통신 회사들이 그렇듯이 기지구 설치가 끝나면 이제부턴 본격 수익화가 가능해진다.

스타링크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면서 주목 받았다. 2023년 5월엔 한국 법인도 설립했다. 스타링크는 매년 300억달러의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자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아마존 웹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상장은 수순이다. 스타링크로 시장의 추진력을 간접적으로 얻게 되면 스페이스X는 화성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누리호에 실린 인공위성의 숫자는 8기다. 메인 승객인 차세대 2호 위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7기는 초소형 위성들이다.
누리호에 실린 인공위성의 숫자는 8기다. 메인 승객인 차세대 2호 위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7기는 초소형 위성들이다.

그렇다고 스페이스X의 화성으로 가는 길이 탄탄대로이기만 한 건 아니다. 지난 4월 20일엔 스페이스X의 차세대 발사체인 스타십이 발사 4분만에 폭발해버렸다. 스타십은 최대탑재량이 150톤에 최대 탑승인원은 100명에 달하는 초대형 로켓이다. 누리호의 탑재량은 500킬로그램이다. 기존 멀린 엔진보다 추력이 3배 이상 강한 랩터 엔진을 33개나 장착했다. 당연히 스타십의 단위 무게 당 운송 비용은 최저가일 수밖에 없다. 발사와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4월 20일 발사는 스타십의 최초 발사였다.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도 머스크와 스페이스X 직원들은 박수를 쳤다. 실패를 통해 수많은 성공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나사는 발사하기 전에 예측 가능한 모든 문제를 신중하게 식별한 다음 발사한다. 나사는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페이스X는 우주 개발에도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했다. 빨리 실패하고 궤도를 수정하는 방식이다. 뉴스페이스는 기업의 효율성과 스타트업의 속도를 추진력으로 난다. 모건 스탠리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 규모가 40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또 다른 억만장자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 같은 경쟁자들은 있다. 그래도 당분간은 스페이스X의 로켓이 가장 높고 빠를 건 분명하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