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미래세대와 함께 성장하려고 한다.”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선배 중소·대기업인들과 30·40대 후배 기업인들이 함께 성장하자는 뜻의 ‘함성’ 선포식을 가졌다.

‘다시 뛰는 중소기업,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한 중소기업인대회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550여명의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9대 그룹 총수와 중소기업 대표는 물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청년 창업자들과 2세 기업인까지 다양한 참석자들이 모였다. 정부에서도 추경호 부총리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경제 관련 국무위원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이 다짐한 ‘함성 대한민국’은 숱한 위기를 극복해 온 한국의 경제사를 재조명하고, 향후 백년대계를 바라보며 중소·벤처기업인의 저력과 소상공인의 활력으로 세계 일류국가로 함께 성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런 의미를 더하기 위해 행사장 곳곳도 세대와 규모를 아우르는 디테일로 채워졌다. 각각의 테이블에는 선배 기업인과 후배 기업인, 그리고 대기업과 정부 측 인사가 함께 앉아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테이블 위에는 로봇이 튀긴 치킨과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화덕 피자,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해 만든 맥주가 올라 왔다.

여기엔 기업인들과 격의 없이 치맥 소통에 나서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넘게 58개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기업 대 기업’이 아닌 ‘생태계 대 생태계’의 집단경쟁”이라며, “중소·벤처기업들이 대기업과 함께 성장할 때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품질과 혁신적인 제품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팀이 돼 세계 시장으로 함께 뛰어들어 달라는 주문이다.

윤 대통령이 대·중소기업 원팀을 강조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외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주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달러로, 역대 최대치 적자를 기록한 작년(478억달러) 보다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전통적으로 우리 수출의 큰 축을 담당했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공식마저 깨지면서 교역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어느 기업 하나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선배 기업인과 후배 기업인 간의 소통과 협력이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 돌파와 지속 가능한 혁신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저해하는 경제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하고, 경직적인 노동정책은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규제개혁 성공을 위해 경제부처 장관들이 중소기업 현장에 한 번이라도 더 와서 속도감 있게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용산 잔디마당에 울려 퍼진 ‘함성’을 계기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가 원팀이 돼 복합 위기라는 긴 터널의 마침표를 찍고,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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