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통한 탈세 강력히 단속
5억원 이상 포탈시 입찰 원천봉쇄
유죄판결 확정 뒤  2년간 참가 제한

2500년전 고대 그리스의 무역상들은 도시국가 주변의 섬들을 물품창고로 이용했다. 외딴 섬을 이용하면 정부의 감독을 피할 수 있었고, 정부 규제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언제라도 자유로이 물품을 거래하고 처분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외딴 섬을 창고로 이용한 주된 목적은 외산 물품에 매겨지는 세금회피를 위한 것이었고 무역상들의 입장에서 세금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이런 섬들은 ‘보물섬’이었고 현대적 의미의 조세피난처였던 셈이다.

조세피난처의 역사는 조세제도가 등장한 이후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중간에 위치한 ‘맨섬’은 노르만족이 영국을 정복한 11세기부터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기 시작했고 세계경제협력기구가 2000년 발표한 세계 조세피난처 35개 지역 중 하나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누리기도 했다.

현대적 의미의 조세피난처를 말할 때는 스위스를 빼놓을 수 없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전쟁의 승패를 떠나 유럽 각국은 막대한 복구비용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격히 세금을 올린 것에 반해 중립선언으로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스위스는 세금을 올리지 않았다.

이는 전 세계 기업과 부자들이 돈을 들고 몰려들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달리 부를 창출할 산업이 없었던 스위스는 자연스럽게 금융업을 육성하게 되면서 100년 가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세피난처가 돼 왔다.

기업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해외법인이 과세당국에 운영내역을 신고하고 현지법인이 발생소득을 국내 세법에 따라 과세 받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절세 또는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과 개인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역외 탈세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수평적 조세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조세피난처를 통한 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고 강력한 단속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계약 등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규제가 있다.

2013년 8월 정부는 국가계약법 제27조의 5를 개정하면서 조세포탈 등을 한 자로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조세포탈 등을 한 자의 범위를 구체화한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조세범처벌법, 관세법, 지방세기본법을 위반해 조세 포탈 등을 한 세액이 5억원 이상인 자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 또는 개인이 조세포탈범죄를 저지른 경우 관련 조세법령에 의한 세금 추징, 형사처벌 외에도 국가공공계약 입찰참가를 원천적으로 제한당하는 불이익을 추가로 입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세정의에 관한 사회적 요구와 정부의 재정 확보를 위한 필요성이 맞물려 조세범죄에 대한 단속과 규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조달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조세포탈 등의 행위가 공공조달을 통한 경영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에 다가서 있음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태완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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